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동성 군인간 '합의된 성관계'에 첫 무죄 판결
[형사] 동성 군인간 '합의된 성관계'에 첫 무죄 판결
  • 기사출고 2018.02.26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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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부지법] "위계 · 위력 없어 군형법 92조의6 적용 불가"
동성(同性) 군인끼리 서로 합의하에 성관계를 가졌다면 처벌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군인간 동성 성관계에 대해 무죄 판결이 내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북부지법 양상윤 판사는 2월 22일 현역 시절 다른 부대의 남자 장교 B(22)씨와 성관계를 가진 혐의(군형법상 추행) 혐의로 기소된 예비역 중위 A(27)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017고단3010)

A씨는 2016년 9월~2017년 2월 강원도 철원에 있는 B씨의 독신자 숙소 또는 자신의 독신자 숙소에서 구강과 항문 등을 이용해 B씨와 성관계를 맺은 방법으로 6차례 추행한 혐의로 군검찰에 의해 2017년 6월 기소됐다. 같은달 만기 전역해 민간 법원으로 사건이 이첩됐다.

군형법 92조의6은 '군인 또는 군무원 등에 대하여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양 판사는 그러나 "군형법 92조의6의 보호법익은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라는 사회적 법익이고, 이 법률조항을 해석함에 있어서 이를 중요하게 고려하여야 하는 점, 상관이 폭행 · 협박에 이르지 않는 위력, 즉 상계급자로서의 우월적 지위나 권세 등을 이용하여 상대방의 자유의사에 반하는 성적 만족 행위를 하는 경우 상대방으로 하여금 군이라는 공동사회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게 할 뿐만 아니라 군무를 이탈하게 하는 원인이 되는 등 법률조항의 보호법익에 직접적인 위해가 발생한다고 할 것이나, 동성 군인 또는 이성 군인 사이에 이루어지는 강제성을 수반하지 않는 당사자들의 자발적 합의에 의한 구강성교, 항문성교 등의 성적 만족 행위의 경우 보호법익에 위해가 발생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 특히 군인 사이의 성적 만족 행위가 당사자들의 합의에 의하여 은밀하게 행해짐으로써 타인의 혐오감을 직접 야기하지 않는 경우에는 군기나 전투력 보전에 직접적인 위해를 발생시킬 위험이 없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군형법 92조의6은 남성 또는 여성 군인이 동성 또는 이성 군인에 대하여 위계 · 위력 등을 이용하여 상대방 군인의 의사에 반하여 항문성교 등의 성적 만족 행위를 한 경우에 적용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양 판사는 "군형법 92조의6을 상대방 군인의 의사에 반하지 않는 항문성교 등의 성적 만족 행위를 금지하고 이에 대하여 징역형으로 처벌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본래의 입법목적을 달성함에 있어 필요한 정도를 일탈함으로써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군인의 성적 자기결정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헌법에 위반되는 해석"이라고 밝혔다. 군형법 92조의6를 군내 동성애를 처벌하는 조항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양 판사는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피고인이 상대방 군인인 B에게 위계 · 위력 등을 이용하여 B의 의사에 반하여 구강성교, 항문성교 등의 행위를 하였다고 인정할 수 없으므로, 피고인이 한 행위는 법률조항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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