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로서는 다른 어느 것 보다도 중요한 사안이라고 할 수 있는데도 그렇다.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되고 있는 국내 법률시장 개방 일정이 그것이다.
몇년째 협상이 계속되고 있는 세계무역기구(WTO)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은 다자간 협상이어서 그런지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어 보인다.
당장은 1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한 · 미FTA협상이 국내 법률시장 개방 파고를 더욱 가파르게 만들고 있다.
협상에서 법률시장개방 문제가 주요 현안중 하나로 다뤄질 것으로 예고되고 있는 가운데, 한 · 미간의 시장개방 논의는 유럽연합 국가등 다른 나라들로도 파급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얼마전 주한유럽연합상공회의소(EUCCK)가 '2006년 무역장벽백서'를 통해 국내 법률서비스 시장의 제한없는 개방을 촉구하고 나선 것도 우연의 일치라고만 생각되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법무부가 시장 개방의 국내 근거법이 될 외국법자문사법의 조기 시행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어 국내 변호사업계가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국회 입법절차가 남아 있긴 하지만, 올 정기국회에서 통과되면 내년부터 곧바로 시행에 들어가 외국 변호사의 공식적인 국내 진출을 허용하고, 앞으로 한 · 미FTA 등 국제협상 결과에 따라 내용을 수정해 간다는 것이다.
법무부가 최근 마무리 한 것으로 알려진 이 법의 초안에서 국내에서 활동할 외국변호사의 명칭을 변호사로 하느냐, 자문사로 하느냐의 논란은 사실 중요한 게 아니다.
DDA협상이나 한 · 미FTA협상의 타결 여부에 관계없이 국내법을 만들어 일단 시장의 문을 열겠다는 게 빅 뉴스인 것이다.
이미 이런 뜻이 미측에도 통보되었는지 이달초 나온 미 무역대표부(USTR)의 연례 무역장벽보고서는 "한국이 알려 온 법률시장개방에 관한 국내 입법이 아직 국회에 제출되지 않았다"고 비판하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외국법자문사법의 조기 시행 검토와 관련, "시장을 전혀 개방하지 않고 있는 것 보다 조금 열어 놓고 협상하는 게 오히려 유리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일응 일리있는 의견일 수 있다.
그러나 서로 각자의 이익을 최대한 챙기려고 하는 국제 협상에서 미리 한뼘 접어주고 들어가는 전략이 과연 유리할지 어떨지는 이론이 없지 않아 보인다.
여러 장벽을 없애고, 자유롭게 재화와 용역을 교환하자고 하는 FTA협상의 독특한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고 할 지 모르지만, 협상이란 모름지기 카드를 숨긴 채 진통에 진통을 거듭한 후라야 옥동자가 탄생하는 것 아닐까.
한 · 미FTA협상 타결이란 결과에만 지나치게 집착하게 되면, 의외의 커다란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 하는 말이다.
법무부가 조만간 법안의 내용을 입법예고해 폭넓게 의견을 수렴한다고 한다.
변호사 등 관련 당사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적극적으로 의견 개진에 나서 초안 마련과정에서 혹시 간과했을 지 모를 여러 대목에 대해 진지한 검토와 퇴고가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본지 편집국장(jwkim@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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