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 개최 소식을 실시간으로 접하면서 5월호를 마감했다. 전 세계가 박수를 보내고, '판문점 선언'에 담긴 놀라운 성과에 많은 사람이 기대를 나타내고 있다. 법조계도 예외가 아니다. 동해선과 경의선 철도 · 도로의 연결 등 후속조치로 이행될 남북교류사업의 성공적인 추진에 로펌 등 법률가들이 떠맡아야 할 역할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남북교류사업은 물론 북한 투자에 관한 법률자문은 한국 법률가들의 독점무대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미 남북교류협력법의 마련과 개성공단 법제 연구 등 적지 않은 연구와 자문경험이 축적되어 있으며,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경수로 계약과 금융 조달에도 한국의 변호사들이 기여했다. 영국의 유명한 법률평가매체인 체임버스앤파트너스는 이러한 점을 평가해, 북한 기업법(General Business Law)에 관한 전문 로펌으로 매년 한국의 로펌들을 선정하고 전문 변호사들을 소개하고 있다.
사실 북한법 전문가 그룹의 형성은 오래 전부터 준비되어 왔다고 할 수 있다. 법무부와 대한변협은 2014년부터 법학전문대학원생 등 예비법조인과 법조인을 대상으로 '통일과 법률 아카데미'를 운영, 지금까지 모두 6차례에 걸쳐 300명이 넘는 인원이 과정을 수료한 데 이어 올 가을 7기 과정이 문을 열 예정이다. 학계에도 한국법학교수회에 북한법연구특별위원회가 구성되어 가동되는 등 북한법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적지 않다. 지난해 8월 출범한 북방경제협력위원회에도 국내외 변호사 3명이 민간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어 앞으로 활약이 기대된다.
안타까운 소식이 하나 있다. 누구보다도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기다린 사람 중 한 명인 국민대 장명봉 명예교수가 안타깝게도 회담 개최를 하루 앞둔 4월 26일 79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장 교수는 평생을 북한법 연구에 바친 북한법 전문가로, 2000년과 2007년에 열린 1, 2차 정상회담에서 북한 실무진이 먼저 안부를 물어올 정도로 북한에서도 유명했다.
최전방인 강원도 화천에서 군 복무를 하며 북한의 현실을 목격하고 북한법 연구에 뛰어 들었다는 장 교수는 북한법연구회 회장을 맡아 매달 북한법연구 월례발표회를 주재하고, 2년마다 북한법령집을 발간했다. 또 국민대 대학원 법학과 석 · 박사과정에 북한법 전공을 개설, 후학 양성에도 힘썼다.
이번 정상회담을 앞두고 "실질적인 회담이 됐으면 한다"는 기대를 피력했다는 장 교수는 북한법을 연구한 공로를 인정받아 국민훈장 동백장, 한국법률문화상, 영산법률상을, 북한법연구회는 DMZ평화상을 받았다. 후배들이 장 교수의 높은 뜻을 이어가야 한다.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