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 대법원장이 최근 발생한 법조비리 사건과 관련, 국민들에게 사죄했다.

이 대법원장은 16일 오전 법조비리 근절대책 마련을 위해 열린 전국법원장회의 훈시를 통해 "사법부와 법관에 대해서만은 각별한 마음을 아끼지 않으셨던 국민들이 받았을 실망감과 마음의 상처를 생각하면, 송구스러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며, "전국의 모든 법관들과 더불어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사죄했다.

이 대법원장은 "법관들은 사법부가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된 주요 원인이 우리 스스로에게 있음을 통감하고, 이번 사태에 대해 깊이 자성해야 한다"며, "어떤 행동이 특권적 선민의식의 발로하는 비난을 불러일으키게 하였는지 통렬하게 반성해 보아야 한다"고 법관들에게 주문했다.

이 대법원장은 "국민들은 우리가 법관이라는 이유만으로 수도자에게나 어울릴 만한 도덕성과 고도의 자기절제를 요구하고 있다"며, "다른 사람의 잘잘못을 가리고 사회의 부정을 단죄해야 할 법관이 도덕성과 청렴성을 의심받게 된다면, 아무리 뛰어난 법률지식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사람은 법관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질타했다.

이 대법원장은 "지금의 상황은 우리 법관들은 잘 하고 있는데 국민들이 몰라주고 있다고 한탄만 하고 있을 여유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며, "대다수 국민들은 아직도 전관예우가 엄연히 존재한다고 믿고 있고, 재판 결과가 청탁과 정실에 의해 좌우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강도높은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이 대법원장은 사법불신의 원인과 관련, "주된 원인이 공개된 법정에서 당사자와의 사이에 적정한 의사소통 없이 재판의 결론을 도출해 내는 그동안의 잘못된 재판관행에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법원장은 이어 "(사법불신이) 법정이 아닌 판사실에서 법관들만에 의해 재판의 실체가 형성된다고 믿는 데 따른 불안감과 의구심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며, "법정에서 마음대로 이야기할 수 없으니 소송관계자들은 전관 변호사를 선임하고, 그것도 부족하여 우리 주변 사람들에게 접근하여 법정 밖에서 법관들과 접촉할 기회를 찾고 싶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법원장은 "공개된 법정에서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에 따라 당사자들의 치열한 공방이 이루어지고, 이를 통하여 실체적 진실이 발견되고 적정한 판단이 도출돼야 한다"며, "취임이후 민사소송법과 형사소송법상 재판의 기본원칙인 구술주의와 공판중심주의를 충실히 실천하자고 강조해 온 것도 이런 판단 때문"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대법원은 전국법원장회의에서 법조비리 근절대책을 모색한 후 회의가 끝나는 대로 장윤기 법원행정처장 명의의 대국민 사과성명과 함께 회의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Copyrightⓒ리걸타임즈(www.legaltime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