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가 애견카페 계단에서 미끄러져 다쳤더라도 카페 주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애견카페를 이용한 것만으로 카페 주인에게 강아지의 관리까지 위탁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다.
서울중앙지법 김수영 판사는 4월 3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애견카페에서 다친 강아지 주인 김 모씨가 손해를 배상하라며 이 애견카페의 주인 이 모씨를 상대로 낸 소송(2017가단5162841)에서 이같이 판시, 김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2016년 7월 25일 생후 9개월 정도 된 골든 리트리버 강아지를 데리고 이씨의 애견카페를 찾은 김씨가 1층에 있는 카페에서 음료수를 마시고 있었는데, 이씨가 애견카페의 1층과 지하층을 연결하는 계단에서 자신이 키우는 강아지 2마리와 공을 던지며 놀다가 공을 지하층 쪽으로 던지자 이를 본 김씨의 골든 리트리버가 공을 쫓아 지하층을 향해 계단을 내려가다가 넘어져 계단 끝까지 미끄러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김씨의 강아지는 사고 직후 혼자 일어나 다시 계단을 올라가는 등 별다른 증상을 보이지 않았으나, 열흘 후인 8월 4일경 왼쪽 뒷다리 고관절에서 아탈구가 발견되어 동물병원에서 수술을 받았고, 이후 오른쪽 뒷다리 고관절에도 아탈구 등의 증상이 발생했다. 이에 김씨가 "애견카페 1층에 위치한 카페를 이용함으로써 이씨와 강아지에 대한 위탁관리계약이 체결되었다고 보아야 하는데, 이씨가 부수적 의무인 강아지 안전을 배려하여야 할 보호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이씨를 상대로 2800여만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이씨의 애견카페는 1층에 위치한 카페, 지하층에 위치한 애견미용실, 애견호텔, 애견용품점, 애견놀이방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지하층에 위치한 애견미용실 등에서는 비용을 지불하고 해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1층에 위치한 카페에서는 지하층에 위치한 애견미용실, 호텔 놀이방 등의 시설을 이용하지 않더라도 주인과 개가 함께 입장하여 음료수와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김씨는 2016년 7월 25일 오후 이 애견카페를 방문하여 강아지와 놀아주는 애견놀이방 서비스를 신청했고, 이에 이씨의 직원이 같은날 오후 5시 30분까지 2시간 동안 1만원의 이용료를 받고 강아지와 놀아주었다. 애견놀이방 서비스가 종료하자 김씨가 강아지를 데리고 1층에 위치한 카페로 올라가 음료수를 주문했고, 강아지를 데리고 음료수를 마시던 중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김 판사는 "원고가 개의 입장이 허용된 카페를 이용하였다는 것만으로 카페의 소유자인 피고에게 개의 관리까지 위탁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달리 피고가 원고로부터 강아지를 위탁받아 관리하던 중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인정할 증거도 없으므로, 피고에 대해 계약에 따른 채무불이행 책임을 묻는 원고의 주장은 나머지 점에 관하여 더 이상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고 밝혔다.
김씨는 "애견카페를 운영하는 이씨는 개들이 안전하게 오르내릴 수 있도록 애견카페의 내부에 계단을 설치하지 않거나 부득이하게 계단을 설치하더라도 개들이 안전하게 오르내릴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며 불법행위 책임도 주장했으나, 김 판사는 "애견카페에 계단을 설치하지 말아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볼 근거가 전혀 없고, (사고가 발생한) 계단에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하자가 있고, 그러한 하자로 인하여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볼 증거도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판사는 또 "원고의 주장처럼 피고가 공으로 (원고의) 강아지를 계단 쪽으로 달려 내려오도록 유인했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가 원고 또는 강아지에 대한 관계에서, 계단에서 공놀이를 하지 않아야 한다거나 공을 계단 아래 쪽으로 던지지 말아야 할 어떤 주의의무를 부담한다고 보기 어려우며, 달리 피고가 고의 또는 과실로 사고를 유발하였다고 인정할 증거도 없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