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는 물론 휴일에도 회사 웹사이트에 접속해 시스템 등을 모니터링하던 근로자가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서울행정법원 제7부(재판장 함상훈 부장판사)는 3월 7일 심근경색으로 숨진 A씨의 부인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2017구합55046)에서 업무상 재해라고 판시, "유족급여와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B사에서 시스템부의 총괄부장으로 근무하던 A씨는 2014년 6월 19일 오후 10시 20분쯤 퇴근 후 자택에서 호흡곤란 증세를 일으켜 119구조대에 의해 병원으로 후송되었으나 약 1시간 만인 오후 11시 30분 급성 심근경색(추정)으로 숨졌다. 이에 A씨의 부인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거절되자 소송을 냈다.
A씨는 시스템부의 전체 업무를 총괄하면서 차장과 함께 시스템과 네트워크 모니터링, 해킹과 악성 코드에 대한 대응, 백업 등 시스템 관리 업무를 담당하였고, 나머지 직원들은 시스템의 개발, 디자인 등의 업무를 담당했다. A씨가 담당한 업무 중 시스템과 네트워크 모니터링 업무는 인터넷 웹서비스의 작동과 네트워크 장비간 통신 등에 문제가 있는지 여부를 상시 확인하는 것으로, 근무시간에는 차장이, 근무 외 시간에는 A씨가 이를 담당했다. 모니터링 업무시간을 제외하고 A씨의 사망 전 1주일 동안의 근무시간은 약 64.5시간, 사망 전 4주 동안의 주당 평균 근무시간은 약 50시간, 사망 전 12주 동안의 주당 평균 근무시간은 약 46시간이다.
재판부는 "A씨는 퇴근 후 야간이나 새벽, 휴일에도 웹사이트에 접속하는 등의 방법으로 B사의 시스템과 네트워크에 관한 모니터링 업무를 수행하였는바(앞에서 소개된 근무시간에 위 모니터링 업무시간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A씨는 퇴근 이후나 휴일에도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하지 못하여 장기간 육체적, 정신적으로 피로가 누적되었을 것으로 보이고, 특히 산업재해보상보험법 37조 1항,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34조 3항과 [별표 3] 1호 다목의 위임에 근거하여 고용노동부장관이 고시한 '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 질병 및 근골격계 질병의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 1항 1호 나목은 '단기간 동안 업무상 부담'의 기준으로 '발병 전 1주일 이내의 업무의 양이나 시간이 일상 업무보다 30퍼센트 이상 증가한 경우'를 규정하고 있는바, A씨의 사망 전 1주 동안의 근무시간은 모니터링 업무시간을 제외하고도 약 64.5시간에 이르러 이 규정에서 정한 기준에 해당한다"고 지적하고, "B사는 2014년경부터 경영상태가 악화되는 바람에 2014. 4. 30. 네트워크 장비에 대한 유지 · 보수 담당 회사, 백업 장비 유지 · 보수 담당 회사와의 위탁계약을 해지하였고, 시스템부에서 해당 업무를 추가적으로 수행하게 되었으며, 이 업체들에게 위탁한 업무의 내용과 이 업체들에 지불하였던 보수의 금액 등에 비추어 보면, 이와 같이 위탁계약이 해지됨에 따라 A씨는 2014. 5.경부터 시스템부의 총괄부장으로서 업무 부담과 스트레스가 상당히 증가하였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게다가 A씨는 사망일로부터 약 1주일 전 같은 부 직원에 대한 정리해고 업무를 담당하였고 사망 당일인 2014. 6. 19. 해고 대상 직원으로부터 항의를 듣기도 하였는바, 증인의 증언 등에 비추어 인정되는 당시 A씨의 업무태도와 회사 내 분위기, A씨의 사망 1주 전 근무시간 등을 고려해 보면, A씨가 사망 직전 그의 건강과 신체조건에 비추어 볼 때 과중한 업무로 과로하거나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A씨의 과로나 스트레스와 A씨와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것이므로 A씨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A씨가 2011.경부터 고혈압, 당뇨병의 증세가 있었고 평소 흡연하기도 하여 동맥경화를 일으키는 주요 위험인자를 가지고 있긴 하였으나, 의학적으로 스트레스도 동맥경화를 일으키는 인자로 여겨지고 있는 점, 고혈압은 2014. 6.경 약물 복용 등을 통해 목표혈압에 도달하였고, 당뇨병으로 인한 합병증은 없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A씨는 고혈압, 당뇨 등의 기존 질환을 가진 상태에서 사망 전 업무의 현저한 증가로 인하여 지속적으로 육체적 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가 누적되었고, 이러한 업무 과중으로 인한 과로와 스트레스가 동맥경화를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악화시켜 심근경색을 유발하거나 기존질병에 겹쳐 심근경색을 유발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