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도일 변호사]
[손도일 변호사]
  • 기사출고 2004.06.05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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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이 되기 전에 고려해야 할 사항들
과거에는 흔히 기업의 임원이 되면 '별을 따는 것'이라고 하였다.

지금도 연봉상승, 승용차, 골프장 이용 등과 같은 경제적인 혜택 이외에도 사회적으로 고참 부장과는 완전히 다른 대접을 받고 있다.

◇손도일 변호사
특히 벤처기업의 설립 및 공개(IPO)에 따라 과거보다는 공개된 기업의 임원이 될 수 있는 기회의 폭이 비교할 수 없게 넓어진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각종 시민단체가 공개기업들의 부적절한 행위에 대하여 그 임원들을 상대로 각종 손해배상청구를 하고 있고, 실제로 이에 따라 국내 최고의 모기업 임원들이 개인적으로 수십억원씩 배상금을 지급한 바 있는 점(대법원 확정 전에 고율의 지연이자를 피하기 위한 것이기는 하지만)을 볼 때 어떤 한 회사의 임원이 된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상당한 위험을 동시에 부담하는 일이기도 하다.

사실 검찰, 경찰과 같은 수사기관에서는 최근 비공개기업의 임원의 배임죄에 대하여도 그 수사의 강도를 높이고 있으므로, 기업의 공개여부를 떠나서 어느 회사의 임원이 되고자 한다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사항들을 유심히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물론 사내승진을 통하여 임원이 되는 것이라면 어쩌면 선택의 여지가 없을 수 있다.

그러나 외부영입을 통하여 사내이사가 되거나 혹은 사외이사가 되는 경우에는 자신에게 어떤 책임이 돌아올 수 있는지에 관하여 꼼꼼히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 할 것이다.

우선 임원, 특히 등기이사가 되면 그 동안 자신을 보호하던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 즉 등기이사는 정당한 사유가 없더라도 중도에 언제라도 주주총회의 특별결의에 의하여 해임될 수 있다 (물론 회사는 정당한 사유가 없는 경우에는 잔여 임기 동안의 보수를 지급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따라서 임원이 되었을 때 어느 정도의 직업안정성을 갖을 수 있는지를 고려하여야 한다.

다음으로 이사회의 분위기를 잘 살펴야 한다. 즉 실제 내부적인 의견수렴과정이 정착되어 있는지, 아니면 단순히 고무도장(rubber stamp)으로써 경영진의 결정을 따라야만 하고 반대의견은 제출할 수 없는 분위기인지를 알아보아야 한다.

불법한 업무집행에 반대의견 제시 안했으면 손배책임 부담

참고로 불법한 업무집행에 관한 결의를 한 이사회에서 반대의견을 제시하지 않는 경우에는 그 불법한 업무집행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여야 하고, 그렇다고 모든 이사회에 참석을 하지 않는다면 그 자체가 이사의 성실의무 위반이 되어 회사 내지 주주들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할 여지가 있다.

한편 흔히 일반적으로 가장 잘못 생각하고 있는 부분은 임원들은 회사 내지 주주들에 대하여만 책임을 부담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임원에 대한 소송이 흔한 미국에서는 임원에 대한 소송 중 절반 이상이 주주가 아닌 제3자에 의하여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고, 그 근거로는 임원이 법령이나 제3자에 대한 신인의무(fiduciary duty)를 위반하였거나 불법행위에 관여한 경우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상법 제401조는 기업 임원의 제3자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있으므로 비록 지금은 소액주주들의 임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가 주목을 받고 있으나, 향후 제3자의 임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가 더 증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소수주주들의 임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은 승소하는 경우에도 임원들은 회사에 대하여 손해를 배상하면 되므로 주주들은 간접적인 이득을 얻는 것으로 만족하게 된다.

그러나 제3자의 임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은 승소시 제3자가 직접적인 배상을 받으므로 그 활성화 동기는 충분하다고 본다.

이와 같은 변화에 대하여 기업들은 주로 임원배상책임보험(Directors and Officers Liability Insurance)에 가입하는 것으로 대응하고 있고, 실제 대부분의 임원들도 그와 같은 보험에 자신이 재직하는 기업이 가입한 경우 자신은 충분히 보호받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렇지만 상당수의 경우 임원배상책임보험에 의하여 보호되지 않는 경우가 있을 수 있으니 각별히 주의하여야 한다.

임원배상 책임보험으로 보호되지 않는 경우도 있어

가령 임원의 책임보험약관들에 따르면 보험계약시 보험회사에 보험회사가 질의한 사항을 빠짐없이 알려야 하고, 이를 제대로 알리지 아니하면 향후 보험금의 지급이 거부될 수 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향후 잠재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모든 사실들을 알리는 것이 쉽지 않고, 또 이를 알리는 경우 그 보험료가 상당히 높아지거나 보험사가 그 인수를 거부할 가능성도 있다는 현실적인 문제점이 있다.

더욱이 회사의 경영에 깊이 관여한 임원들의 경우 문제될 만한 행위에 약간이라도 관여한 바가 있거나 그와 같은 상황을 인지하고 있었다면, 보험회사에서는 약관상의 각종 배제규정(Exclusion)을 근거로 해당 임원에 대하여는 보험료의 지급을 거절할 가능성이 있다. 그 경우 실제로 보험가입의 필요성이 절실한 상근임원들에게는 임원의 책임보험이 실효성이 없는 것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특히 보험회사는 보험기간 중에 최초로 제기된 손해배상청구에 대하여만 보상하고, 보험기간 개시일 이전에 행해진 행위에 기인하는 배상청구는 보상하지 아니하고 있는 반면 미국의 경우 상당수는 청구시점을 기준으로 할 뿐 이와 같은 사전행위배제(Prior Act Exclusion)은 없는 경우가 많으므로, 미국의 보험에 비하여 그 보호범위가 상당히 좁다고 볼 수 있다.

이밖에도 보험회사는 피보험자에 대하여 주주대표소송이 제기되어 피보험자가 법인에 대하여 법률상의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는 경우에 입은 손해를 보상하지 아니하므로 실제로 문제되고 있거나 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 증권관련집단소송법의 대상 중 상당수의 경우가 임원책임보상보험의 사각지대에 있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크게 오해하고 있는 부분 중 하나가 회사의 고문변호사의 역할이다. 일반적으로는 회사의 이익과 임원의 이익이 일치한다고 보아 회사의 고문변호사가 당해 회사의 임원의 질의에도 답하는 것이 틀렸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가령 회사가 상당히 위험성이 높은 사업이지만 회사에는 중요한 사업을 긴급하게 처리하려고 하는 경우, 사외이사가 회사가 제시한 방안에 따라 처리하여도 좋겠느냐고 회사의 고문변호사에게 질의한다면 그 고문변호사는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수 있다.

이와 같은 점을 해결하고자 미국에서는 회사의 변호사가 아닌 이사회의 임원들만을 위한 변호사를 회사의 비용으로 고용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이사회의 바른 결정을 보조하는 것은 회사를 장기적으로 위하는 것이므로 그 비용지출의 정당성은 확보될 수 있다.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임원들은 상당한 위험에 노출되어 있고, 이와 같은 위험은 임원의 임원배상책임보험이나 회사의 변호사들에게 자문하는 것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먼저 회사내부의 임원의 책임에 관한 정관규정, 이사회규정, 임원의 책임보험약관과 같은 임원책임관련 제반 서류 및 내부 준법시스템에 관하여 법률실사(Legal Audit)를 한 후 이를 바탕으로 상시적으로 임원의 책임을 최소화할 수 있는 강력한 내부 준법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할 것이다.

어느 회사의 임원이 되고자 한다면 위와 같은 점에 관하여 어느 정도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지를 잘 살펴야 할 것이다.

◇손도일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25기로, 2년간 판사로 재직한 후 법무법인 세종 및 미국 로펌에서 7년간 변호사로 활동했습니다. 미국 UCLA 법대 법학석사(LL.M.) 과정에서 1년간 임원의 책임에 관하여 연구했으며, 미국 로펌의 파트너 변호사와 함께 "Directors and Officers Liability in the United States"를 공저했습니다. 지금은 기업법을 주로 다루는 SL Law Group 대표변호사로 있습니다.

본지 편집위원(dison@sonl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