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자가 올린 물건이 마음에 든다. 제품 설명을 읽어 보니 정말 갖고 싶다. 가격도 저렴한 것 같다. 구매후기를 읽어보니 다들 칭찬 일색이다. 그래 결심했어, 결제하자.'
인터넷 쇼핑몰에서 매일같이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그런데, 갑자기 의문이 든다. 판매자들의 설명을 믿어도 될까? 구매후기도 과연 믿을 수 있는 것일까?
2018년, 2조 3600만$로 성장
'직접 보지도, 만져 보지도 못하고 사야 하는' 전자상거래 시장은 매년 눈부시게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전자상거래(기업과 소비자간 B2C 거래 기준) 시장규모는 지난 2013년 1조 2300억 달러에서 오는 2018년까지 2조 3600만 달러로 매년 10% 정도 성장할 전망이라고 한다. 전자상거래 시장이 이렇게까지 성공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의 발전도 큰 영향을 미쳤겠지만, 무엇보다도 시장참여자의 '신뢰'를 보호해줄 수 있는 법적 시스템 없이는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의 '신뢰'를 보호하기 위해, 대법원과 공정거래위원회가 어떤 판례와 심결례들을 남겨왔는지 살펴보도록 한다.
먼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전자상거래법") 제21조 제1항 제1호에서 정한 '기만적 방법을 사용하여 소비자를 유인하는 행위'에 관한 판례인 대법원 2014. 6. 26. 선고 2012두1815 판결을 살펴보자.
동 사건에서 원고는 사이트에 상품을 전시하면서 정렬기준을 '인기도순', '프리미엄 상품', '베스트셀러' 등으로 구분하였는데, '인기도순' 정렬을 하면서 기준점수 산정 시 원고로부터 '프리미엄' 또는 '프리미엄 플러스'라는 부가서비스를 구입한 중개의뢰자의 상품일 경우 가산점을 부여하여 우선적으로 전시되게 하였고, '베스트셀러' 정렬을 할 경우 기준점수 산정 시 상품판매량에 가격대별 가중치를 부여하고 '프리미엄' 또는 '프리미엄 플러스' 부가서비스를 구입한 상품에 대하여 가산점을 부여하여 우선 전시되도록 하였으며, '프리미엄 상품'과 '일반상품'을 구분하여 전시하면서 '프리미엄' 또는 '프리미엄 플러스' 부가서비스를 구입한 상품에 대하여만 '프리미엄 상품' 영역에 전시되도록 하였다. 그러나 원고는 이와 같은 상품 전시영역의 구분과 정렬의 기준을 소비자에게 제대로 알리지 아니하였다.
이와 관련, 대법원은 '기만적 방법을 사용하여 소비자를 유인하는 행위'에 대하여, 소비자가 재화 또는 용역을 구매하는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실의 전부나 일부를 은폐 · 누락하거나 축소하는 등의 방법으로 소비자의 주의나 흥미를 일으키는 행위 자체를 뜻한다고 상술하면서, 일반 소비자들은 상품전시에서 '인기도'의 의미를 다른 소비자들이 구매를 많이 하거나 관심을 많이 보였던 상품으로 인식하고, '베스트셀러'의 의미를 일정기간 가장 많이 팔린 상품으로 인식하며, '프리미엄 상품'을 일반 상품에 비하여 품질이나 고객서비스 측면에서 더 우수한 상품으로 인식한다는 점에 비추어 원고의 위와 같은 행위를 소비자를 유인할 우려가 있는 행위로서 전자상거래법 제21조 제1항 제1호에서 정한 '기만적 방법을 사용하여 소비자를 유인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하였다.
랜덤박스 구매의 위험성
최근 '랜덤박스'라 하여 소비자들의 사행 심리를 이용한 마케팅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랜덤박스는 소비자들이 주문 시 자신에게 배송될 가능성이 있는 후보 상품집단만을 알 수 있을 뿐 그 중에서 정확히 어떤 상품이 배송될지 알 수 없는 일종의 확률형(사행성) 상품이다. 랜덤박스로 판매되는 제품은 주로 시계, 향수 등이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7. 9. 1. 랜덤박스 시장을 이끌던 3개의 판매업자들에 대해 3개월 영업정지 등의 강력한 처분을 내렸다(공정거래위원회 제3소회의 의결 제2017-290호, 제2017-291호, 제2017-292호). 당시 판매업자들의 다양한 위법사실들이 확인되었지만,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위법사실은 '거짓 또는 과장된 사실을 알리거나 기만적인 방법을 사용하여 소비자를 유인 또는 소비자와 거래한 행위' 부분이었다.
피심인들은 소비자가 작성한 이용후기를 일부 승인하지 않는 방식으로 피심인에게 불리한 내용의 불만족 이용후기를 게시하지 않거나(피심인 A), 임의로 생성한 아이디를 사용하여 마치 자신이 시계 랜덤박스를 구매한 소비자인 것처럼 가장하여 시계 랜덤박스 이용후기 게시판에 피심인에게 유리한 거짓 구매후기를 작성하여 게시함으로써(피심인 B), 이용후기를 조작하였으며, 지갑을 판매하면서 '판매가'와 함께 피심인이 임의로 '판매가' 보다 4~11배 높게 산정한 '소비자가'를 광고하기도 하였다(피심인 A).
시정조치, 영업정지 등 처분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앞서 살펴본 대법원 2014. 6. 26. 선고 2012두1815 판결의 기준에 더하여 "그 행위가 소비자를 속이거나 소비자로 하여금 잘못 알게 할 우려가 있는지 여부는 보통의 주의력을 가진 일반 소비자가 당해 행위를 받아들이는 전체적 · 궁극적 인상을 기준으로 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서울고등법원 2011. 12. 8. 선고 2011누24127 판결을 인용하면서, 소비자의 구매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상품의 이미지, 이용후기, 소비자가 등을 기만 수단으로 이용한 피심인들에게 시정조치와 3개월의 영업정지, 과태료 부과 처분 등을 내렸다.
이용후기와 추천기능은 최근 급성장한 숙박예약 애플리케이션들에서도 문제가 된 적이 있다(공정거래위원회 제3소회의 의결 제2017-069호, 제2017-070호). 동 사건에서 피심인들은 이용후기 중 해당 숙박업소의 요청이 있을 경우 별다른 사실관계 확인 없이 임의로 비공개 처리함으로써 숙박업소의 시설이나 서비스 등에 대한 불만을 담은 이용후기를 비공개하거나, '추천숙소', '내주변 추천', '지역추천', '프리미엄 플러스', '프리미엄', '스페셜', '베스트' 영역에 숙박시설 및 서비스 등의 객관적 · 경험적 기준과는 관계없이 광고를 구입한 숙박업소들만의 정보를 게시하였음에도 이러한 사실을 표시하지 않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들 위반행위가 전자상거래법 제21조 제1항 제1호의 '기만적 방법을 이용하여 소비자를 유인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고 시정조치 및 과태료 부과 처분을 하였다.
구조적인 정보 비대칭 상황
전자상거래는 비대면 상태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판매자가 게시한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구조적인 정보 비대칭 상황에서, 전자상거래 시장의 건실한 성장을 위해서는 구매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이용후기, 추천기능, 소비자가격 등 정보에 대한 신뢰가 강력하게 보호될 필요가 있다. 시장 참여자들의 신뢰를 보호하는 법적 시스템이 앞으로 어떻게 변화되고, 운용되어 나갈지 기대해본다.
남한결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