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국민은 납세의무를 부담한다. 그리고 국가는 납세의무자로부터 걷은 세금으로 나라살림을 꾸린다. 그러면 국가는 누구로부터 얼마만큼의 세금을 거두어야 할까? '조세법률주의'를 떠올린다면 당연히 법률에 그 내용이 적혀 있겠지만, 질문의 초점은 '그 법률의 내용을 어떻게 정하느냐'는 것이다. 세금은 '국가가 나에게 혜택을 주었기 때문에 그에 상응해서 지급하는 대가'라는 관계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국가는 사회의 도움이 필요한 국민들에게는 세금을 면제해주거나 장려금을 지급하기도 한다. 적어도 세금은 행정서비스에 대한 대가가 아님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국가가 누군가에게 세금을 물리는 정당성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쉽게 말해 세금은 이를 부담할 능력이 있는 사람으로부터 거두어야 한다. 이를 응능과세(應能課稅) 원칙이라고 하고, 세금을 부담할 만한 능력을 '담세력(擔稅力)'이라고 부른다.
담세력과 보유세
그렇다면 무엇을 담세력으로 볼 것인가? 일단 어떠한 재산을 취득한 행위나 소득을 얻은 행위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대표적인 재산인 부동산의 예를 들어서, A가 아파트를 취득했다고 치자. 일단 A가 아파트를 취득하는 행위 자체에 담세력을 인정하여 세금을 물릴 수 있다. 대표적으로 취득세가 이에 해당한다. 그리고 취득의 원인이 상속이나 증여인 경우에는 그러한 무상취득에 담세력을 인정하여 특별히 상속세나 증여세를 물린다.
한편 A가 취득한 아파트를 양도해서 소득을 얻은 경우에는 그에 담세력을 인정해서 소득세를 물린다. 여기까지 A에게 담세력을 인정하는 데 이견은 없을 것 같다.
그렇다면 A가 아파트를 취득해서 양도하기까지 아파트의 보유에 대해서도 담세력을 인정할 수 있을까? 세금을 물리려면 취득과 양도와 같은 어떠한 계기가 있어야 한다는 전제에서, 가만히 보유하고 있는 상태에서는 담세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재산을 축적한 사람이야말로 부자이고 이들이 축적해 놓은 부를 누리고 있다면 당연히 담세력이 있다고 보는 것이 상식에 부합해 보인다. 아무런 재산 없이 한 달에 몇백만원을 버는 사람도 그에 대한 소득세를 꼬박꼬박 내는데, 수백억원의 부동산을 보유한 부자들에게 그 재산에 대한 세금을 걷지 못한다면 공평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부동산과 같은 중요 재산에 대해서는 보유사실 자체에 담세력을 인정하는데, 이를 '보유세(保有稅)'라고 부른다.
부동산 보유세의 종류
우리나라에선 매년 6월 1일 부동산을 보유한 사람에 대하여 재산세와 지방교육세가 부과된다. 또한 일정한 공공시설로 인하여 이익을 받는 부동산 소유자에게는 지역자원시설세가 추가로 부과된다. 한편 매년 6월 1일 주택 및 토지분 재산세의 납세의무자로서 국내에 소재한 재산세 과세대상인 주택 및 토지의 공시가격 합계액이 일정금액을 초과하는 경우 종합부동산세가 부과된다. 주택은 건물 및 부속토지를 통합하여 평가한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개인별로 합산한 후 일정금액(1세대 1주택자 주택 9억원, 그 외 주택 6억원, 종합합산토지 5억원, 별도합산토지 80억원)을 공제한 금액에 공정시장가액비율 80%를 곱하여 과세표준을 산정한다. 그리고 토지는 국내에 있는 종합합산토지와 별도합산토지의 공시가격을 개인별로 합산한 후 일정금액을 공제하고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곱하여 과세표준을 산정한다.
공시가격은 주택의 경우 매년 4월 30일, 토지의 경우 매년 5월 31일에 공시되며, 공시가격에 명백한 오류가 있는 경우에는 공시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합산배제 대상인 임대주택 등을 보유한 납세의무자는 해당연도 9월 16일부터 9월 30일까지 해당 주택의 보유현황을 관할세무서장에게 신고하여야 한다. 한편 종합부동산세가 과세되는 경우에는 종합부동산세액의 20%에 상당하는 농어촌특별세를 추가로 납부하여야 한다.
2018 종합부동산세 개편방안
최근 부동산 보유세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부동산 가격이 다시 들썩거리면서 가격 안정을 위한 대책으로 보유세 인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정부는 지난 7월 6일 관계 부처 합동으로 '종합부동산세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종합부동산세 산정의 기준이 되는 공정시장가액비율과 세율을 동시에 올려 다주택자에게 세금을 더 물리겠다는 내용이다. 우리나라의 부동산 자산총액 대비 보유세 비중은 OECD 주요국 평균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정부는 낮은 보유세 부담은 공평과세 원칙에 부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부동산 투기로 인한 소득의 양극화, 비효율적 자원배분 등의 문제가 있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정부가 제출하는 종합부동산세법 개정 법률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어 2019년초부터 시행되는 경우 2019년 6월 1일 현재의 공시가격이 6억원(1주택자의 경우 9억원)을 초과하는 주택 또는 공시지가 5억원(별도합산토지의 경우 80억원)을 초과하는 종합합산토지의 보유자는 종합부동산세 납세의무자가 되고, 2019년 12월 1일부터 15일까지 개정 종합부동산세법에 따른 종합부동산세를 납부하여야 한다.
정부가 예정한 개정안에 따르면, 공정시장가액비율을 현행 80%에서 연 5%p씩 90%까지 인상한다. 과표의 실가반영률을 제고하여 실제 가치에 상응하는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실현하겠다는 취지이다. 최근 공시가격 인상 효과 등을 고려하여 점진적으로 개편하고, 재산세의 공정시장가액비율(주택 60%, 토지 70%)과의 격차도 감안한다는 입장이다. 과표 6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에 대하여 세율을 0.1~0.5% 인상하고, 3주택 이상자는 0.3%를 추가 과세한다. 고가 · 다주택자를 중심으로 누진과세를 강화하고 저가 · 1주택자는 세부담 인상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이다. 그 결과 과표 6억원(시가 기준 1주택자는 약 23억원, 다주택자는 약 19억원 수준) 이하의 주택은 현행세율을 유지하게 되었다.
한편 나대지, 잡종지 등 종합합산토지의 경우 세율을 0.25~1%p 인상하여, 비사업용 토지 보유에 대해 과세를 강화하고, 높은 과표구간일수록 인상폭을 확대한다.
'보유세 강화'에 비판적 시각도
이러한 정부의 보유세 강화 대책에 대해서 비판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부동산을 팔아서 소득이 생겼을 때 그 중 일부를 세금으로 내는 소득세와 달리, 보유세는 당장 아무런 소득이 없더라도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자체로 세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조세저항이 거셀 수 있다. 예를 들어 은퇴자처럼 자산 대비 소득이 낮은 경우에는 세금을 내기 위해 빚을 내야 할 수 있고, 결국에는 원치 않는 이사에 내몰리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한편으로는 부동산 소유주들이 인상된 보유세를 세입자에게 전가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위험도 있어 보인다. 이처럼 부동산 보유세는 국민 전반의 삶에 밀접한 영항을 미치는 중요한 정책이므로, 앞으로의 입법과정에서 정책효과를 극대화하는 동시에 부작용은 최소할 수 있는 묘안을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종혁 변호사(법무법인 율촌, jonghlee@yulch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