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수습사원으로 일하던 '워킹맘'에게 공휴일 근무 등 자녀 양육과 충돌되는 지시를 내리고 결근 등을 이유로 정식 채용을 거부한 것은 부당해고라는 판결이 나왔다. 부모의 '자녀 양육권'을 배려하지 않았다는 취지다.
서울행정법원 제14부(재판장 김정중 부장판사)는 3월 21일 도로 유지 · 관리 업체인 M사가 "임 모씨에 대한 본채용 거부를 부당해고로 판정한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2018구합50376)에서 이같이 판시, M사의 청구를 기각했다. 임씨가 피고보조참가했다.
M사는 2017년 4월 1일 당시 1세와 6세 아이를 양육하던 엄마인 임씨를 3개월의 수습기간을 거쳐 정식채용을 결정하기로 하고 근로계약을 체결, 통행료를 징수하는 요금소가 있는 사업장인 순환도로 영업소의 서무주임으로 채용했으나 수습기간 중 무단결근을 5일 했다는 등의 이유로 2017년 6월 30일 임씨에게 정식채용을 거부하고 그 내용을 통보했다.
임씨는 애초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하고 주휴일과 근로자의 날에만 쉬는 조건으로 근로계약을 맺었으나, 5월 3일(석가탄신일)에 무단결근을 하고, 상급자가 공휴일 근무를 주지시켰음에도 같은 달 5일(어린이날), 9일(대통령 선거일) 및 6월 6일(현충일)에 무단으로 결근하였으며, 5월 11일경부터는 오전 7시~오후 2시 근무인 초번 근무의 수행도 거부하였다. 초번 근무는 통상적으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이 보육 업무를 시작하는 시간보다 일찍 출근할 것을 요구하게 되므로, 어린 자녀를 보육시설에 등원시켜야 하는 임씨로서는 초번 근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하기 곤란한 상황이었기 때문. M사에서는 상급자가 첫 달인 4월에는 임씨가 초번 근무를 할 때 어린 자녀의 어린이집 등원 시간에 맞추어 외출시간을 허용해 주었으나, 공휴일 결근 문제가 불거지자 '무단결근이 지속되면 외출의 편의를 봐 줄 수 없다'고 언급했고, 이에 임씨가 5, 6월 초번 근무를 수행하지 않은 것이다.
임씨는 수습평가 결과 '업무 수행능력'에서는 적어도 70% 이상으로 우수하였고, 어느 평가자로부터는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였으나, 근태 항목에서 대폭 감점당하는 바람에 채용점수인 70점에 미달하는 점수를 받아 정식채용이 거부되자 부당한 해고라고 주장하면서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를 신청, 기각되자 중노위에 재심을 신청해 중노위로부터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받아들이는 판정을 받았다. 이에 M사가 소송을 냈다.
재판에 피고보조참가한 임씨는 "당시 1세, 6세의 어린 자녀를 양육하던 '일하는 엄마'였음에도 이러한 사정을 배려받지 못하였다"며 "설령 무단결근 또는 초번 근무지시 거부가 인정되더라도, 본채용 거부통보는 합리적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1세, 6세의 두 아이를 양육하고 있어서 보육시설이 운영되지 아니하는 오전 이른 시간이나 공휴일에는 근무할 수 없던 것이므로, 초번 근무 및 공휴일 근무 거부를 이유로 해고 통보를 한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근로계약서는 주휴일 및 근로자의 날을 휴일로 인정하고 원고의 취업규칙 또한 사원의 유급휴일을 주휴일, 근로자의 날로 정하므로, 2017. 5. 1.은 근로자의 날로써 휴일에 해당하여 임씨가 근무할 의무가 없다고 할 것이지만, 임씨가 결근한 나머지 공휴일은 근로계약상의 휴일이 아니므로 원칙적으로 임씨에게 근무할 의무가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임씨가 초번 근무지시를 이행하지 아니하였다는 사실과, (근로자의 날을 제외하고) 4일의 다른 공휴일에 무단결근을 하였다는 사실은 본채용 거부통보의 정당한 사유로 인정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원고 회사가 초번 근무나 공휴일 근무를 지시한 것은 일견 외관상으로는 취업규칙과 복무규정에 따른 적법한 것이고, (원고의 임씨에 대한) 본채용 거부통보의 전제가 되는 수습평가 결과 또한 '초번 근무 불이행'과 '공휴일 무단결근'이라는 객관적 사실에 근거한 것으로 보일 수 있으나, 원고 회사는 임씨의 수습기간과 수습평가 과정에서 일 · 가정 양립을 위한 배려나 노력을 기울이지 아니하고 형식적으로 관련 규정을 적용하여 실질적으로 임씨가 '근로자로서의 근무'와 '어린 자녀의 양육' 중 하나를 택일하도록 강제되는 상황에 처하게 하였고, 그 결과 임씨가 '초번 근무'와 '공휴일 근무'를 수행하지 못하여 수습평가의 근태 항목에서 전체 점수의 절반을 감점 당하는 결과가 초래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본채용 거부통보는 사회통념상 상당하다고 인정하기 부족하여 효력이 없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