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정 국민권익위원장 취임
박은정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국민권익위원장으로 임명되어 6월 28일 취임했다.박 위원장은 취임사에서 "지금 우리사회의 최대의 화두는 불공정"이라며 "민간에서든 공공부문에서든, 부정과 비리가 묵인된다면 국정의 효율도, 경제발전도 꾀할 수 없음은 물론이요, 근원적으로 사회통합도 무망하다"고 갈파했다. 이어 "국민권리구제와 부패감찰, 그리고 행정청의 자기통제를 통합적으로 구현하는데 있어서 제약요인이 없는지 다시 점검해봐야 할 것"이라며 "법률논리에 매몰되거나 관행적인 업무처리에 안주하지 않았는지, 혹 행정청의 승소율에 신경 쓰지 않았는지도 되돌아 봐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또 "우리 조직에 법률가가 많은데, 법률에 따라 사건을 처리하는 공직자는 법률을 현미경으로만 보는 게 아니라 망원경으로도 보면서 궁극적으로 국민의 여망, 사회의 여망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경북 안동 출신인 박 위원장은 기초법을 전공한 법학자로, 참여연대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한국인권재단 이사장과 대통령 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위원,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다음은 취임사 전문.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정부인사발령에 따라 오늘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으로 취임하는 박은정입니다.
이제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여러분과 한 배를 타게 된 저는 한편으로는 기쁜 마음으로,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막중한 책임을 맡은데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이 자리에 섰습니다.
평소 저는 법학자로서 그리고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억울함을 구제하고 공직사회의 잘못을 스스로 바로잡는 일에 헌신하는 국민권익위원회 여러분들의 활동을 지켜보면서 감사하는 마음을 지녀왔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지난 10년간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국민권익위원회를 오늘의 모습이 되기까지 이끌어 주신 성영훈 전 위원장님을 비롯한 전임 위원장님들께 경의를 표합니다. 또한 위원회의 발전에 기여해 주신 부위원장님, 상임위원님들께도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국민권익위원회 여러분!
우리 위원회는 지난 10년간 위법하고 부당한 행정이나 불합리한 제도로 인한 국민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맑은 사회를 구현하는데 앞장서 왔고, 그 결과 많은 성과를 거두어 왔습니다. 그러면서도 지금 이 시점은 그 어느 때보다도 공직자로서의 우리의 책무에 대해 되돌아보고, 더 낮은 자세로 국민의 절실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더 많이 고민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사회의 최대의 화두는 ‘불공정’입니다. 공정사회, 맑은 사회에 대한 국민적 갈구가 지금보다 더 높은 때는 일찍이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공직사회의 청렴성과 도덕성에 대한 요구가 엄중합니다.
지난 정권 말기의 참담함을 겪으면서 우리 사회는 집단적으로 스스로를 성찰하는 계기를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소중한 깨달음의 하나는, 민간에서든 공공부문에서든, 부정과 비리가 묵인된다면 국정의 효율도, 경제발전도 꾀할 수 없음은 물론이요, 근원적으로 사회통합도 무망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공정하고 맑은 사회에 대한 국민의 염원이 얼마나 절실한가는 최근 청탁금지법에 대한 높은 국민적 성원과 지지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새 정부의 국정철학이 국민의 절실한 목소리에 다가가는 정부, 국민과 소통하는 정부라면, 최 일선에서 국민과 만나는 우리 권익위원회는 반부패 정책의 콘트롤 타워로서 이제 남다른 새로운 각오로 새 정부의 국정철학을 담는 그릇으로 거듭나야 하리라 생각합니다. 위원장으로서 제 스스로도 이런 각오를 다지며, 위원회의 운영방향과 관련하여 여러분께 몇 가지 당부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우리 권익위는 국민고충처리, 부패방지, 행정심판이라는,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복합적이고 종합적인 옴브즈만 시스템입니다. 그러므로 국민권리구제와 부패감찰, 그리고 행정청의 자기통제를 통합적으로 구현하는데 있어서 제약요인이 없는지 다시 점검해봐야 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법률논리에 매몰되거나 관행적인 업무처리에 안주하지 않았는지, 혹 행정청의 승소율에 신경 쓰지 않았는지도 되돌아 봐야 할 것입니다.
우리 조직에는 법률가가 많습니다만, 법률에 따라 사건을 처리하는 공직자는 법률을 현미경으로만 보는 게 아니라 망원경으로도 보면서 궁극적으로 국민의 여망, 사회의 여망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우리 권익위원회의 구제절차가 행정청의 부당한 처분뿐만 아니라 사실행위를 대상으로 하는 등, 그 구제 대상이 상당히 광범위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위법하거나 부당한 행정, 담당기관의 무성의와 갑질로 상처받은 국민들이 두드리는 신문고입니다. 그러므로 국민 한분 한분의 사연에 귀 기울 수 있는 따뜻한 조직이 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 입장에서는 수만 건의 민원 중 하나이지만, 민원인의 입장에서는 우리 권익위원회가 마지막 생명줄과도 같은 존재일 수 있습니다.
둘째, 오늘날은 집단적이고 복합적인 갈등민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인 만큼, 이런 갈등민원을 조정하고 해결하는 전문적 역량을 갖추는데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우리기관은 강제하는 힘을 가진 기관이 아니라 권고 내지 조정하는 역할을 하는 기관입니다. 권고 내지 조정하는 힘은 강제하는 힘보다 약한 듯 보이지만, 그러나 성공하기만 한다면 그 어떤 강제구제수단에 의하는 해결보다도 더 큰 보람을 얻을 수 있습니다.
물론 조정과 권고가 받아들여지기 위한 대 전제는 국민으로부터 얻는 신뢰입니다. 특히 우리 국민권익위원회는 다른 부처에 대한 감독역할을 한다는 점에서도, 신뢰가 우리 기관의 권위의 원천임을 깊이 새겨야 할 것입니다. 우리 스스로 항상 옷깃을 여미지 않는다면, 잘못된 관행을 찾아 우리 스스로 바꿔 나가려 하지 않는다면, 반부패 청렴 정책 총괄기관으로서 인정받기 어려울 것입니다.
셋째, 부패와 고충을 유발하는 각종 제도개선과 관련하여, 국민 참여를 보다 더 증대시키는 방향에서 국민신문고 운영이나 민원정보 분석 등에 임해야 할 것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우선 우리 위원회가 노력하는 일들을 시민들에게 더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어느 일간지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공익제보의 주무부처가 국민권익위원회라는 사실을 잘 모르는 시민들도 많은 듯합니다. 우리가 국민과의 소통에 노력하는 만큼 타 부처의 협조 내지 수용율도 높아질 것입니다.
제도개선과 관련하여, 특히 부패공익신고자에 대한 보호를 지금보다 더 강화하고 제도적으로 정치하게 다듬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공익신고자 보호에 관한 한은 제도개선도 물론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제도적 보장만으로는 이들을 끝까지 지킬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공익제보자가 겪는 애로와 모진 고통을 마지막까지 현장에서 함께 하는 호민관(護民官)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국민권익위원회 가족 여러분!
저는 공직이란 남을 돕는 일이라는 소박한 정의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으로 생업을 영위하면서도 남을 돕는 일을 할 수 있다는 이 공직의 매력과 보람은 우리 인생에서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이라 여겨집니다. 그 점에서 특히 권익위원회에 속해 있는 공직자인 여러분과 저는 큰 행운을 타고난 사람들입니다.
공직자 중에서도 공직자인 호민관 여러분,
호민관의 진정한 권위는 남을 대변한다는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 역할의 못다함에 대해 언제나 전전긍긍하며 스스로 겸손한 데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여러분 한분 한분이, 간부님은 간부님의 위치에서, 조사관은 조사관의 위치에서 자긍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위원장으로서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위원장실을 언제나 열어놓고 여러분의 아이디어와 애로사항 그리고 비판을 기다리겠습니다. 국민의 억울함을 구제하고 비리를 바로잡는데 있어서, 자신이 양심에 따라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실행하는 진정한 호민관은 상급자의 눈치를 살필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의 진정한 상급자는 국민이기에, 저는 이제 여러분과 함께 국민을 위한 충성경쟁을 벌이고자 합니다.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에 평화와 행복이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17. 6. 28.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박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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