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2007년 P2P 음악공유 프로그램인 소리바다에 대해 구저작권법상 복제권 침해행위의 방조책임을 인정한 이후, 온라인서비스제공자(OSP)의 저작권 침해 방조책임 판단의 구체적 기준이 무엇인지에 대해 사회적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어왔다.
저작권법의 관련 조항
저작권법은 온라인플랫폼에서 저작권 보호를 위한 사업자의 책임을 별도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용자가 선택한 저작물을 정보통신망을 통해 전달하거나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저작물 등을 복제 · 전송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를 '온라인서비스제공자(OSP)'로 정의하고 있다(미국 DMCA 저작권법 제512조 (k)(i)와 동일). 또한 저작권법은 OSP의 서비스를 이용한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는 자가 그 사실을 소명하여 OSP에게 저작물의 복제 · 전송의 중단을 요구할 수 있고, 이러한 요구를 받은 OSP는 즉시 그 저작물의 복제 · 전송을 중단시킬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제103조 제1항 및 제2항).
실무상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는 자의 저작물 복제 · 전송 중단 요구에 OSP가 응하지 않은 경우 이를 저작권 침해의 방조로 보아 민법상 불법행위책임을 부과할 수 있는지가 주로 다투어져 왔는데, 대법원이 2009년도에 (1)저작권 침해 게시물에 대한 OSP의 인식 및 (2)OSP가 기술적 · 경제적으로 게시물을 관리 · 통제할 가능성을 판단기준으로 제시(대법원 2009. 4. 16. 선고 2008다53812 판결)해온 이래, 그와 같은 기준을 적용하여 OSP의 저작권 침해 방조책임에 대해 판단해왔다.
보다 구체적으로 OSP의 방조책임을 묻기 위해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는 자가 어떠한 사실을 소명하여 OSP에게 복제 · 전송 중단 요구를 하여야 하는지에 관하여, 과거 법원은 침해게시물의 URL 제시 없이 OSP가 운영하는 포털사이트에 업로드된 동영상의 삭제를 요구한 사례에서 OSP의 저작권 침해 방조책임을 인정한 바 있다(서울중앙지법 2013가합564502 판결, 서울남부지법 2008가합20165 판결 등).
최근 포털사이트의 회원들이 당구 강좌 동영상을 온라인 카페에 업로드한 행위에 대하여, 기존 하급심 판결들의 입장과 달리 저작권 침해행위에 대한 방조를 인정한 대법원 판결이 나와 이를 소개하고자 한다(대법원 2019. 2. 28. 선고 2016다271608 판결).
유료 당구 강좌 동영상 업로드
원고는 당구 강좌 동영상을 제작하고 원고의 웹사이트에서 유료 온라인 동영상 강좌를 개설하여 스트리밍 방식으로 제공해오던 사업자인데,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이하 "피고")'의 회원들이 당구 강좌 동영상을 저작권자인 원고의 허락 없이 피고가 제공하는 회원 온라인 카페에 업로드하고 일반인들로 하여금 위 동영상을 무료로 재생 · 시청하도록 하였다. 원고는 피고에게 피고 회원이 위 동영상을 업로드하여 불특정 다수에게 유포함으로써 저작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복제 · 전송행위를 중단해줄 것을 요구하면서, 동영상이 업로드된 카페의 대표주소, 피고 사이트 검색창에서 일정 키워드를 검색한 캡처화면과 영상의 캡처사진 등을 제시하였다. 이에 대해 피고는 원고가 제시한 정보만으로 저작권 침해 게시물의 특정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들어 동영상의 URL 등 특정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줄 것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원고는 동영상의 URL을 특정하여 제시하지 않았고 피고는 복제 · 전송행위를 중단하지 않았다.
원심은 저작권자의 구체적 · 개별적인 게시물 삭제 및 차단 요구가 반드시 침해게시물이 URL로 특정된 경우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없다는 점, 원고가 검색어를 통한 검색 등 동영상을 찾는 방법을 알려주었고 이에 따르면 동영상을 쉽게 검색할 수 있었다는 점, 피고는 검색 결과 중 섬네일(thumbnail) 만으로도 쉽게 저작권 침해 사실을 쉽게 식별할 수 있었다는 점, 이 사건에서 문제된 게시물이 약 3000개로 권리자가 그 URL을 하나하나 복사하여 붙여 넣는 방법으로 특정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많은 시간과 비용을 요구하게 되어 불합리하다는 점 등을 들어 피고의 저작권 침해 방조책임을 인정하였다.
대법원, 저작권 침해 방조행위 부정
대법원은 그러나 OSP가 제공한 인터넷 게시공간에 저작권 침해 게시물이 게시되었다고 하더라도 OSP가 ①저작권을 침해 당한 피해자로부터 구체적 · 개별적인 게시물의 삭제와 차단 요구를 받지 않아 게시물이 게시된 사정을 구체적으로 인식하지 못하였거나 ②기술적 · 경제적으로 게시물을 관리 · 통제할 수 없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OSP에게 게시물을 삭제하고 유사한 게시물을 차단할 주의의무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기존의 법리를 확인한 후 다음과 같은 이유로 카카오에게 저작권 침해 방조책임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먼저 ①원고가 피고의 여러 차례 요청에도 불구하고 원고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동영상이 게시된 인터넷 주소(URL)나 게시물의 제목 등을 구체적 · 개별적으로 특정하지 않은 점을 고려하였다. 원고는 피고에 ‘다음’ 카페의 대표주소라든지 동영상을 검색할 수 있는 검색어를 제시하였으나 대법원은 그것만으로는 저작권 침해 게시물을 특정하기는 어렵다고 보았다. 나아가 ②영상저작물의 특성상 저작권 침해 여부를 가리기 위하여는 동영상의 전부 또는 일부를 일일이 재생하여야 할 텐데,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규모, 권리침해 신고 건수, 업로드 동영상 수, 동영상 재생시간 등을 고려할 때, 카카오가 저작권 침해 게시물을 찾아내고 삭제하는 조치를 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어려울 뿐만 아니라 과도한 비용이 들 수 있다고 하였다. ③끝으로 원본 파일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특성을 이용하여 저작물을 인식 · 차단하는 기술인 '특징 기반 필터링 기술'을 적용하려 하더라도 동영상의 원본 파일이 필요한데, 원고가 동영상의 원본 파일을 제공하지 않았다는 점도 논거로 제시하였다.
대법원이 OSP에게 저작권 침해의 방조책임을 지우기 위해서는 OSP가 침해 게시물을 차단할 수 있도록 권리자가 충분히 협조하여야 한다고 본 이 사건 판결은 향후 OSP가 제공한 인터넷 게시공간 내에서 권리 침해행위가 발생하는 경우 OSP의 책임 여부를 판단하는 데 있어 의미가 있는 선례로 큰 의미가 있다. 특히 저작권법 제103조의 복제 · 전송 중단 요구가 단순히 자신의 저작권이 침해되었다는 사실을 적시함에 더 나아가 실제 게시물의 URL까지 특정하여야 한다는 보다 세부적인 기준을 제시하였고, 그와 같은 정도의 특정이 요구되는 이유를 OSP의 기술적 · 경제적 관리 · 통제 가능성의 관점에서 판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명예훼손 경우 적용 여부 주목
OSP의 책임에 관련하여 저작권 침해와 함께 문제되는 명예훼손의 경우에도, 본 판례가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기본적으로 저작권 침해 게시물은 OSP의 입장에서 그 침해 여부 판단이 용이하지 않고, 기술적인 분석 등이 수반되어야 함에 반하여 명예훼손적 게시물은 OSP도 OSP의 위법여부 판단이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에 OSP의 주의의무가 보다 광범위하게 인정될 수 있다. 따라서 향후 본 판결의 입장이 OSP의 명예훼손 방조책임에까지 적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 귀추가 주목된다.
박준성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 junsung.park@kimch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