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지법] "변경된 코스 위험성 안내 불충분"
코스 변경 사실과 변경된 코스의 위험성을 제대로 안내하지 않고 안전시설 등을 설치하지 않아 자전거대회 참가자가 추락사했다. 법원은 주최 측에 50%의 배상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서울중앙지법 민사27부(재판장 김광진 부장판사)는 9월 8일 '2015 강원 호수 그란폰도' 자전거대회 중 추락사한 안 모(사망 당시 15세)군의 부모와 형제 등 4명이 손해를 배상하라며 자전거대회를 공동 주최한 강원도와 강원도관광협회, 주관사인 B사를 상대로 낸 소송(2015가합567734)에서 피고들의 책임을 50% 인정, "피고들은 연대하여 1억 43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015 강원 4대 호수, 물레길 페스티벌'의 부대행사로 개최된 '2015 강원 호수 그란폰도' 자전거대회는 2015년 9월 12일 오전 7시부터 11시까지 참가자들이 자전거를 타고 춘천시 송암레포츠타운을 출발하여 의암댐, 춘천댐, 화천군 민속박물관, 부다리고개, 신동삼거리 등을 지나 다시 출발지로 돌아오는 약 86km 코스로서, 참가 인원은 600명 정도였다. 당초 자전거대회 코스는 부다리터널을 지나게 되어 있었으나, 이후 부다리터널 옆에 폐쇄된 부다리고개의 옛 도로를 지나는 것으로 변경되었고, B사의 실질적 운영자인 임 모씨는 대회 8일 전인 9월 4일경 인터넷 공지사항란에 코스 변경 사실을 공지했다.
자전거대회에 참가한 안군은 9월 12일 오전 9시 30분쯤 대회 코스의 약 58km 지점인 부다리고개 옛 도로의 내리막길을 내려오던 중 가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가드레일이 없는 부분으로 튕겨져나가 바위 지역으로 추락하여 병원으로 후송되었으나 이틀 후 사망했다. 이에 안군의 부모와 형제가 B사 등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부다리고개 옛 도로는 해발고도 462m에서 약 200m까지 계속 내리막길이 이어지는 구간으로, 안군 외에 다른 참가자 3명도 사고 지점에서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가드레일에 부딪혀 상해를 입는 등의 사고가 발생하였다.
재판부는 "사고 지점은 주행 방향 기준으로 우측으로 굽은 도로로서 도로 좌측에는 계곡 추락을 막기 위한 가드레일이 설치되어 있으나, 일부 가드레일이 설치되지 않은 부분이 있고 이를 보완하기 위한 표지판, 그물망 등 안전시설이 설치되어 있지 않았고, 부다리고개 옛 도로의 내리막길에 배치된 안전요원은 사고 지점 직전에 배치된 고등학생 1명에 불과하였으며, 안전요원을 보지 못하였다거나 급커브길에 대한 안내를 받지 못하였다는 참가자도 여러 명 존재한다"고 지적하고, "B사가 자전거대회가 미성년자들도 참가하는 대회인 점을 고려하여 사전에 참가자들에게 코스 변경 사실과 변경된 코스의 위험성을 충분히 안내하고, 사고 발생 위험이 있는 지점에 충분한 안전시설 설치, 안전요원 배치를 하여야 할 의무를 게을리하여 사고를 방지하지 못한 과실이 있음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B사는 자전거대회 도중에 일어난 안군의 사망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강원도와 강원도관광협회는 대외적으로 자전거대회를 포함한 물레길 페스티발의 공식적인 주최자로서, B사에 대한 예산 지원 이외에도 자전거대회를 포함한 물레길 페스티벌을 계획하고 관련 안전 · 교통 대책 수립, 관련 기관과의 협조, 자전거대회 운영과 안전 관리 등의 역할을 담당하였으므로, 참가자들의 인명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B사의 안전관리업무를 지휘 · 감독할 지위에 있고, 나아가 스스로 자전거대회의 주최자로서 대회 중 인명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을 관리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강원도와 강원도관광협회는 안군의 사망 사고와 관련하여 B사의 자전거대회 안전관리업무에 대한 지휘 · 감독의무 또는 자전거대회의 안전관리의무 이행을 게을리 한 데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진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따라서 "피고들은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연대하여 자전거대회 도중에 일어난 안군의 사망 사고에 대하여 원고들에게 그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하고, 다만 ▲자전거대회는 다른 참가자와 기록을 경쟁하는 대회가 아니라 각자의 수준에 맞추어 정해진 코스를 주행하는 성격의 대회이므로 빠른 속도로 주행하여야 할 이유가 없었던 점 ▲부다리고개 정상부터 사고 지점까지는 내리막길과 커브가 계속되던 구간이었으므로 참가자로서는 자전거가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가속도가 붙지 않도록 사전에 충분히 감속하였어야 하는 점 ▲안군이 전방을 주시하고 사전에 감속하여 방향 전환이 가능하였다면 사고를 면하거나 가드레일의 보호로 적어도 계곡에 추락하는 심각한 사고는 막을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에 비추어 보면, "안군이 전방을 주시하고 미리 감속하는 등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주의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였음을 인정할 수 있고, 이러한 과실은 안군이 사망에 이르게 된 상당한 원인이 되었다고 보인다"며 피고들의 책임을 50%로 제한했다.
재판부는 이 사고와 관련하여 업무상과실치상 등의 혐의로 기소된 임씨가 안군의 부모를 피공탁자로 하여 3000만원을 형사공탁한 것과 관련, 위자료 명목으로 공탁한 것이라고 명시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며 이를 재산상 손해배상금에서 공제했다.
이은재 기자(eunjae@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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