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되었는데 근로계약 갱신거절 무효"
기간제근로자가 은행의 부당한 갱신거절로 일하지 못하다가 소송을 내 이겨 복직했다. 이 경우 갱신거절로 근로를 제공하지 못한 기간도 근로한 기간으로 보아야하므로 이 기간을 포함 2년을 초과해 근무했다면 정규직으로 전환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1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6월 19일 황씨가 하나은행(변경 전 한국외환은행)을 상대로 낸 헤고무효 확인소송의 상고심(2013다85523)에서 이같이 판시, "해고는 무효임을 확인한다"고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 4조 2항에 따르면, 사용자가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그 기간제근로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 즉, 정규직 근로자로 본다.
2002년 11월 외환신용카드에 계약직 전문직원으로 입사하여 사무보조업무를 담당한 황씨는, 외환은행이 2004년 3월경 외환신용카드를 흡수합병하면서 황씨의 고용을 승계한 이후 2007년 6월까지 계약기간을 6개월, 1년, 1년, 2개월, 3개월로 정하면서 근로계약을 계속 갱신했고, 다시 2007년 7월 1일부터 2007년 9월 30일까지 근로계약을 갱신했다. 그런데 외환은행은 2007년 7월 31일경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기간제근로자 중 과거 1년간 종합평가점수가 80점 미만인 직원을 계약해지 대상자로 선정하는 내용의 '계약갱신 및 해지운용안'을 마련하고, 이에 따라 황씨를 비롯하여 2007년 하반기에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기간제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종합평가를 실시한 뒤 종합평가점수 80점 미만인 직원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황씨에게 2007년 9월 30일자로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황씨가 이에 반발해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내 서울지노위와 중노위에서 구제판정을 받자, 외환은행이 행정소송을 냈으나 패소가 확정되었고, 이에 따라 황씨는 2009년 12월 복직했다. 황씨는 복직하면서 사측과 계약기간을 1년으로 하는 근로계약을 새로 체결했다. 이후 황씨는 6개월, 3개월 단위로 근로계약을 갱신하며 근무했으나, 사측이 2011년 8월 무기계약 근로자 선발기준안에서 정한 최근 2회(2010년 12월과 2011년 6월) 종합평가점수 평균 82.5점 이하의 직원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2011년 9월 23일자로 근로계약 종료를 다시 통보하자 이번에는 "2년을 초과해 근무하여 기간제법에 따라 정규직 근로자이므로, 단순히 계약기간이 만료되었다는 이유로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한 것은 사실상 부당해고로서 무효"라며 소송을 냈다.
재판에서는 은행의 부당한 근로계약 갱신거절(1차 갱신거절)로 일하지 못한 기간도 기간제법상 정규직이 되는 근로기간 2년에 포함되는지가 쟁점이 되었다. 황씨는 "기간제법이 시행된 2007년 7월부터 2011년 9월까지 2년을 초과하여 근무하였다"고 주장했으나, 피고 은행은 "2년에는 재판 등을 통하여 부당해고를 다투고 있었던 기간은 포함되지 않으므로, 황씨를 고용한 기간이 2년을 초과하지 않는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도,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기간만료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당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거나, 그러한 규정이 없더라도 당해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어 근로자에게 그에 따라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이에 위반하여 부당하게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효력이 없고, 기간만료 후의 근로관계는 종전의 근로계약이 갱신된 것과 동일하다"고 전제하고, "사용자의 부당한 갱신거절로 인해 근로자가 실제로 근로를 제공하지 못한 기간도 계약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존속하는 범위에서는 기간제법 4조 2항에서 정한 2년의 사용제한기간에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의 1차 갱신거절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효력이 없고, 원고의 계약갱신에 대한 기대권이 1차 갱신거절 이후까지 존속하지 않는다고 볼 만한 사정도 없으므로, 1차 갱신거절로 인해 원고가 실제로 근로를 제공하지 못한 기간도 기간제법 4조 2항의 사용제한기간 2년에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그렇다면 피고는 기간제법 시행 이후 최초 계약일인 2007년 7월 1일부터 2년을 초과하여 원고를 사용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2차 갱신거절 당시 원고는 기간제법 4조 2항에 따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보아야 하므로, 피고가 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근로계약의 종료를 통보한 2차 갱신거절은 효력이 없다"고 판시했다.
김상은 변호사가 황씨를, 하나은행은 김앤장이 대리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