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문제로 나라가 시끄럽다. 다급해진 정부는 연이어 다양한 대책을 내놓았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단연 세금 대책이 중심이다. 사람들의 행동을 이끄는 데 세금만큼 효과적인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세금 대책의 큰 틀은 이렇게 요약된다.
세금 대책이 중심
부동산 양도소득세와 보유세 부담을 높여서, 다주택자들은 주택을 내어놓게 하고, 주택에 대한 투기수요는 잡겠다는 것이다. 공급이 늘고 수요가 줄면, 가격은 하락하는 것이 상식이다. 이제 정부의 의도대로 시장이 움직일지가 관건이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다주택자들이 과중한 양도소득세 때문에 매물을 내놓지 않고, 증여나 상속을 대비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정부의 의도와는 달리 양도소득세의 부담이 공급을 막고 있는 셈이다.
집을 사면 언젠가 팔거나 증여하거나 아니면 끝까지 갖고 있다가 상속하게 된다. 다주택자들은 왜 매각보다 증여나 상속이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양도소득세의 본질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세금이 납세자들의 행동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주위에서 "집값이 일 년 사이에 몇 억 원이 올랐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여기서 집값 상승분은 '소득'일까? 보유하고 있는 자산의 가치가 올랐다면 일단 소득은 맞다. 그리고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것이 세금에 관한 상식이다. 하지만 아직 실현되지도 않은 소득에 대해서 세금을 매기려 한다면 납세자들은 쉽게 수긍하기 어려울 것이다. 집을 팔아서 돈을 손에 쥔 것도 아니고 또 집값은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데, 세금부터 내라고 한다면 일단 반발부터 할 것이다. 그래서 소득세법은 하나의 법 안에서도 소득의 성격을 나누어서 규정하였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종합소득세는 납세자가 1년 간 벌어들인 각종 소득을 합해서 매년 세금을 매긴다. 반면 자산의 가치가 올라서 벌어들인 소득은 자산을 양도한 시점을 기준으로 그 동안 가치상승분을 합해서 양도소득세라는 별도의 세금을 매긴다. 그동안 쌓인 가치상승분이 '양도'라는 사건을 계기로 한 번에 실현된 것으로 보겠다는 취지이다.
소득세법의 양도
이처럼 양도소득세를 매길 수 있게 하는 핵심은 바로 '양도'라는 개념이다. 그리고 소득세법 제88조 제1호는 양도를 "자산을 유상(有償)으로 사실상 이전하는 것"으로 정의한 다. 이 규정에 분명하게 나타나 있듯이 자산의 무상(無償)이전은 양도에 해당할 수 없다. 즉, 증여나 상속으로 자산이 무상이전 된 경우에는 그동안 발생한 가치상승분에 대해서 양도소득세를 물릴 수 없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설명해 본다. A는 1억원에 부동산을 취득하였는데 현재 시세는 6억원이다. 만약 A가 이 부동산을 6억원에 양도하면 원칙적으로 양도차익 5억원에 대해서 양도소득세를 부담해야 한다. 그런데 A가 이 부동산을 B에게 증여하면 A가 얻은 5억원의 가치상승분은 양도소득세 과세대상이 아니다. 이에 대해서는 자산을 타인에게 공짜로 주어버렸는데 무슨 양도소득이 있느냐고 생각하기 쉽다. 과세관청 입장에서도 자산을 증여한 사람에게 추가로 돈을 마련해서 세금을 내라고 요구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이러한 이유로 우리 소득세법은 자산의 무상이전에 대해서는 양도소득세를 물리지 않는다.
무상이전은 양도가 될 수 없는가?
그러나 이러한 결과는 곰곰이 생각해 보면 조금 이상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위의 사례에서 A가 부동산을 팔아서 현금을 B에게 증여한 경우에는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는데, 부동산 자체를 B에게 증여한 경우에는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경제적 실질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어 보이는데 세금 효과는 전혀 다르게 된다. 그리고 B 입장에서는 부동산을 시가 6억원에 취득한 것으로 보기 때문에, 나중에 이 부동산을 9억원에 양도할 경우에 양도차익 3억원에 대해서만 양도소득세를 부담한다. 즉, A가 보유한 부동산의 가치증가분 5억원에 대해서는 어디에서도 양도소득세를 부과할 수 없는 공백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B가 부동산 가액 6억원에 대한 증여세를 부담하기 때문에 여기에 양도소득세를 물리면 이중과세라는 생각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양도자 입장에서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와 수증자 입장에서 수증자산에 대한 과세는 별개로 보아야 한다. 예를 들어 위 사례에서 A가 위 부동산을 B에게 1억원에 저가매각하면, 과세관청은 A가 시가 6억원에 매각한 것으로 간주하여 양도소득세를 물린다. 그리고 B에게는 싸게 산 5억원만큼 증여받은 것으로 보아 증여세를 물린다. 그리고 이 차액 5억원에 대해서 A에게 양도소득세를 물리고, B에게 증여세를 물리더라도 이중과세가 아니라는 것이 우리 판례이다(대법원 2003. 5. 13. 선고 2002두12458 판결). 결과적으로 A는 5억원에 대한 양도세를, B는 5억원에 대한 증여세를 내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A가 1억원이 아니라 아예 0원으로 매각(즉 무상이전)한 경우에도, A에게 양도소득세를 물리고 동시에 B에게 증여세를 물리는 것이 반드시 불가능한 논리는 아닐 것이다. 다만, 우리 소득세법이 무상이전을 양도소득세 과세대상에서 제외하는 선택을 하였기 때문에 과세할 수 없다고 설명할 수 있을 뿐이다.
실제로 이 문제에 대한 각국의 입법례는 다양하다. 우리와 같이 양도소득세를 물리지 않고 증여세를 부과하는 사례,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되 증여세는 물리지 않는 사례, 양도자에게 양도소득세를 물리지는 않되 수증자의 취득가액을 최초 취득가액으로 하여 나중에 수증자에게 양도차익을 몰아서 과세하는 사례 등이 대표적이다. 이 문제에서 어느 하나의 입법례가 정답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각 나라의 사정과 국민들의 법감정을 고려한 입법자의 선택이 있을 뿐이다.
무상이전을 통한 양도세 절세
앞의 설명과 같이 우리 세법에 의하면 자산의 무상이전에 대해서는 양도소득세를 과세할 수 없다. 그렇더라도 수증자에게 증여세를 과세하기 때문에 공백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증여세 산정과정에서 공제항목을 생각하면 꼭 그렇지도 않다.
예컨대 위 사례에서 B가 A의 배우자라면, B는 수증가액에서 6억원을 공제받기 때문에 위 부동산을 증여받더라도 증여세를 부담하지 않는다. 즉, A가 얻은 가치증가분 5억원은 결과적으로 아무런 세부담 없이 B에게 이전되는 것이다. 이러한 효과는 공제액수가 더 큰 상속세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나타난다. 결국 납세자는 자산의 무상이전이라는 방법을 통해서 자산의 가치증가분에 대한 과세를 피할 방법이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편법을 막기 위해서 소득세법 제101조는 특수관계자에게 자산을 증여한 후 수증자가 5년 내에 양도하는 경우에는 증여자가 자산을 직접 양도한 것으로 간주할 수 있도록 하였다. 예를 들어 A가 배우자 B에게 증여하고, B가 5년 내에 9억원에 양도한다면, A가 직접 양도한 것으로 보아 양도차익 8억원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부담하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납세자들이 증여 후 5년 동안 기다릴 요량으로 장기 계획을 세우거나, 아예 끝까지 보유하다가 상속으로 세부담 없이 자산을 이전시킬 계획이라면, 세금을 줄일 방법은 얼마든지 다양하게 구상할 수 있다.
현재 다주택자들이 부동산을 매각하는 대신 증여나 상속을 대비하는 이유도 이러한 셈법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납세자들의 합법적인 절세전략이므로 무턱대고 비판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막대한 양도차익을 얻은 다주택자들이 양도소득세를 피하고, 가족 내부에서만 부를 유지하기 위해 매물을 잠그는 현실이 그리 달갑지는 않다. 이는 국가 전체적으로 엄청난 비효율을 초래할 뿐이다. 세금은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지만 만능일 수는 없다. 현재의 양도소득세 체계가 합리적인지 다시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종혁 변호사(법무법인 율촌, jonghlee@yulch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