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통제구역에서 산나물을 캐던 주민이 지뢰를 밟아 부상을 당했다. 법원은 경고표지판 등을 설치하지 않은 잘못 등을 물어 국가의 책임을 70%로 인정했다.
서울고법 민사16부(재판장 김시철 부장판사)는 5월 23일 지뢰를 밟아 부상을 당한 김 모(사고 당시 42세)씨가 손해를 배상하라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의 항소심(2018나2047647)에서 국가의 책임을 70% 인정, "국가는 김씨에게 1억 94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김씨는 2016년 5월 22일 낮 12시 30분쯤부터 강원도 양구군에 있는 한 더덕농장 인근에서 더덕 등 산나물을 캐다가 낮 12시 51분쯤 M14 대인지뢰를 밟아 지뢰가 폭발하여 왼쪽 발과 발목에 다발성 골절 등의 상해를 입었다. 김씨는 이후 4차례의 수술을 받았으나 왼쪽 무릎 아래 15cm를 절단하는 신체장해를 갖게 되자 국가를 상대로 3억 5900여만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사고 장소는 국군이 지뢰를 매설한 열형 지뢰 지대(국군이 규칙적 간격과 열에 맞춰 매설한 지뢰 지대)로, 민간인 통제구역 내에 위치하고 있다. 국군은 사고 장소 주변에 미확인 지뢰 지대를 구분하기 위하여 윤형철조망을 설치했으나, 김씨는 노후된 철조망 위에 놓인 나무 재질의 인삼천막 지주대를 통해 이를 넘어가 사고 장소까지 간 것으로 조사됐다. 사고 장소 주변에 민간통제구역임과 지뢰가 매설된 지역임을 알 수 있는 경고표지판 등이 설치되어 있지는 않았고, 철조망 이외에 이 장소로부터 200m 떨어진 야산에 '미확인 지뢰 지대 출입금지' 간판이 설치되어 있었다.
재판부는 "사고 장소를 관할하는 군부대의 장은 민간인들에게 지뢰의 위험성을 알리고 지뢰 지대에는 출입하지 말 것을 주지시키는 등의 안전교육을 하며, 철조망과 경계표지를 설치하는 등으로 민간인들이 부주의하게 지뢰 지대로 들어가는 것을 방지할 의무가 있다"고 전제하고, "사고 장소에 이 장소가 민간인 통제구역이라는 점과 지뢰가 매설된 지역임을 알 수 있는 경고표지판 등이 설치되지 않은 점, 사고 장소로부터 약 200m 떨어진 야산에 '미확인 지뢰 지대 출입금지' 간판이 설치되어 있으나, 그 간판은 녹음이 우거진 산 속에 설치되어 눈에 잘 띄지 않는 점, 피고가 사고 장소가 미확인 지뢰 지대임을 나타내기 위하여 윤형철조망을 설치하기는 하였으나, 노후화된 윤형철조망 위로 나무 재질의 인삼천막 지주대가 설치되는 등 원고를 비롯한 민간인들이 사고 장소에 출입하는 것을 완전히 통제하지는 못한 점, 2016. 4. 4. 사고 장소로부터 400m 떨어진 장소에서 지뢰 폭발 사고가 발생하였으나, 피고는 그 사고 지점 입구에 위험을 경고하는 표지판 3개를 설치하였을 뿐 이 사건 사고 장소에는 별도의 위험 표지를 설치하지 않았고, 사고 장소 부근은 이 사고 이전에도 지뢰 폭발 사고가 다수 발생한 곳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 산하 군부대의 장이 의무를 다하였다고 보기는 어렵고, 이 사건에서 피고 산하의 군부대의 장 등 공무원들에게 지뢰 폭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하여 사전경고 등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과실이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따라서 "피고는 국가배상법 2조 1항 본문에 따라 이와 같은 공무원들의 과실에 의한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하고, 다만 "사고 장소는 민간인 통제선 북쪽에 위치한 지역으로서 관할 군부대의 허가를 받아야 민간인의 출입이 가능한 지역인데, 원고가 별도의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임산물을 채취하기 위하여 사고 장소에 임의로 출입한 것은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 9조 1항 1호, 민간인 통제선 이북지역의 산지관리에 관한 특별법 20조 2항 등에 위반되는 행위이고, 사고 장소는 제4땅굴, 을지전망대 근처의 북한 접경 지역으로 사고 장소의 인근 지역에 거주하던 원고로서는 인근에서 지뢰 사고가 발생한 사실과 사고 장소에 지뢰가 매설되어 있을 가능성을 충분히 인식 또는 예견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국가의 책임을 70%로 제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