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작년 11월부터 시행되어 온 유류세 인하조치를 이번 달부터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소비자가 부담해야 할 기름값은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부는 작년 7월부터 시행되어 온 자동자에 대한 개별소비세 인하조치를 올해 연말까지 연장하기로 하였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연말까지 자동차를 조금 더 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조치로 인해 자동차 시장은 활성화되는 반면 유류의 소비는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이 상황들은 모두 "개별소비세"와 관련된 것이다. 실제로 우리의 생활과 매우 밀접하지만, 의외로 우리에게 낯선 세금, 개별소비세를 알아보자.
소비세와 간접세
우선 "소비세"에 대해서 알아보자. 우리가 세금을 생각할 때, 소득세와 같이 소득에 대해 부과되는 세금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세금은 "소득"뿐만 아니라 "소비"에 대해서도 부과된다. 우리의 경제활동을 가장 단순화해서 설명하면, '벌어서 쓰는 것'이다. 이처럼 소비하는 행위에 담세력을 인정하여 매기는 세금을 소비세라고 부른다.
소득세는 국가가 직접 개인의 소득을 파악해서 세금을 매긴다. 소득세법이 누진세율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한 개인의 소득을 전체적으로 파악해야 그에 맞는 세율을 정할 수있다. 반면 소비에 대해서는 소비자가 직접 세금을 납부하지 않는다. 사업자가 납세의무자로서 국가에 세금을 납부하지만, 그 세금은 가격에 반영되어 최종적으로 소비자의 부담으로 돌아간다. 이러한 이유로 "소득세는 직접세, 소비세는 간접세"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여하튼 우리가 직접 국가에 소비세를 납부하지는 않더라도, 생활 속에서 많은 세금을 부담하고 있는 셈이다.
부가가치세와 개별소비세
우리나라 소비세의 기본은 부가가치세이다. 원칙적으로사업자가 제공하는 모든 재화와 용역은 부가가치세 과세대상이다. 쉽게 말해서 "일반소비세(一般消費稅)"라 부를 수 있다.
한편 부가가치세와는 별개로 특정한 소비에 한정하여 부담하는 소비세가 있다. 이를 "개별소비세(個別消費稅)"라고 부른다. 그 밖에 유류세와 주세와 같은 소비세도 있다. 유류세는 정식 명칭은 아니고, 기름에 대해 붙는 교통 · 에너지 · 환경세나 개별소비세, 부가가치세 등을 통칭하는 말이다. 그런데 교통 · 에너지 · 환경세나 주세는, 특별한 목적으로 인해 별도의 세금으로 구분될 뿐, 큰 틀에서는 개별소비세의 범주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실제로 교통 · 에너지 · 환경세법은 한시법으로 일몰 후에는 개별소비세법으로 편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즉, 우리 소비세의 구조를 가장 단순화하면, 부가가치세와 개별소비세로 나눌 수 있다.
2018년도에 국세청은 약 283조원의 세금을 거두었는데, 세수 비중의 1위는 소득세(30.4%), 2위는 법인세(25.0%)였고, 3위는 근소한 차이로 부가가치세(24.7%)가 차지했다. 이어서 4위와 5위는 교통 · 에너지 · 환경세(5.4%)와 개별소비세(3.7%)였다. 우리에게 익숙한 상속세 및 증여세(2.6%)보다 개별소비세의 세수가 훨씬 더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통계로도 확인되듯이 소비세는 연간 약 100조원에 달하는 세수를 충당하는 매우 중요한 세금이다.
특별소비세에서 개별소비세로
우리나라는 1950년 전후에 도입된 복잡한 소비세 체계를 단순화하기 위해 1976년 말 부가가치세법과 함께 특별소비세법을 제정하였고, '특별소비세'라는 이름으로 냉장고, 세탁기, TV, 승용차 등 특정 물품에 세금을 부과하였다. 특별소비세의 도입취지는 "부가가치세의 단일세율에서 오는 불합리성을 제거하는 한편 사치성물품의 소비를 억제하려는 것"이라고 한다. 즉, 특별한 사치성 소비에 대한 소비세율을 부가가치세율(10%)보다 높이는 효과를 주어, 해당 소비를 억제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과거 특별소비세를 '사치세'라고 부르기도 하였다. 이후 2008년 개별소비세법으로 법명을 개정하면서, 종전 특별소비세가 현재의 개별소비세로 명칭이 변경되었다. "사치품에 대한 소비억제보다는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는 자동차 · 유류 등 일부 개별 품목 등에 부과하는 교정세적 의미가 나타날 수 있도록" 법명을 바꾸었다고 한다. 아마도 기존에 사치로 보았던 많은 소비행위들이 이제는 더 이상 '특별'한 것으로 보기 어려워졌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개별소비세는 국민의 소비생활구조가 점차 고급화되고 대중화됨에 따라 계속해서 변화되어 왔다. 1999년에는 에어컨, 설탕, 청량음료, 피아노 등을, 2004년에는 골프용품, 수상스키용품 등을 과세대상에서 제외하였다. 또한 도입 당시에는 경마장, 목욕탕, 골프장, 카지노 등의 입장행위에 대하여 과세하였는데, 1987년에는 스키장 입장료가 추가되었다가 1999년에 다시 삭제되었고, 2000년에는 목욕탕 입장행위에 대한 과세가 폐지되었다. 과거에는 설탕과 목욕탕에 대해서도 사치세를 매겼다는 점에서 격세지감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개별소비세의 과세대상은 특정 물품, 특정 장소에의 입장행위, 특정 장소에서의 유흥음식행위 및 영업행위로 구분할 수 있다(개별소비세법 제1조 제1항). 현행법상 개별소비세가 부과되는 주요 과세물품에는 오락용품 · 보석 · 귀금속 · 모피 · 자동차 · 유류 · 담배 등이 있고(같은 조 제2항), 입장행위에 대해 부과하는 과세장소로 경마장 · 골프장 · 카지노(제3항), 유흥음식행위에 대해 부과하는 과세유흥장소로 유흥주점(제4항), 영업행위에 대하여 부과하는 과세영업장소로 카지노(제5항) 등이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개별소비세는 간접세로서 담세자와 납세의무자가 다르다. 과세물품의 납세의무자는 과세물품을 제조 · 반출하는 자이고, 과세장소 · 과세유흥장소 · 과세영업장소의 납세의무자는 해당 장소의 경영자이다(법 제3조).
개별소비세의 세율은 과세대상에 따라 다르다. 예를 들어 과세물품에 따라 5%~20% 차등세율을 적용하며, 유류는 종류별로 종량세율을 적용한다. 이때 개별소비세의 세율을, 경기 조절 · 가격 안정 · 수급 조정 · 유가변동에 따른 재원 조달의 목적으로 해당 세율의 30% 범위 내에서 신축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법 제1조 제7항). 정부는 서두에서의 설명과 같이 자동차와 유류에 대하여 세율을 탄력적으로 정하고 있다.
골프장 개별소비세 합헌 결정
현재 개별소비세 과세대상 항목에 대해 다양한 논란이 있다. 개별소비세는 대부분 사치품에 부과되고 있는데, 기호품인 담배가 과세대상에 포함된 것은 잘못이라거나, 이미 대중화된 자동차, 골프장 입장행위에 대한 과세는 폐지되어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헌법재판소는 골프장 입장행위에 대한 개별소비세 부과는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한 바 있지만(헌법재판소 2012.2.23.자 2011헌가8 결정), 논란은 가시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회에는 골프가 사치성 스포츠가 아닌 대중스포츠로 자리 잡았다는 이유로, 골프장 입장행위를 과세장소에서 제외하는 「개별소비세법 개정안」이 2016년 6월 발의되어 계류 중에 있다.
개별소비세는 소비자들의 소비행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세금이다. 경기 조절이나 가격 안정을 도모할 수 있는 중요한 정책수단인 동시에, 부지불식간에 국민들의 부담을 가중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과연 현재의 개별소비세 과세대상이 우리의 경제상황에 비추어 합리적으로 설정된 것인지 다시 한 번 깊게 생각해보아야 할 시기이다.
이종혁 변호사(법무법인 율촌, jonghlee@yulch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