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 "경쟁사와 맺은 계약 해지하고 오면 납입금 할인…부당한 고객유인 해당"
[공정] "경쟁사와 맺은 계약 해지하고 오면 납입금 할인…부당한 고객유인 해당"
  • 기사출고 2018.07.18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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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상조업체에 시정명령 정당"

경쟁 상조회사의 고객을 상대로 그 고객이 기존 계약을 해지하고 자신과 신규로 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조건으로 납입금을 할인해주는, 상조회사의 이른바 '이관할인' 영업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상 부당한 고객유인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2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7월 12일 T상조회사가 "시정명령을 취소하라"며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17두51365)에서 이같이 판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소,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T상조회사는 2009년 1월부터 2013년 10월까지 경쟁 상조업체와 이미 계약을 체결한 소비자를 대상으로 경쟁업체에 납입한 불입금을 최소 1회차부터 최대 36회차까지 인정하는 등의 방법으로 총 5만 417건의 이관할인계약을 체결했다. 이 기간 중 T사가 체결한 전체 계약건수 12만 3881건 중  이관할인계약이 차지하는 비율은 40.6%. T사가 경쟁 상조회사 고객을 유인하며 면제해준 납입금은 360만원 상품을 기준으로 3만원 내지 108만원에 달하고, 11회차 이상의 납입금을 면제해준 계약도 전체 이관할인방식 계약의 62.7%에 달한다. 물론 T사 외에도 여러 상조회사들이 이 기간 중 이관할인방식으로 경쟁 상조회사의 고객을 유치하였던 것으로 보이며, T사는 한국상조공제조합의 회신 의견에 따라 2013년 11월부터는 이관할인방식의 영업을 중단했다.

공정위는 T사의 행위가 공정거래법 23조 1항 3호에서 정한 '부당하게 경쟁자의 고객을 자기와 거래하도록 유인하거나 강제하는 행위'로서 부당한 고객유인의 불공정거래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에 T사가 소송을 내 서울고법이 "원고의 고객유인 행위가 부당한 이익에 의한 고객유인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 "시정명령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하자 공정위가 상고했다.

대법원은 먼저 "원고는 면제된 납입금 상당액을 지급받지 않은 채 장래의 상조용역 등 제공 의무를 부담하고 그 고객들은 원고로부터 납입금 지급 의무의 일부를 면제받게 되며, 이와 달리 단순히 신규로 상조거래 계약을 체결한 고객은 다른 고객의 이관에 따른 직접 또는 간접적인 부담을 지게 될 수 있다"며 "이러한 원고의 경제적 · 재정적 부담으로 인하여 유발될 수 있는 원고의 장래 의무이행 능력 및 신뢰성 저하는 결국 아직 원고로부터 상조용역 등을 현실적으로 제공받지 않은 다른 고객들에 대하여도 직접 또는 간접적인 부담이 되고, 이와 같은 상조거래의 특성을 고려할 때, 이관할인방식에 의한 고객유인 행위를 단순히 판매자가 소비자에게 상품 또는 용역의 가격 일부를 할인해주는 등의 일반적인 가격할인 거래와 같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상조회사는 대금 전부 또는 일부를 사전에 고객으로부터 지급받은 다음, 장래에 상조용역 등을 제공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거래를 업으로 하는 회사로, 상조회사의 장래 의무이행 능력, 재정건전성 등을 포함한 신뢰성, 소비자 보호를 위한 각종 조치의 이행 가능 여부 등은 고객이 상조거래의 상대방을 선택할 때 중요한 선택의 기준이 된다.

대법원은 이어 "원고가 경쟁 상조회사의 고객과 체결한 계약 중 고객이 원고의 경쟁 상조회사로부터 해약환급금을 받지 않거나 적게 받은 경우처럼 '과대한' 이익을 얻었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도 일부 포함된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다수의 사업자가 시장 전반에 걸쳐 이러한 고객유인 행위를 시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고의 이관할인방식에 의한 고객유인 행위에 따른 부담은 결국 상조용역시장 전체의 부담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고, 시장 전체의 비효율성을 초래할 수 있으며, 일반 고객들은 물론 이관할인방식에 따라 원고와 상조계약을 체결한 고객 역시 그에 따른 직 · 간접적인 부담을 지게 되며, 나아가 이러한 고객유인 방식은 고객들이 상조용역 등의 내용과 질, 상조회사의 신뢰성 등을 기초로 한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데 상당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원고의 고객유인 행위가 상조 시장 전체의 경쟁질서나 거래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고려할 때, 이관할인방식에 의한 고객유인 행위는 정상적인 거래관행에 비추어 '부당한' 이익을 제공 또는 제공할 제의를 하여 경쟁사업자의 고객을 자기와 거래하도록 유인하는 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상당하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그런데도 원고가 체결한 모든 이관할인계약을 정상적인 거래관행에 비추어 부당하거나 과대한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로 보기는 어렵고, 일부 경쟁을 촉진하는 효과도 있으며, 이관할인방식으로 인한 상조회사의 재무부실 위험은 불공정거래행위 인정 여부에 고려할 것은 아니라는 등의 이유를 들어, 원고의 고객유인 행위가 부당한 이익에 의한 고객유인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원심 판단에는 불공정거래행위로서의 부당한 고객유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법무법인 광장이 T상조회사를, 공정위는 최지수 변호사가 대리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