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대주주가 소수지분 투자자의 Drag along 행사에 협조하지 않는 것이 정당화된다면, 투자가 위축되어 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지기 어려워질 수 있어요, 이번 판결은 Drag & Call 구조가 투자금 회수 방안으로서 기업 투자에서 계속 활용될 수 있음을 확인한 매우 의미 있는 판결입니다."
두산인프라코어 'Drag & Call' 사건에서 투자자 측을 대리한 법무법인 세종의 이동건 변호사는 "이번 판결이 재무적 투자자들의 정상적인 투자금 회수(Exit)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1심 판단을 180도 뒤집은 항소심 판결을 환영했다. 이 변호사가 소속된 세종은 1심에서도 원고 측을 대리했으나 전부 패소했었다.
2010년쯤부터 활용 시작
이 변호사에 따르면, Drag & Call이 PEF 등의 소수지분 투자에서 투자금 회수 방법으로 등장한 것은 2010년쯤부터라고 한다. 그 이전엔 단순히 상장이 안 되면 내 지분을 사가라는 풋옵션(put option)이 많이 사용되어 왔으나, 풋옵션은 대주주에게 부채로 잡히기도 하고, 금융감독원에서 경영참여형 PEF는 풋옵션 등의 약정을 하지 말라고 해 그 대안으로 Drag & Call 약정이 이용되기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소수지분만 팔려고 하면 잘 안 팔릴 수 있는데, Drag along에 따라 대주주의 지분까지 함께 팔 수 있으면 팔기도 수월하고 경영권 프리미엄을 반영한 높은 가격에 팔 수 있어 재무적 투자자 등이 엑시트 수단으로 선호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또 대주주 입장에서도 지분을 넘기지 않고 사업을 계속하고 싶으면 콜옵션(call optin) 즉, 소수주주의 지분을 매수해버리면 그만이어 나름 소수지분 투자자와 대주주 사이에 균형을 맞춘 투자기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사건에선 피고 측에서 대주주 지분의 동반매도에 응하지 않으면서 콜옵션도 행사하지 않아 원피고가 체결한 주주간계약에 기재된 가격 중 큰 금액을 매도가격으로 지분 매매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의제하는 판결이 나오게 되었으나, 동반매도가 이루어지는 경우도 없지 않다. 최근 마무리된 동부대우전자 매각은 재무적 투자자가 Drag along을 행사해 대주주 지분까지 모두 대유그룹에 매각되었다.
동부대우전자, Drag along 성사
물론 두산인프라코어 사건에서 항소심 판결의 결론이 나오기까지 여러 정치한 법리적인 판단이 동원되었다. 이 변호사는 무엇보다도 피고 측이 매각절차에 협조해야 한다는 협조의무를 재판부가 인정한 데 큰 의미를 두었다. 주주간계약서에 Drag & Call 약정을 넣었다면 비록 이에 따라 양측이 구체적으로 어떤 권리를 갖는지 시시콜콜 자세하게 적지 않았더라도 Drag & Call의 취지를 고려할 때 대주주가 매각절차에 협조해야 한다는 협조의무는 당연히 녹아 있는 것이라는 판단을 받아냈고, 이것이 Drag & Call을 유의미하게 한 이번 사건 해결의 출발점이라고 설명했다.
"피고 측에선 주주간계약에 매도인 실사에 협조할 의무가 명시되지 않았다며 협조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는데, 이 주장이 받아들여졌다면 Drag & Call 조항은 유명무실해질 수밖에 없었겠죠. 소수주주가 지분을 팔려면 매도인 실사도 해야 되고, 회사소개서도 만들고 해야 하는데, 이런 것은 대주주가 협조하지 않으면 더 이상 진행시킬 수가 없어요. 그러나 Drag & Call 약정을 했으면 이러한 협조의무는 당연히 내포되어 있는 것이다, 이렇게 주장했고, 재판부가 그걸 받아준 겁니다."
이어 조건 성취 방해로 인한 매수예정자와 매각금액 결정 인정, 불능으로 인한 선택채권 특정의 법리 등도 중요하지만 손해배상이 아니라 지분매수를 인정한 것이 항소심 판결에서 또 하나 주목할 대목. 이 변호사는 "피고 측에선 가사 협조의무 위반을 인정한다고 해도 손해배상으로 하면 되지 왜 콜(call)하라고 하느냐고 주장했으나, 청산기간 등이 있는 PEF들은 엑시트를 해야 하기 때문에 손해배상 일부 받는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며 "단순히 손해배상 문제로 접근하지 않고 못 팔게 했으면 사줘야 한다는 논리를 개발해 100% 이긴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항소심 판결대로 대법원에서 확정될 경우 원고 즉, 재무적 투자자들은 피고에게 지분을 넘기고 7093억여원의 매각대금을 받아 성공적으로 엑시트하게 된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