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지법] "집시법 소음기준 지켰어도 폭행 해당"
군부대 이전에 반발해 부대 앞에서 한 달 가까이 24시간 장송곡을 틀며 시위를 벌인 주민들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주민들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 정한 소음기준을 지켰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소음기준을 준수하였다고 하여 일체의 민형사상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는 것이고, 공무집행방해죄의 성립 여부는 집시법의 규제와 별도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전주지법 노종찬 판사는 3월 8일 공무집행방해와 공동상해 혐의로 기소된 오 모(64)씨 등 4명에게 두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오씨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나머지 3명은 각각 징역 6~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2014고단770).
오씨 등은 2013년 12월 임실에 있는 육군 35사단 이전부지에 건물 등 부대시설이 완공되어 군부대의 임실이전이 시작되자 이를 반대하기 위해 35사단 후문에 집회신고를 한 후 후문 울타리로부터 10m 떨어진 곳에 이동식 컨테이너를 설치하고 지붕에는 확성기를 설치한 다음 2013년 12월 19일부터 이듬해 1월 6일까지는 08:30부터 18:30까지, 이후 1월 17일까지는 24시간 내내 '장송곡' 등을 44.6~74.3㏈로 반복적으로 틀어 군 장병의 업무와 훈련을 방해하고 이 모 중령 등 군인 4명에게 스트레스 반응과 이명 등의 상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오씨 등은 이에 앞서 2007년경 육군 35사단이 전주에서 임실로의 이전이 결정되자 '35사단 임실이전 반대투쟁위원회'를 결성한 후, 오씨는 간사, 서 모씨 등 3명은 공동대표를 맡았다.
이들은 또 이에 앞서 2011년 3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매일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임실군청사 출입문으로부터 30m 떨어진 곳에 고성능 확성기가 설치되어 있는 2.5톤 화물탑 차량을 주차시켜 놓고 장송곡, 애국가, 회심곡 등을 72.1∼81.2㏈로 틀어 공무원의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노 판사는 대법원 판결(2007도3584)을 인용, "민주사회에서 공무원의 직무수행에 대한 시민들의 건전한 비판과 감시는 가능한 한 널리 허용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볼 때, 공무원의 직무 수행에 대한 비판이나 시정 등을 요구하는 집회 · 시위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상당한 소음이 발생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이를 공무집행방해죄에서의 음향으로 인한 폭행이 있었다고 할 수는 없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의사전달수단으로서 합리적 범위를 넘어서 상대방에게 고통을 줄 의도로 음향을 이용하였다면 이를 폭행으로 인정할 수 있을 것인바, 구체적인 상황에서 공무집행방해죄에서의 음향으로 인한 폭행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음량의 크기나 음의 높이, 음향의 지속시간, 종류, 음향발생 행위자의 의도, 음향발생원과 직무를 집행 중인 공무원과의 거리, 음향발생 당시의 주변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공무집행방해죄는 직무를 집행하는 공무원에 대하여 폭행 또는 협박할 때 성립한다.
노 판사는 "피고인들은 장기간에 걸쳐 주간 내내 혹은 온종일 확성기를 사용하여 음향을 송출했고, 장기간 지속적으로 큰 소음에 노출되면 경험칙상 육체적, 정신적 고통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피고인들이 발생시킨 소음의 크기, 지속시간, 공무원들과 인근 주민들의 피해 호소 내용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들의 행위는 공무집행방해죄의 행위 태양인 폭행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인정했다.
노 판사는 또 "형법 136조 1항에 규정된 공무집행방해죄의 특별구성요건은 '직무집행 중인 공무원에 대한 폭행 또는 협박'이고, 공무집행방해의 결과를 요구하지 아니하므로 공무집행을 방해할 의도는 공무집행방해죄의 고의 내용이 아니다"며 "피고인들이 공무집행을 방해할 의도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고의가 부인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노 판사는 "피고인들에게 적어도 상해의 미필적 고의는 있었다고 인정되고, 피고인들의 행위로 피해자들이 생리적 기능이 훼손되었으며 피해자들의 상해가 기왕증이라고 볼 수 없으며 피고인들의 행위로 발생한 것으로 인정된다"며 상해죄도 유죄라고 판결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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