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당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4부(재판장 김득환 부장판사)가 11일 판결 선고와 관련해 배포한 판결 요지를 요약해 소개한다.
-통신비밀보호법 자체에는 아무런 위법성조각사유도 규정하고 있지 않지만, 통신의 비밀을 침해하는 것이기는 하되 언론의 기능상 보도가 불가피하다고 보여지는 등 두가지 기본권이 서로 상충되어 충돌하는 경우에는 통신의 비밀을 침해하는 행위에도 형법상의 정당행위 조항 내지 언론중재및피해구제등에관한법률 5조2항에서 정한 형사사법상의 일반적 위법성조각사유의 적용이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이렇게 해석하지 않을 경우 통신의 비밀은 통신비밀보호법 3조1항에서 예외적으로 열거한 몇 가지 경우 외에는 어떠한 경우에도 제한이 불가능한 기본권으로 되고, 따라서 기본권의 규범조화적 보장을 도모하고자 하는 헌법상의 기본 원리에 반하는 부당한 결과가 초래된다.
-피고인 이상호 및 문화방송에서 불법도청된 통신비밀을 취득하여 보도에 이르게 된 전체적인 과정에 위법성 판단의 원칙을 구체적으로 적용시킨 요지는 다음과 같다.
▲언론기관에서 자료의 입수 당시에 이미 그 불법성을 인지하고 있었던 경우에 이를 공개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위법성이 조각될 수 없는 것이기는 하나, 이 사건의 경우 취득한 자료들에 담겨 있던 내용은 주로 대기업 및 언론기관의 고위경영자들 사이에서 논의된 대통령 선거정국의 기류 변화에 따른 여야후보 진영에 대한 정치자금지원 문제와 정치인과 전현직 검찰 고위 관계자에 대한 이른바 추석 떡값 등의 지원 문제로서, 대통령중심제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 헌법상 대통령 선거가 공명, 정대하게 치러져야 함이 국가의 통치질서상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라는 점, 이러한 선거과정에서 대통령후보자를 비롯한 정치인과 선거부정사범 및 모든 형사사건의 최종적, 독립적 수사권과 기소권을 행사하는 검찰조직은 국민의 명령에 복종하는 수명자로서 그 누구보다도 법을 준수하여야 하고 그 직무의 순결성이 보장되어야 하는 점 등에 비춰 보면, 위 자료에 담겨 있던 정보의 내용은 민주적 기본질서의 근간을 이루는 주요한 공익적 사항과 직결되어 있어 그 공개의 불가피성을 인정할 수 밖에 없고, 따라서 예외적으로 엄격한 요건 하에서 공개행위에 대한 위법성 조각의 가능성이 인정된다.
▲피고인 이상호가 자료의 입수 당시 일정한 금원을 지급한 것은 사실이나, 제반 사정상 그 금원이 위 자료들을 넘겨받는게 대한 대가적 성격을 가졌다고는 보여지지 않고, 위 자료들에 담겨진 내용의 중대성 등에 비추어 볼 때 취재의 관행을 넘지 않는 수준에서 사례를 한 것을 두고 위법하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피고인 이상호 및 문화방송은 위 안기부 X-파일을 취득한 뒤 성문분석, 그 출처에 대한 보강취재 등을 통하여 위 자료의 진정성 여부 확인을 위하여 언론기관으로서 보안을 유지하면서 할 수 있는 나름대로의 조치를 다하였다고 판단되고 보도에 이르는 과정에서도 신중을 기하였다.
▲문화방송이 보도를 함에 있어서 결과적으로 대화 속에 나오는 실명이 공개되는 등 개인의 인격권 침해의 요소가 다소나마 있었고, 보도 내용중에서도 녹음테이프에 나오는 대화 속의 언급대상을 혼동하여 일부 오류가 있었던 점은 인정되나 이러한 요소만으로는 보도의 수단, 방법 등에 있어서 상당성을 결여하였다고 판단되지는 않는다.
▲종합적으로 볼 때 비록 피고인 이상호나 문화방송이 최초 불법적인 자료를 취득하기는 하였지만, 그 보도에 이르는 과정에서 그 불법성에 깊이 오염되지 않았다고 판단함이 정당하다.
▲대화당사자나 대화의 대상이 된 인물들은 모두 국정의 방향, 국가조직의 운영, 기본적인 국가정치질서, 국민의 정치생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공적 인물들인바, 대화당사자들이 이러한 공적 인물들을 대상으로 불법적인 정치자금이나 대선자금, 떡값 등의 제공을 논의하고 이를 일부 실행하였다는 점에 관하여 충분히 의심할만한 자료가 있는 이상, 이에 관한 언론보도의 결과로 인하여 입게 되는 어느 정도의 인격권의 침해는 감수할 수 밖에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
▲위 여러 요소들을 모두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보도는 비록 통신비밀보호법 16조 1항 2호의 구성요건에는 해당되는 것이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그 보도의 목적의 정당성, 법익의 균형성, 수단의 상당성 및 비례성 등의 요건을 모두 충족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
-피고인 김연광이 주도한 월간조선의 전문게재에 대한 위법성 판단
▲언론기관의 보도에 대하여 위법성의 조각을 인정하는 이유는 언론기관이 보도를 함에 있어서 개인의 기본권 침해가 최소화되도록 충분한 주의와 노력을 기울이고 그에 적합한 보도의 수단 및 형태를 선택하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나, 월간조선의 전문게재는 그 목적의 정당성은 인정될지라도 수단, 방법에 있어서 상당성 내지 비례성을 갖지 못하므로 위법성의 조각이 인정될 여지가 없다.
▲다만, 피고인 김연광에 대하여는 기사를 게재하게 된 목적의 일단에 언론인으로서의 사명감도 일부 작용한 점, 당시의 상황은 이미 위 녹취록 및 녹취보고서의 주요한 내용을 다른 언론매체에서 모두 공개한 뒤여서 피고인에게 큰 위법성의 인식을 기대하기 어려웠던 점 등 정상을 참작하여 유죄를 인정하되 그 선고를 유예하였다.
Copyrightⓒ리걸타임즈(www.legaltime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리걸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