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족 치료로 약 3달간 결근했다가 해고된 한의사가 "업무상 질병으로 치료를 받았는데 부당하게 해고됐다"며 소송을 냈으나 졌다. 업무상 질병이 아니라 개인질환이고, 이로 인한 결근에 대해 사용자의 승인이나 양해를 받지 않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서울행정법원 제14부(재판장 김정중 부장판사)는 5월 2일 한의사 A씨가 "나에 대한 해고를 정당하다고 판정한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 판정을 취소하라"며 중노위원장을 상대로 낸 소송(2017구합2271)에서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A씨는 종전 약 15년간 한의원을 개설하여 한방진료행위에 종사하다가 2015년 12월 서울 강남구에서 상시 근로자 약 20명을 고용하여 한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한의사 김 모씨와 월급 1500만원을 받기로 하고 근로계약을 체결한 뒤, 2016년 5월경까지 김씨의 한의원에서 한방진료행위를 했다. 그러나 2016년 5월경 왼쪽 발에 입은 상처가 악화되어 병원에서 '당뇨병성 족부병변'으로 진단받은 A씨는 5월 24일 수술을 받고 7월 30일까지 입원해 치료를 받다가 퇴원했으나, 퇴원 후에도 약 20일이 지나도록 한의원에 출근하지 못했다. A씨는 퇴원한 지 9일 후인 8월 8일 김씨에게 "8월 20일 이후 출근을 할 수 있고 주 5일 근무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지만 주 3일 정도(격일로) 출근한다면 충분히 환자를 시술할 수 있을 것 같다. 연봉은 주 5일 기준에서 주 3일 기준으로 적용한 비율로 환산하여 받겠다"는 취지의 이메일을 보냈으나, 김씨는 이에 동의하지 않고 8월 19일 "현재 근무 중인 의사로는 내방 환자를 모두 수용할 수가 없어 신규 의사들을 채용할 수밖에 없다"며 A씨를 해고했다.
이에 A씨가 부당해고라며 구제를 신청했으나,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김씨가 A씨를 다른 한의사 월급의 2~3배 정도인 1500만원에 고용하였는데 향후 기존 수준의 근로 제공이 어려워 한의원의 운영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것으로 보이므로 해고사유의 정당성이 인정된다'는 이유로 A씨의 구제신청을 기각했다. 이어 중노위도 같은 이유로 재심신청을 기각하자 A씨가 소송을 냈다.
A씨는 "5월 19일 한의원에서 환자에게 교정시술을 시행하다가 왼쪽 발이 미끄러지며 침상 다리에 왼쪽 발바닥 부위를 부딪쳐 상처를 입었는데, 증세가 악화되어 당뇨병성 족부병변의 진단을 받고 입원했는데, 이 상병은 업무상 부상으로 인한 질병"이라며 "사용자는 업무상 질병으로 치료 중인 근로자를 해고할 수 없음에도, 김씨가 이를 어기고 해고를 했다"고 주장했다. 근로기준법 23조 2항은 "사용자는 근로자가 업무상 부상 또는 질병의 요양을 위하여 휴업한 기간과 그 후 30일 동안은 해고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그러나 "원고가 2016. 5. 23. 당뇨병성 족부병변으로 처음 병원에 가며 김씨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는 '업무가 고되고 능력 이상의 노동을 하였다는 것' 외에 (김씨의) 한의원에서 외상을 입게 되었다는 취지의 언급은 없고, 원고가 내원한 병원에서 원고의 진술 등을 기초로 같은날 작성된 외래초기평가지에 '침대에 부딪혔다'는 기재가 있기는 하나 한의원에서 다쳤음을 나타내는 내용은 없으며, 원고는 2016. 7. 23.경 김씨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도 '업무 과로로 입원치료 중'이라는 취지로 주장하였다"고 지적하고, "(원고가 왼쪽 발바닥 부위에 상처를 입는) 사고가 한의원에서 발생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원고가 사고 후 바로 치료를 받지 않은 점, 사고 다음날과 2일 후에도 근무한 점 등에 비추어 사고로 인한 상처는 심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데, 일반적인 경우 그 정도의 상처로 배농치료술과 약 2개월 이상의 입원치료를 요하는 당뇨병성 족부병변과 같은 증세가 진행된다고 보기는 어렵고, 당뇨족은 외상을 입으면 상처의 치유가 되지 않는 등 여러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지속적으로 발에 주의를 기울이고 관리할 필요가 있는데 원고가 상병 발생 이전 당뇨병과 관련하여 진료, 치료를 받았다는 기록은 없고, 외래초기평가지 기재에 비추어 원고는 자신에게 당뇨가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하였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 상병은 원고의 기존 질환인 당뇨와 그에 대한 관리나 처치가 충분하지 못하였다는 사정으로 유발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가 한의원에서 주로 담당하였던 뒷 교정의 내용이나 시술시간, 원고의 관련 시술의 전문성이나 경력 등에 비추어,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과중하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원고가 업무 중 사고를 당했다고 보기 부족할 뿐만 아니라 원고의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기존 질병인 당뇨와 업무 외적인 상처를 자연적인 진행 경과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시켜 상병을 유발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의 업무와 상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상병이 업무상 질병에 해당함을 전제로 한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또 "김씨가 원고가 상병으로 인하여 입원하였다는 사실을 알고 원고에게 '다른 신경 쓰지 마시고 쾌차하시는 데만 전념하세요', '산재보험 처리하는 방향으로 할게요' 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내거나 병문안을 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같이 일하는 동료 한의사의 쾌유를 빌고 가능한 한 도와주겠다는 취지의 도의적인 배려를 넘어, 원고가 장기간 근로를 제공할 수 없다는 사정을 김씨가 승인하거나 양해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원고는 상병으로 (김씨와 맺은) 근로계약상 약정한 근로제공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있고, 김씨가 이를 양해하거나 동의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므로 사회 통념상 고용 관계를 계속할 수 없는 사유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A씨에 대한 해고에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는 것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