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로 패키지여행을 간 여행객이 현지 식당에서 식사를 한 후 복통과 설사 등의 증상을 보이다가 증세가 악화되어 사망, 가족들이 여행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으나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5부(재판장 유석동 부장판사)는 5월 1일 이집트로 패키지여행을 갔다가 숨진 A씨의 부인과 두 자녀가 손해를 배상하라며 B여행사를 상대로 낸 소송(2018가합522800)에서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B여행사와 2018년 2월 11일부터 21일까지 이집트 일대(카이로, 아스완, 아부심벨)를 여행하는 내용의 패키지여행계약을 체결하고 다른 여행객 29명과 함께 2월 12일 오후 4시 30분쯤 이집트 카이로에 도착한 A씨 부부는 다음날인 13일 피라미드, 스핑크스 등을 관람한 후 기자(Giza) 시내의 뷔페식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했는데, A씨가 식사 직후 도착한 박물관에서 복통과 설사 증상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얼마 후 A씨의 부인도 설사 증상을 보였으며, A씨는 다음 목적지로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구토를 하기도 했다. 이후 야간열차를 타고 2월 14일 오전경 아스완역에 도착한 A씨와 A씨의 부인은, B여행사의 위탁을 받고 이집트 현지 일정을 진행한 국외여행 인솔자인 C씨로부터 병원에 가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권유를 받았으나 지사제를 먹었으니 기다려 보겠다고 답하며 당일 오전 관광을 취소한 채 버스 안에서 쉬며 다른 여행객들을 기다렸다. 오후에도 여행 일정에 동행하지 않고 C씨에게 요청하여 숙소인 호텔로 이동하여 휴식을 취하였으나 A씨의 증상은 호전되지 않았다.
다음날인 2월 15일 오전 3시쯤 A씨의 부인은 A씨의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고 있음을 발견하고는 C씨에게 전화로 상황을 알렸고, C씨는 15분 뒤 호텔 직원의 도움을 받아 구급차를 요청한 다음 A씨를 호텔 로비로 이동시켰다. 그 자리에서 A씨의 부인은 A씨에게 심폐소생술을 시도하고 C씨는 A씨의 팔과 다리를 주물렀다. 이후 구급차가 도착하여 4시 30분쯤 A씨와 A씨의 부인을 인근의 병원으로 호송하였으나 A씨는 병원에 도착할 당시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A씨의 부인의 뜻에 따라 A씨의 시신에 대한 부검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A씨의 부인은 병원에서 혈액과 대변 검사를 받고 설사 증상의 원인이 기생충(아메바증) 때문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이에 A씨의 부인과 자녀가 B여행사를 상대로 4억 3600여만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A씨 가족은 "A씨가 B여행사에서 안내한 식당에서 섭취한 음식물을 통해 아메바증에 감염되어 사망한 것"이라며 B여행사의 안전배려의무 위반을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A씨가 사망하기 전에 보였던 설사, 복통, 구토 등의 증상이 아메바증에 감염되었을 경우의 증상이고, A씨와 가장 유사한 형태로 여행일정을 진행한 A씨의 부인에게 아메바증이 검출된 점으로 볼 때, A씨도 아메바증에 감염되었을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나 A씨에 대한 부검이 이루어지지 않아 직접적인 사망원인과 사망에 이르게 된 경위가 밝혀지지 않았고, A씨가 아메바증에 감염되었다고 보더라도 A씨와 A씨의 부인의 감염원이 명확히 특정된 것은 아니다"고 지적하고, "A씨와 A씨의 부인이 (피고가 안내한 기자 시내의 뷔페식) 식당에서 섭취한 음식물을 통해 아메바증에 감염되었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피고가 이 식당을 여행일정에 포함시킨 데에 기획여행업자로서의 조사 · 검토를 다하지 않은 주의의무 위반이 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C의 증언에 따르면, A씨 부부 외에도 3명의 여행객이 설사 증상을 보였는데, 그 중 1명은 하루 정도 지나 상태가 호전되었는바, 여행자 설사는 대부분 장독성 대장균이 원으로 알려져 있어 위 여행객이 아메바증에 감염된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고, 다른 1명은 이 사건 식당에서의 점심이 아닌 같은 날 저녁에 먹은 열차식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보이고, 나머지 1명은 C가 병원에 데려가 검사를 받게 하였으나 별다른 이유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그렇다면 A씨와 A씨의 부인이 이 사건 식당에서 제공한 음식물 외에 개인적으로 섭취한 다른 음식물로부터 아메바증에 감염되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와 관련, "의사의 사체 검안만으로 사망원인을 밝힐 수 없었음에도 유족의 반대로 부검이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 우리나라에서 유족들이 죽은 자에 대한 예우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부검을 꺼리는 경향이 있긴 하나, 그렇다고 하여 사망 원인을 밝히려는 증명책임을 다하지 못한 유족에게 부검을 통해 사망 원인이 명확히 밝혀진 경우보다 더 유리하게 사망 원인을 추정할 수는 없으므로, 부검을 하지 않음으로써 생긴 불이익은 유족들이 감수하여야 한다(대법 2010다12241, 12258 판결)"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타지의 여행객들이 흔하게 겪을 수 있는 '여행자 설사'는 대부분의 경우 자연적으로 증상이 완화되므로 탈수 증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충분한 수분을 보충하는 외에는 특별한 치료가 필요하지 않고, 이러한 정보는 일반 여행자에도 잘 알려져 있는 것"이라며 "피고가 여행자 설사에 대한 일반적인 위험성을 고지하지 않았다고 하여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인솔자인 C는 여행객들에게 물과 음식을 가려서 먹으라는 취지로 말하여 여행자 설사를 예방하기 위한 일반적인 안내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다는 것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