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군사우편 통해 필로폰 밀수한 주한미군 병사에 유죄 선고
[형사] 군사우편 통해 필로폰 밀수한 주한미군 병사에 유죄 선고
  • 기사출고 2017.05.04 08:22

[의정부지법] "한 번에 100만~300만원 받아"
주한미군 병사가 동료의 군사우편함을 통해 미국발 우편물을 수령하는 방식으로 필로폰을 수입했다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의정부지법 형사12부(재판장 노태선 부장판사)는 4월 26일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 혐의로 기소된 주한미군 A씨에게 "특성상 적발이 용이하지 아니하고, 심한 환각성, 중독성 등으로 인해 사회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한 추가 범죄를 양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죄질 좋지 않다"며 이같은 형을 선고했다.

A는 일명 '제이슨'으로부터 미국발 우편물을 대신 받아달라고 부탁받자, 위 우편물에 필로폰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면서도 동료인 B의 군사우편함을 통해 필로폰 약 4122.59g을 수령한 혐의다. 재판부에 따르면, A는 이러한 사실을 모르는 B에게 군사우편함을 빌려달라고 부탁하였고, B가 승낙하자 제이슨이 2016년 10월 28일 오전 11시 3분쯤 미 캘리포니아 LA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과자상자 안에 은닉된 필로폰 약 4122.59g을 미군사우편물로 도착하게 하고, B가 그해 11월 1일 오후 1시 44분 경기 의정부시 고산동에 있는 캠프 스탠리 내 우체국에서 수령한 것으로 조사됐다.

A는 재판에서 제이슨의 부탁을 받고 B의 군사우편함을 통하여 우편물을 수령하기로 한 사실은 있으나, 그 우편물에 필로폰이 들어있다는 사실은 몰랐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A가 2016. 7.~8.경 일면식도 없는 제이슨으로부터 자신의 군사우편함을 통하여 옷 등의 생활용품이 담긴 미국 우편물을 수령하도록 해줄 것을 부탁받고도 별다른 의심 없이 그 요청을 받아주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A는 이후 2016. 7.~9.경까지 사이에 3, 4차례에 걸쳐 미국에서 제이슨 측이 자신의 군사우편함을 통해 보낸 우편물을 수령하여 제이슨에게 전달해 주고 그에 대한 대가로 1회당 100만원에서 300만원까지 지급받았고, 위 금액이 생활용품의 수령대가치고는 지나치게 다액임에도 단 1번도 그 내용물을 확인해보거나, 확인해 달라고 요구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A와 B의 월급여는 월 1500달러 정도이다.

재판부는 또 "A는 B에게 군사우편물의 이용을 부탁하면서도 어떤 내용물이 군사우편함을 통해 배달되어 오는지에 관하여는 알지 못한다고 하였고, 이후 B가 체포되자 B에게 수사기관의 물음에 우편물에 대하여는 모르는 물건이고, 주문한 사실도 없다고 대답하라고 하였으며, 나아가 핸드폰 대화내용도 모두 삭제하라고 지시하였는바, 이는 이 사건 우편물이 생활필수품이라고 믿었다는 A의 언행과는 배치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A는 범행 이전인 2016. 8. 하순경 B에게 '많은 돈이 생길 것이다'는 취지의 문자를 하였고, 이에 B는 농담삼아 '마약 거래하냐'라는 문자를 보내자 이를 부인하지 아니한 채 '나중에 이야기 하자'라는 답변만을 하였다"며 "위 문자의 내용이나 시기를 고려하면, A는 위 문자 당시 이미 제이슨의 부탁을 받고 군사우편함을 통한 우편물의 수령, 전달을 약속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B에 대해서는, "필로폰 수입에 관하여 고의 내지 미필적 인식이 있었다는 점에 관하여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진실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기에는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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