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인사혁신처가 발표한 퇴직공직자 취업제한 외국 로펌 중 최고 하이라이트는 소송과 정부조사 대응 전문 미국 로펌인 코브레 앤 김(Kobre & Kim)이었다. 서울에 나와 있는 외국변호사들 사이에서도 코브레 서울사무소가 연매출 100억원을 돌파했다고 톱 뉴스로 얘기되고 있다.
코브레의 선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요즈음 한국시장에서 잘 나가는 외국 로펌들은 일부 예외가 있지만, 미국 소송이나 국제중재, 미 정부의 조사나 규제에 대한 자문을 주로 하는 분쟁해결 전문, 송무 로펌들이다. 코브레 외에도 한국에 진출한 여러 로펌들이 해외소송 또는 국제중재를 수행하며 성과를 내고 있다.
서울에 나와 있는 로펌들뿐 아니라 홍콩 등에 전진기지를 두고 한국업무를 수행하는 외국 로펌들도 마찬가지다. 리걸타임즈는 이번 호에 분쟁해결 전문 퀸 엠마뉴엘을 취재했다. 소송만 수행하는 소송변호사 집단인 퀸 엠마뉴엘 홍콩사무소는 특히 'pre litigation' 대응이란 새로운 법률서비스로 소송이나 국제중재로 비화되기 전에 합의를 이끌어내는 등 높은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다.
해외로 진출하는 한국기업들이 늘어나는 것과 비례해 한국기업이 관련된 해외소송, 분쟁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두려워만 할 일은 아닌 것 같다. 변호사들 얘기를 들어보면, 미국 등의 경쟁업체에서 전략적으로 한국기업의 기를 꺾기 위해 소송을 내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하고, 한국기업들도 당하고만 있지는 않다. 한국기업이 먼저 소송을 제기하기도 하고, 상대방이 합의를 염두에 두고 제기한 소송에 적극 대응해 합의는커녕 단 1달러도 양보하지 않는 청구 기각 판결을 받아내고 있다.
법무법인 KCL이 얼마 전 미국에서 농심을 상대로 제기된 집단손배소에서 라면값을 담합했다는 증거가 없다는 판단과 함께 배심원 전원일치의 원고 패소판결을 받아낸 것은 이래서 더욱 의미가 돋보인다. 미국의 합의전담 판사는 시종일관 패소할 것이라고 압박하며 거의 1년 내내 합의 또는 조정으로 해결할 것을 종용했으나 농심을 대리한 KCL에선 타협 대신 정의를 지키는 힘든 길을 선택해 관철시켰다.
국내외 로펌들이 해외소송 대응과 관련해 매우 창의적인 실무를 발전시키고 있다. 퀸 엠마뉴엘 홍콩사무소의 존 리 변호사는 해외진출 기업들에게 소송이 일상화되고 있다며 해외시장에 새로 들어갈 때 일종의 기업소송전략을 마련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모르고 당할 때가 두려운 것이지 상대의 의도를 꿰뚫어보고 전략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면 해외소송도 그렇게 걱정할 일은 아니다. 해외로 진출하는 기업들을 따라 국내외 로펌들도 함께 뛰고 있다.
리걸타임즈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