차로 침범 등을 이유로 보복운전을 했다가 피해차량의 탑승자 등에게 상해를 입히면 특수상해죄로 처벌된다. 이 경우 보복운전에 동원된 차량이 '위험한 물건'이 되기 때문이다.
창원지법 강세빈 판사는 7월 17일 차로를 침범하여 운행했다는 이유로 보복운전한 엑센트 승용차 운전자 A씨에게 특수상해 혐의를 적용, 징역 8월을 선고했다(2018고단3180).
A씨는 2018년 6월 3일 오후 1시 17분쯤 엑센트 승용차를 운전하여 창원시 의창구에 있는 고가도로의 편도 2차로 중 1차로를 따라 진행하던 중, B(당시 53세)씨가 운전하는 포터Ⅱ 화물차가 자신의 차로를 침범하여 운행했다는 이유로 화가 나 A씨의 엑센트 승용차를 뒤따라오고 있는 화물차의 앞에서 속력을 급격히 줄여 화물차 운전자인 B씨가 추돌을 피하기 위해 급제동을 하는 바람에 화물차의 조수석에 탑승하고 있던 여성(42세)이 머리와 무릎, 손목 부위를 대쉬보드에 부딪혀 전치 6주의 상해를 입었다. A씨는 위험한 물건인 승용차를 이용하여 피해자에게 상해를 입힌 특수상해 혐의로 기소됐다. 형법 258조의2는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257조 1항 또는 2항의 죄(상해, 존속상해)를 범한 때에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특수상해죄를 가중처벌하고 있다.
A씨와 A씨의 변호인은, 재판에서 차량의 속력을 급격히 줄인 것은 맞다고 하면서도, 당시 충돌 회피 과정에서 속도를 줄이기 위하여 수동변속기를 조작하면서 기어가 빠지게 되어 불가피하게 급격히 속력이 줄어들게 된 것일 뿐, 고의로 그와 같이 변속기를 조작하는 것은 아니며, 당시 A씨의 차량에 룸미러가 없어서 B씨의 차량을 의식하지 못했다며 범의를 부인했다.
강 판사는 그러나 블랙박스 영상캡처 사진과 CD 재생결과 등을 토대로, ①피고인 차량은 피해자 차량과 충돌을 회피한 이후에도 약 3초 가량 정상진행을 하다가 갑자기 속도를 줄이는 모습이 관측되는바, 피고인 차량의 속력이 급격히 줄어든 원인은 충돌 회피를 위한 수동변속기 작동상의 잘못과는 무관해 보이는 점, ②앞서 상당한 속력으로 과속을 해 왔던 피고인 차량이 급제동 이후부터는 다른 차로의 차량에 비하여 오히려 매우 느린 속도로 5초 이상 진행하다가 이후 다시 속력을 내서 진행하였는바, 이러한 저속 주행 역시 변속기 조작과는 무관해 보이는 점, ③한편 피해자 차량이 경적기를 울리며 급제동한 이후 속력을 올려 피고인 차량을 뒤따라가려 하자 피고인 역시 속력을 올려 피해자 차량의 추적을 따돌린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고의로 피해자 차량 앞에서 자신이 운전하던 위험한 물건인 차량의 속력을 급격히 줄여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해자에게 상해를 가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며 피고인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강 판사는 "이 범행은 피고인이 피해자 차량이 자신의 차선으로 진입하려고 했다는 이유로 화가 난 나머지 피해자 차량 앞에서 피고인 차량을 속력을 급격히 줄여 충돌을 피하려는 피해자 차량으로 하여금 급제동을 하게 함으로써 피해자 차량에 탑승하고 있던 피해자에게 상해를 가한 것으로, 이러한 보복운전은 연쇄적으로 다른 교통사고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은데, 실제로 피해자 측이 수 킬로미터에 걸쳐 5분 이상 피고인 차량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위험이 발생하기도 하였다"고 지적하고, "현재까지 피고인은 피해자 측에게 책임을 돌리며 범의를 부인하고 있고, 피해 회복 또한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피해자의 피해 정도(약 6주 이상)가 가볍지 아니한 점 등을 참작했다"고 실형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