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진료를 받아왔고  알코올 의존증이 있던 형이 친동생과 술을 마시다가 친동생을 흉기로 찔러 다치게 했다. 수원지법 형사11부(재판장 이준철 부장판사)는 12월 14일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형 박 모(58)씨의 심신미약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징역 10월의 실형을 선고했다(2018고합381). 다만 박씨에게 살해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며 살인미수가 아닌 예비적 공소사실인 특수상해죄를 유죄로 인정했다.

박씨는 지난 5월 18일 저녁경 안양시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동생(56)과 함께 술을 마시던 중 동생에게 자신의 집에서 자고 가라는 취지로 말했다. 그러나 동생은 술에 취한 박씨가 심하게 잔소리를 한다는 이유로 박씨의 제의를 거부하고 안산에 있는 집으로 가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박씨는 오후 11시 3분쯤부터 다음날 오전 1시 35분쯤 사이 동생이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화가 나 부엌에 있던 과도로 동생의 복부를 찔러 전치 4∼6주의 상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박씨는 재판에서 "범행 당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했다"고 주장했다. 심신미약이 인정되면 형을 필요적으로 감경해야 한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인에게는 알코올 의존 증후군과 기분부전장애 증상이 관찰되는 사실, 피고인은 이 사건 이전부터 불안과 불면, 우울정서 등을 이유로 간헐적으로 정신과 진료를 받아왔던 사실, 피고인은 이 사건 당일에도 정신과에서 처방받은 약을 복용하고 많은 양의 음주를 하였던 사실은 인정되나, 피고인의 증상 중 하나인 기분부전장애는 우울한 기분이 장기간 지속되는 상태로서 기본적인 일상생활은 수행할 수 있는 점, 이 사건 공소제기 전 이루어진 피고인에 대한 감정유치절차에서 감정의는 범행 당시 피고인이 알코올 섭취로 인해 일시적으로 충동조절능력과 기억력이 저하된 상태였던 것으로 추정되나 심신상실 내지 심신미약 상태로는 볼 수 없다는 취지의 소견을 밝히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친동생인 피해자와 다투다가 우발적으로 범행에 이른 것으로 경위에 일부 참작할 사정이 있는 점, 피고인이 범행 후 직접 소방서에 신고하여 피해자가 병원으로 후송된 점, 피해자가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아니하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사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다만 박씨가 동생과 대체로 좋은 관계를 유지해 왔고, 동생이 다친 사실을 인식하자 곧바로 119 신고를 한 점 등을 종합해 보면, 범행 당시 박씨에게 상해의 고의를 넘어 동생을 살해하려는 범의까지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살인미수가 아닌 예비적 공소사실인 특수상해죄를 유죄로 인정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