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을 종결하였음에도 청문조서를 작성하지 않고, 청문조서 열람 · 확인 절차도 진행하지 아니한 채 중증장애인생산품 생산시설 지정을 취소한 것은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제7부(재판장 함상훈 부장판사)는 6월 13일 장애인 후원 복지사업을 하는 C사단법인이 "청문조서를 작성하지 않는 등 절차적 위법이 있으니 중증장애인생산품 생산시설 지정 취소처분을 취소하라"며 보건복지부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2018구합7617)에서 이같이 판시, "중증장애인생산품 생산시설 지정 취소처분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C사단법인은 '배전반 생산 등' 수익사업을 하는 분사무소를 설치, 보건복지부로부터 분사무소 생산시설에 관하여 유효기간을 2014년 11월부터 2017년 11월까지로, 생산품목은 '배전반 · 제어장치, 조명기구'로 하여 장애인 생산시설로 지정받은 후 2017년 11월 이 생산시설에 관하여 유효기간을 2017년 11월부터 2020년 11월까지로, 생산품목은 '배전반 · 제어장치'로 하여 장애인 생산시설로 재지정받았으나, 보건복지부가 2018년 10월 분사무소 생산시설의 영업 담당 이사에 대한 특경가법상 사기죄 유죄판결을 이유로 이 생산시설에 대한 장애인 생산시설 지정을 취소하는 처분을 하자 소송을 냈다. C법인은 장애인 후원 복지사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사단법인이나 목적사업의 경비를 충당하기 위하여 필요한 때에는 목적사업에 지장이 없는 범위 안에서 배전반 생산 등과 같은 수익사업을 할 수 있다.
C법인은 재판에서 실체적 위법에 대한 주장과 함께, "청문조서에 청문 주재자의 서명이 없을 뿐만 아니라 그에 대한 열람 · 확인절차 또한 누락되었으므로, 실제 청문절차를 실시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며 절차적 위법을 주장했다.
행정절차법 22조 1항 1호는 "행정청이 처분을 할 때 다른 법령 등에서 청문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경우에는 청문을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중증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 특별법(중증장애인생산품법) 21조 1호는 "보건복지부장관은 중증장애인생산품 생산시설의 지정을 취소하는 처분을 하려는 경우에는 청문을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에 따르면, 원고는 2018년 9월 4일 피고로부터 보름 후인 19일 열리는 청문에 출석할 것을 요구받자, 사흘 후인 9월 7일 피고에게 '장애인 생산시설 지정 취소처분에 법률 적용상 하자가 존재하고, 영업 담당 이사가 형사판결에 대하여 재심을 계획 중이므로, 청문을 취소하거나 보류해달라'며 청문 취소와 연기 요청을 했으나, 피고는 원고에게 '청문기일에 반드시 출석하고, 만일 참석이 힘들 경우 그에 대한 정당한 사유를 9월 17일까지 제출하며, 정당한 사유를 제출하지도 않고 청문에 불출석한 경우 기존에 제출한 의견서를 참고하여 청문을 종료한 후 행정처분을 진행할 예정이다'라는 취지로 회신했다. 원고는 9월 17일 피고에게 '형사판결상 사건은 약 3년 전 발생한 것으로서, 당시 대표자가 사임하고 관련자들도 해고되었으며 관리담당자가 병가 중이고 현 대표자 또한 사임하려고 하므로, 청문기일에 참석할 수 없다'는 이유로 청문 불출석 허가를 요청하는 '청문불참 사유서'를 제출했으나, 피고가 이에 대하여 어떠한 답변도 하지 않자, 청문 당일인 9월 19일 낮 12시 9분쯤 피고에게 이 청문불참 사유서와 같은 내용의 서류를 팩스로 발송하고, 같은날 오후 3시 40분쯤에 예정된 '2018년도 2차 중증장애인생산품 생산시설 청문'에 출석하지 않았다. 이 청문의 주재자는 이날 청문을 열어 종결했다. 그러나 청문조서에 서명하지 않았고 원고에 대하여 청문조서의 열람 · 확인을 위한 장소와 기간을 통지하지도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장애인 생산시설 지정 취소처분을 하기 위해서는 청문을 반드시 하여야 하는데, 청문 주재자가 청문을 개시한 후 종결하였음에도 청문조서를 작성하지 아니하였고 원고에 대한 청문조서 열람 · 확인 절차 또한 진행하지 아니하였으므로, 이 청문에는 절차상 하자가 존재한다"고 지적하고, "비록 피고가 이 사건 처분을 위한 필요적 청문절차를 개시하였고 원고에게 유리한 의견진술의 기회를 제공하였으며 원고가 청문기일에 임의로 불참하기는 하였으나, 청문 주재자가 이와 같은 내용을 기재한 청문조서를 작성한 후 이를 관할 행정청에 제출하고, 이를 고려하여 행정청이 신중하게 행정처분을 하도록 하는 청문제도의 취지를 감안하면, 이와 같은 청문절차상의 하자는 중대하다"고 밝혔다. 따라서 하자 있는 청문에 기초하여 한 장애인 생산시설 지정 취소처분은 적법한 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것으로서 위법하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와 관련, "행정절차법이 청문주재자에게 청문조서를 작성하게 한 후 이를 당사자에게 열람 · 확인시키도록 하며, 행정청으로 하여금 위 청문조서를 검토한 후 처분을 하도록 한 것은 당사자에게 변명과 유리한 자료를 제출할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위법사유의 시정가능성을 고려하고, 처분의 신중과 적정을 기하려는 데 그 취지가 있다고 할 것인바, 이에 의하면 청문조서는 청문 주재자가 청문을 실제로 진행하여 당사자에게 변명과 유리한 자료를 제출할 기회를 부여하였다는 것을 증명하는 서류로서, 청문 주재자는 청문을 실시한 경우 청문조서를 반드시 작성하여야 하고, 청문조서에 당사자 등의 출석 여부를 기재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청문절차가 개시된 이상 청문기일에 당사자 등이 출석하지 아니한 경우에도 청문 주재자는 청문절차를 진행하여 청문조서를 작성하여야 하고, 당사자 등에게 청문조서의 열람 · 확인을 위한 장소 및 기간을 통지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행정절차법 35조 4항은 청문 주재자로 하여금 청문을 마쳤을 때 청문조서 등을 행정청에 지체 없이 제출하도록 하고, 35조의2는 행정청으로 하여금 처분을 할 때에 위와 같이 받은 청문조서 등을 충분히 검토하고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 청문 결과를 반영하도록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원고가 스스로 의견진술 및 방어권 보장 기회를 포기했으므로, 청문에 절차적 하자가 존재하지 아니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원고가 청문기일 전에 피고에 대하여 '이 사건 처분과 관련된 법률의 적용에 문제가 있고, 형사판결에 대한 재심이 예정되어 있다'는 이유로 청문기일의 취소 또는 연기를 요청하고, 청문에 참석이 힘들다는 이유로 청문불참에 대한 허가를 구한 사실 등을 종합하면, 원고가 피고에게 의견진술의 기회를 포기한다는 뜻을 문서로 명백히 표시하였다고 볼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행정절차법 22조 4항은 "당사자가 의견진술의 기회를 포기한다는 뜻을 명백히 표시한 경우에는 의견청취를 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법 시행령 14조는 "당사자는 의견진술의 기회를 포기한 때에는 의견진술포기서 또는 이에 준하는 문서를 행정청에 제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