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장례식장 영업 이사에 변사사건 장소 알려준 경찰…공무상 비밀누설 유죄
[형사] 장례식장 영업 이사에 변사사건 장소 알려준 경찰…공무상 비밀누설 유죄
  • 기사출고 2019.05.10 18:3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법] "수사 정보에 준하는 비밀성 유지돼야"

장례식장의 영업 이사에게 변사사건의 발생장소를 알려준 경찰에게 공무상 비밀누설 유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제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4월 23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기소된 전 경찰관 주 모(51)씨에 대한 상고심(2019도57)에서 주씨의 상고를 기각,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에서 근무하면서 고양, 일산, 파주 지역에서 발생하는 변사사건 현장 등의 감식 업무를 담당한 주씨는, 경기 고양시에 있는 장례식장 2곳의 영업 이사인 한 모씨와 사건 현장에서 자주 마주치게 되어 자연스럽게 교류하면서 주로 자신이 비번일 때 만나 술과 식사를 함께 하고, 해외여행도 동행하는 등 호형호제하는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던 중 한씨가 2016년 8월경 주씨에게 부인과의 불화로 이혼위기에 있음을 언급하면서 일에만 전념하고 싶으니 변사사건 정보를 많이 알려달라는 취지로 부탁하자 이를 승낙한 주씨는, 2016년 11월 26일 오전 7시 10분쯤 자신의 휴대전화기로 자신을 포함한 경기북부경찰청 소속 변사사건 감식업무 담당 경찰관 약 75명이 회원으로 가입한 단체 카카오톡 채팅방에 '고양시 덕양구 토당동 ○○○-○ 변사'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가 수신되자, 그 직후인 오전 7시 11분쯤 한씨로부터 제공받은 차명 휴대폰을 이용하여 한씨에게 '고양시 덕양구 토당동 ○○○-○'이라는 카카오톡 문자메시지를 전송하여 변사사건이 발생한 장소를 알려줌으로써 한씨로 하여금 경쟁 장례식장 담당자에 앞서 변사자의 유족을 접촉하여 변사자의 시신을 자신이 근무하는 장례식장으로 운구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주씨는 이를 비롯하여 2016년 11월 23일경부터 같은해 12월 9일경까지 17회에 걸쳐 한씨에게 직무상 비밀인 고양, 일산 지역 내 변사사건 발생 정보를 알려줌으로써 공무원으로서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을 누설한 혐의로 기소됐다.

주씨는 재판에서 "한씨에게 카카오톡으로 변사사건의 발생장소를 알려준 사실이 있으나, 이 내용은 보호필요성이 결여되어 비밀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그러나 대법원 판결(2002도7339)을 인용, "형법 127조는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가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을 누설하는 것을 구성요건으로 하고 있고, 동조에서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이란 반드시 법령에 의하여 비밀로 규정되었거나 비밀로 분류 명시된 사항에 한하지 아니하고 정치, 군사, 외교, 경제, 사회적 필요에 따라 비밀로 된 사항은 물론 정부나 공무소 또는 국민이 객관적, 일반적인 입장에서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 것에 상당한 이익이 있는 사항도 포함하는 것이나, 실질적으로 그것을 비밀로서 보호할 가치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할 것이고, 본죄는 기밀 그 자체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공무원의 비밀엄수의무의 침해에 의하여 위험하게 되는 이익, 즉 비밀의 누설에 의하여 위협받는 국가의 기능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제하고, "형사범으로 처벌하기 위해서는 징계법상의 의무위반보다 비난의 정도가 높아야 함은 물론, 불법에 대한 제재도 보충적이어야 하므로 비밀유지이익이 행정관청 내부에 그치는 정도로는 아니 되고, 국가적 차원에서 공공의 이익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대한 것이어야 하고, 나아가 본 죄는 추상적 위험범이므로 비밀을 누설함으로써 곧 범죄는 완성되고, 구체적인 위험까지 발생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유족이 있는 경우 그 의사가 최우선이므로 장례업자들로서는 변사장소에 빨리 도달하여 유족을 만나는 것이 영업에 유리함은 분명해 보이고, 따라서 장례업자들은 이에 관해 이해관계가 크다"고 지적하고, "특정 장례식장 차량이 변사 현장에 알 수 없는 방법으로 먼저 나타나면, 경찰과 특정 장례식장과의 유착의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고, 이는 경찰의 행정작용은 물론 수사 공정성에 대한 신뢰에도 손상을 가할 수 있으며, 설령 증명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와 같은 정보제공에 대하여 유 · 무형의 대가가 오갈 가능성이 매우 높으므로 경찰 공무원의 청렴성 또한 매우 저해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경찰청은 서울남부지검에서 변사체 운구를 소개한 경찰관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전직 경찰관이 구속된 사건이 발생, 언론에 보도되자 2011년 10월 25일 전국 지방경찰청에 '장례업소 유착비리 근절 등 국민신뢰 제고를 위한 변사사건 처리 종합대책'이라는 공문을 발송, 경기지방경찰청이 같은 내용의 대책을 수립하여 관내 경찰서에 하달했고, 이에 의해 유족이 확인되는 경우 유족이 원하는 장례업소로 운구하고, 무연고 변사자 및 유족확인이 곤란한 경우 장례업소별로 순차로 운구하는 내용의 지침이 마련되었다.

1심 재판부는 또 "변사체는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범죄의 단서가 되는 것이고 사람이 사망한 사건은 모든 범죄 중에서 가장 중대하고 중요한 범죄이므로 추호의 의혹도 없이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수사될 필요가 있어 (형사소송법에서는) 검시시점부터 검사가 관여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면 변사사건에 대한 정보는 수사사건에 관한 정보에 준하는 비밀성이 유지될 필요가 있다"고 판단, 주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주씨가 한씨에게 알려준 정보가 보호필요성이 있어 공무상 비밀에 해당함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1심 재판부에 따르면, 주씨는 한씨 동생 명의로 개통된 전화를, 한씨는 장례식장 직원 명의의 2G폰을 사용하였는데 위 전화는 주씨와 한씨 사이에만 위 목적으로 비밀리에 사용되었고, 전화요금은 장례식장 측 비용으로 지불되었다.

이에 주씨가 항소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도 "피고인이 한씨에게 알려준 '고양, 일산 지역 내 변사사건 발생 정보'는 형법 127조에서 정하는 '직무상 비밀'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주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도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