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욱 변호사의 집중분석]
2015년 9월 15일 노사정 위원회(정식 명칭은 경제사회발전 노사정위원회)를 통해 마침내 고용관계 현안에 관하여 노사정 합의(정식 명칭은 '노동시장구조개선을 위한 노사정 합의')가 이루어졌다. 타결까지 2014년 12월 정부의 비정규직 종합대책안 발표, 2015년 3월 노사정 협의 결렬, 2015년 6월 정부의 별도 노동시장 개혁 추진, 2015년 8월 노사정 협의 재개 및 최종 합의와 같은 우여곡절이 있었다.17년만의 합의
이번 합의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해결, 사회적 안전망 확보, 임금체계 개편, 청년고용 문제 해결, 3대 현안(통상임금, 근로시간 단축, 정년) 해결 같은 중요 고용문제에 대한 17년만의 노사정 합의라는 중요 사건이다. 하지만 대통령 자문기관인 노사정 위원회 틀 안에서 이루어진 합의이므로 향후 입법과 정부 정책(지침) 수립 및 시행으로 구체화될 수밖에 없다는 본질적 한계가 있다. 이를 차치하더라도, 노사정 합의 수준이 낮은 상황에서 시간상 제약까지 작용한 상황 상, 추상적인 부분이나 향후 노사정 추가 논의의 계기만 마련한 사항도 많다. 따라서 이번 합의 이후 향후 고용질서가 어떻게 재편될지는 불확실성이 많으므로 그 전망은 신중해야 한다.
합의를 전후하여 가장 많은 논란과 관심의 대상이 된 근로계약 해지(일반해고), 임금피크제, 기간제/파견제의 비정규직, 통상임금 및 근로시간 단축을 대상으로, 이번 노사정 합의의 의미를 정리해본다.
1. 일반해고 쉬워질까?
이번 합의는 "노사정은 인력운영 과정에서의 근로관행 개선을 위하여 노사 및 관련 전문가의 참여 하에 근로계약 전반에 관한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한다. 제도개선 시까지의 분쟁예방과 오남용 방지를 위하여 노사정은 공정한 평가체계를 구축하고, 근로계약 체결 및 해지의 기준과 절차를 법과 판례에 따라 명확히 한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일방적으로 시행하지 않으며 노사와 충분한 협의를 거친다"고 명시하고 있다.(II. 노동시장 이중구조개선, 3-2. 근로계약 해지 등의 기준과 절차 명확화)
하반기 중 지침 제정 계획
이는 근로자 귀책사유에 의한 해고(징계해고)가 아닌 일신상 사정(저성과가 대표적)을 이유로 한 근로계약해지(즉, 일반해고)와 관련, 장기적으로 입법 추진도 고려하되, 당장은 노사 협의를 거쳐 정부가 그 간의 법과 판례 기준에 따른 지침을 제정, 실행해 나간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이 합의 직후인 9월 16일 발의한 5대 노동개혁 입법안에 일반해고가 포함되어 있지 않으며, 정부가 하반기 중 지침 제정 의지를 밝혔다는 보도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지금까지 법원은 저성과자에 대한 일반해고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정당성을 부정했다. 따라서 사측은 저성과자를 직접 저성과를 이유로 해고하지 못하고, 다른 사유를 들어 징계해고하거나, 전환배치, 권고사직, 희망퇴직 대상자로 하거나, 정리해고 때 저성과자를 대상자에 포함하는 등과 같은 부자연스러운 우회로를 택해 왔다. 그 과정에서 가학적 인사관리, 부당노동행위, 저성과자 선정기준 공평성 등의 문제가 발생하며 인력운영상 부담을 주고 불필요한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도 빈번했다. 이번 노사정 합의를 계기로 일반해고 제도 정비의 계기가 마련된 것 자체는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고 생각한다.
제도 정비 계기 마련 의미
그러나 노사정 합의로 노사가 각각 우려 내지 기대하는 대로 정부 지침에 의해 저성과자 해고가 쉬워질 것인지는 의문이다. 우선 합의문상 "정부는 일방적으로 시행하지 않으며 노사와 충분한 협의를 거친다"는 부분이 있다. '법과판례'에 따른다는 문언에 충실히 따른다면, 지침은 사측에 유리한 내용을 담을 수 없다. 사측 남용 위험도 고려해야 하므로, 지침이 전환배치, 교육 등 업무능력 개선을 위한 충실한 사전조치를 하고 적응을 기대할 수 없는 현저한 저성과자에 대해서만 최후 조치로 일반해고 할 수 있다고 규정함이 불가피해 보인다. 전제조건인 '공정한 평가체제'도 일반해고를 고려하는 사측에 상당한 부담을 지우게 될 것이다. 정부 지침에 따른 해고에 관해 법원이 종전 입장과 달리 적극적으로 적법성을 인정할지도 예상이 어렵다.
결국 이번 노사정 합의 이후 정부 지침이 제정되어도 일반해고 활성화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고, 일반해고 제도 정착은 근로계약 법제에 대한 새로운 입법 등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볼 때, 정부가 지침을 제정한다면, '일반해고' 외에, 저성과자에 대한 직위와 직급의 변동, 급여 조정 등 응능처우 원칙에 맞는 인사조치의 종류, 실행 조건과 방식을 반영하는 방안(물론 그 부작용과 남용에 대한 고려에 대한 배려도 필요할 것이다)도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2. 임금피크제
합의상 해당 내용은 "노사는 정년연장 안착 및 점진적 퇴직 준비와 청년 신규채용 확대를 위하여 사업장 여건에 맞추어 임금, 근로시간, 근로일수 등의 조정을 추진 한다" (IV. 3대 현안의 해결을 통한 불확실성 제거, 3-2. 임금 · 근로시간 피크제 확산), "노사는 장년근로자의 고용안정과 세대간 상생고용 체제 구축을 위하여 임금체계를 합리적으로 개편하기로 한다. 임금체계 개편방향은 직무, 숙련 등을 기준으로 하여 노사 자율로 추진한다", 그리고 "노사정은 임금피크제 도입을 비롯한 임금체계 개편과 관련하여 단체협약 및 취업규칙 개정을 위한 요건과 절차를 명확히 하고 이를 준수한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일방적으로 시행하지 않으며, 노사와 충분한 협의를 거친다"(IV. 3-3 임금체계 개편)는 것이다.
공공부문 임금피크제 가속화 예상
이는 노사가 임금피크제 도입과 직무 및 숙련 등을 기준으로 한 임금체계 개편 필요성에 관해 공감하고 이를 시행하되, 종래 논란이 되어 온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관한 정부 지침은 노사와 충분한 협의를 거쳐 시행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로 인해 향후에는 임금피크제 도입의 필요성은 공감이 이루어진 바탕 하에, 어떤 조건과 절차 하에서 임금피크제가 도입되어야 하는 가로 논의 중심이 옮겨지는 현상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 그 간 진행된 공공부문에서의 선도적 임금피크제 도입은 더 가속화될 것이다.
그러나 이번 합의에는 그 간 핵심적 쟁점이었던 임금피크제 도입 절차에 관해 '개정을 위한 요건과 절차를 명확히'한다는 원칙 외에 구체적 합의가 전무함을 주목해야 한다. 이는 사측이 주장한 근로자 과반수(과반수를 대표하는 노조가 있는 경우 그 노조) 동의 없는 취업규칙 변경에 의한 임금피크제 도입 허용이 이번 합의에서 결론이 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오히려 '정부가 일방적으로 시행하지 않으며, 노사와 충분한 협의를 거치도록' 함으로써 사회통념상 합리성에 근거한 근로자 과반수 동의 없는 취업규칙 변경(임금피크제 도입)은 더 어려워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의견 대립 지속 불가피
따라서 이번 합의에도 불구하고, 노사간 합의로 임금피크제 도입이 어려운 사업장에서 임금피크제에 대한 의견 대립과 분쟁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임금피크제 대상자의 '직무와 숙련' 정도를 무시한 임금피크제가 도입되면, 그 절차상 문제 외에도 고령자 차별에 의한 유효성 문제까지 새롭게 제기될 수 있을 것이다.
3. 비정규직법 개정 전망
기간제와 파견제 문제에 관하여 노사정 합의는 "노사정은 관련 당사자를 참여시켜 공동실태조사, 전문가 의견 수렴 등을 집중적으로 진행하여 대안을 마련하고, 합의사항은 정기국회 법안 의결시 반영토록"하고, 추가논의과제로 '기간제의 사용기간 및 갱신횟수, 파견근로대상 업무, 생명 · 안전 분야 핵심업무에 대한 비정규직 사용제한, 노동조합의 차별신청대리권, 파견과 도급 구분기준의 명확화 방안, 근로소득 상위 10% 근로자에 대한 파견규제 미적용, 퇴직급여 적용문제 등'을 명시하고 있다.(II. 노동시장이중구조 개선, 2-5. 기간제 · 파견근로자 등의 고용안정 및 규제 합리화)
추가 논의과제 내용 합의에 없어
추가 논의과제(7건)의 구체적 내용은 노사정 합의에 담겨 있지 않다. 그러나 2014년 12월 비정규직 종합대책안에서 정부는 각 과제에 대한 상세한 정책방향을 밝힌 바 있으므로, 정부와 새누리당은 종합대책안에 제시된 내용에 따라 비정규직 법률 개정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새누리당 기간제법 및 파견법 개정안은 (i)기간제 근로계약 반복 갱신횟수 제한(2년 범위 내 3회 초과 금지), (ii)기간제 근로자 사용기간 예외적 연장 허용(2년+2년. 35세 이상 근로자가 직접 연장을 신청하는 경우로 한정), (iii)선박, 철도, 항공기, 자동차 등 여객운송사업 중 생명 · 안전 관련 핵심 업무, 산안법상 안전/보건관리자 업무에 기간제 근로자 사용 제한 및 기존 근로자파견 금지업무에 유 · 도선 선원 업무, 철도종사자 업무, 산안법상 안전/보건관리자 업무 추가, (iv)제조업 직접생산공정업무 및 근로자파견 금지업무를 제외한 모든 업무에 고령자(55세 이상) 파견 허용, (v)한국표준직업분류 대분류 2 종사자의 근로소득 상위 25%(2015년 현재 약 5600만원)에 대한 파견 허용, (vi)뿌리산업(금형, 주조, 용접, 소성가공, 표면처리, 열처리의 6개 업종)에 대한 파견 허용, (vii)근로자파견 · 도급의 구별기준을 대법원 판례 등을 반영하여 법률에 명시하고, 하청 근로자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원청 배려(공동안전보건조치, 직업훈련 · 고충처리 지원 등)의 근로자파견 지표 제외 등을 담아, 비정규직 종합대책안 내용의 대부분을 따르고 있다.
정기국회 개정 전망 밝지 않아
그러나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기간제 근로계약 반복갱신횟수 제한 등 여야간 의견 접근이 가능한 일부 사항을 대상으로 한 제한적 개정은 별론으로 하고), 전면적 개정 전망은 아직 밝지 않고, 정기국회 이후 계속 개정방향에 대한 논의가 이어질 가능성이 더 많다. 우선 합의상 '공동실태조사, 전문가 의견수렴 등을 집중적으로 진행하여 대안을 마련'하는 절차가 이행될 필요가 있는데 그 시간이 촉박하다. 새누리당 개정안의 모태인 비정규직 종합대책안 발표 이후 계속 이어지는 야당과 대다수 노동계의 부정적 반응, 국회의 입법과정상 중요 역할을 할 환경노동위원회 구성(여야 동수)과 같은 상황적 제약을 고려하면 입법까지 많은 고비가 남아 있다.
특히 새누리당 파견법 개정안 상 파견 허용업무로 적시된 뿌리산업은, 2013년 정부 통계조사 기준으로 해당업체 수가 26,013개(제조업의 7.6%), 고용인원은 42만명(제조업의 11.7%)(2013년 산업부 뿌리산업 통계조사 결과)에 이르는 엄청난 규모인데, 이에 대한 파견 허용은 제조업 파견금지라는 기존 파견법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다. 따라서 비정규직법 개정 과정에서 논란의 핵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4. 새 통상임금, 근로시간 단축제도
이번 노사정 합의상, 통상임금에 관해서는 "2013.12.18.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토대로 통상임금의 개념정의와 금품의 성질에 따른 제외금품 등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입법화하기로"하고, '그 명칭 여하를 불문하고 소정근로에 대하여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하기로 사전에 정한 일체의 금품'이라는 통상임금 정의에 합의했다.
나아가 "①근로자의 건강, 노후생활 보장, 안전 등을 위한 보험료, ②근로자 업적 · 성과 등 추가적인 조건의 충족 여부에 따라 지급여부 · 지급액이 미리 확정되지 아니한 임금, ③경영성과에 따라 사후적으로 지급되는 금품"으로 시행령에 규정할 제외금품 예시까지 명시했다.(IV. 3대 현안을 통한 불확실성 제거, 1. 통상임금 제도 명확화)
제외금품 예시 명시
근로시간 단축에 관해서도 "1주일은 7일로 하여 휴일근로시간을 연장근로시간에 포함하고, 주당 근로시간은 52시간(기준근로시간 40시간+연장근로시간 12시간)으로" 하고, "휴일근로의 연장근로 포함은 법 개정 후 1년이 경과한 시점부터 시작하여 기업규모를 기준으로 하여 1년씩 4단계에 걸쳐 시행"하며(1단계 : 1000인 이상, 2단계 : 300~999인, 3단계 : 100~299인, 4단계 : 5~99인), "휴일근로가 연장근로에 포함되는 시점부터 특별연장근로(52+α)를 허용하되, 남용방지를 위하여 사유(주문량 증가 등), 절차(노사대표 서면합의), 상한(1주 8시간)을 설정한다. 그리고 휴일근로의 연장근로 포함이 모두 완료되는 시점부터 일몰을 전제로 4년간 허용한 후, 특별연장근로제도의 지속 여부를 재검토하기로" 하는 매우 구체적인 합의가 이루어졌다.(IV. 2. 실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법제도 정비)
정년과 더불어 3대 현안인 통상임금과 근로시간 단축에서 노사정 합의 전체를 통틀어 가장 구체적으로 합의가 이루어진 점은 그 해결방법에 대해 상당한 수준의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것을 반영한다. 2012년 금아리무진 대법원 판결(1개월 초과하는 단위로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될 수 있음을 판시)과 정면으로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성을 인정한 2013. 12. 18. 갑을 오토텍 전원합의체 판결 이래 위 현안들은 장기간 집중 논의가 이루어져 왔다. 따라서 이번 정기국회를 통한 입법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논란 여지가 적기 때문에 입법화의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단 새누리당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휴일근로에 대하여 8시간 이내로 근로할 경우 통상임금의 50% 가산, 8시간을 초과하여 근로할 경우 통상임금의 100% 가산을 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노사정 합의상 명시되어 있지 않고, 현행 근로기준법상 휴일근로가 연장근로에 해당된다면 100% 가산을 인정해야 하는 것(실제 통상임금소송에서 법원은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한다고 인정하는 경우 100% 할증을 인정한다)에 비하여 노측에 불리한 내용이다. 따라서 이 부분은 입법과정상 진통이 예상되고, 대법원에 계류 중인 현행법상 휴일근로의 연장근로 포함 여부에 대한 소송 다수에 대한 판결이 언제 내려질 것인지, 입법 전 내려지면 입법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도 변수가 될 것이다. 나아가 통상임금 입법이 이루어져도 시행령상 정해질 통상임금 제외금품의 범위에 지급일 재직요건이 붙은 정기상여금을 포함할 것인지(지금까지 판결을 보면 대체로 고정성 흠결을 이유로 통상임금성을 부정하나, 일부 반대 취지 판결도 나오고 있다) 등 세부적 문제도 남아있다.
조상욱 변호사(법무법인 율촌, swcho@yulch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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