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 2명 토고전 현장서 '대∼한민국'
(서울=연합뉴스) 한국 축구팀의 2006 독일 월드컵 선전을 기원하기 위해 현직 부장판사들이 독일로 날아가 태극전사들을 응원하고 있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다. 뜨거운 '축구 사랑'을 보여준 주인공들은 서울행정법원에서 산재 사건 전담재판부를 맡고 있는 행정11부 김상준 부장판사(사법시험 25회 ㆍ 사법연수원 15기)와 행정5부 김의환 부장판사(사시 26회 ㆍ 연수원 16기)다.
이들은 어떻게 하면 최근접 거리에서 태극전사들에게 사기와 힘을 보탤까 고민하다 그동안 아껴놓은 20년 근속휴가를 활용키로 결심했다.
1984~86년에 연수원을 수료해 임관 20년이 지난 14∼16기 판사들에게 이달 말까지 허용된 2주간의 근속휴가를 내 잠시 법복을 벗고 이달 12일 독일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것이다.
월드컵 경기장에서 응원인파에 파묻혀 휴가를 보내겠다는 아이디어는 법원 내축구광으로 알려진 김상준 부장판사가 냈다.
김 부장판사는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근무했던 2002년 한 ㆍ 일 월드컵 기간에도 한국팀 경기는 직접 경기장을 찾아가 관전할 정도로 축구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남다르다.
그는 출국을 결심한 뒤 비슷한 기간에 근속휴가를 낼 계획이던 김의환 부장판사에게 동행을 제안했고 평소 가까운 사이인 김 부장이 흔쾌히 응하면서 두 부장판사의 독일행이 이뤄졌다.
이들은 서울행정법원에서 함께 산재 사건을 맡고 있는 것 외에도 1999년 서울고등법원 근무시절에는 한 재판부에서 우 ㆍ 좌 배석 판사로 근무한 인연도 있다.
이들은 다른 근속휴가 재판장들과 마찬가지로 재판업무에는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원 ㆍ 피고의 동의를 얻어 이달 초 특별 기일을 지정해 재판을 진행하는 등 지난주까지 업무를 꼼꼼히 챙겼다.
두 부장판사는 13일 밤(한국시각) 한국팀이 토고에 통쾌한 역전승을 거둔 1차전은 가수 김흥국씨가 이끄는 '아리랑응원단'과 함께 관전했다.
김상준 부장판사는 출국 전에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나중에 혹시 TV에 응원 모습이 나오면 주변 분들이 놀랄 것 같아 웃분들께는 미리 말씀을 드렸다"고 귀띔했다.
김의환 부장판사는 "모처럼 휴식을 취하면서 이왕이면 한국 대표팀 응원도 하는 게 보람 있는 일로 생각돼 독일행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임주영 기자[zoo@yna.co.kr] 2006/06/14 07:5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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