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의 가치평가 기준
로펌의 가치평가 기준
  • 기사출고 2005.12.04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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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보고된 영국의 Clementi 보고서(지난회 칼럼 참조)의 파장이 날로 커져가고 있는 가운데, 영국과 영미권계의 로펌 시장에서는 로펌 상장과 외부투자에 대한 대책 마련으로 분주한 모습이라고 한다.

◇임석진 미국변호사
로펌들로서는 원론적인 질문 두 가지에 봉착하고 있다.

그 첫번째는 과연 외부투자가 로펌의 운명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이고, 또하나는 자신들의 로펌이 과연 얼마만큼의 가치를 갖고 있는냐는 것이다.

모든 로펌이 이러한 질문에 답해야 할 필요성은 없지만, 외부투자를 원하는 로펌이라면 이를 피해갈 수는 없을 것이다.

두 질문은 물론 상호의존적이다.

대부분의 로펌들은 아마 첫번째 질문에 대해 먼저 따져보고, 이에 대한 답이 긍정적인 것이어야 비로소 두번째 질문에 대해 고민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보다 본질적인 질문은 로펌의 가치가 얼마인가이다.

자신의 로펌의 가치를 정확하게 산정해 본 후에야 외부투자가 로펌의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성장에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지에 관한 답도 얻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변호사 수, 수임 건수 등이 로펌 평가의 전통적인 기준

전통적으로는 로펌내 변호사의 숫자와 로펌의 수임 건수 등이 로펌의 가치를 측정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투자의 형식으로 로펌의 일부를 소유하거나 경영에 관여하는 투자자들에게 이 정도의 자료만으로는 투자의 확신을 심어주기에 미약해 보인다.

기업을 공개하는 가장 큰 척도는 재무구조를 공개하는 것이며, 로펌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해마다 발행되는 법조 보고서를 통한 총수입과 수익에 관한 증가와 감소에 관한 정보는 지금보다 훨씬 그 중요성이 강조될 것이다. 아마 더욱 자세한 내용의 보고서가 요구될 것이다.

이러한 보고서들이 투자자들로 하여금 로펌을 평가하는 기본적인 자료가 될 것이며, 로펌은 잠재적인 투자자들이 이러한 정보에 최대한 접근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재무구조의 공개는 많은 로펌들이 걱정하는 것처럼 불가피한 로펌 조직의 변화를 요구한다.

아직까지 로펌들은 거의 모든 자료의 비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변호사들이 재무구조에 대한 정보의 공개에 반대한다면, 투자자들의 흥미조차 끌 수 없게 되고, 외부투자의 가능성은 없다고 보아야 한다.

재무제표, 지출 대비 수익, 로펌의 매출액, 지출의 구체적 내용과 효율성에 관한 부분들도 투자자들이 알고 싶어할 것이다.

이것들은 외부투자의 유치를 위하여 필수로 공개해야 할 사항이 될 것이다.

명성, 전문성, 마케팅, 고객층, 인지도 등도 중요

로펌의 순수 가치 이외의 특징적인 평가 기준으로는 그 로펌의 명성, 전문성, 마케팅, 영업능력, 고객층, 그리고 로펌에 대한 의뢰인들의 인지도 등을 들 수 있다.

전문성을 지니고 있지 않은 로펌은 거의 없겠지만, 투자자들은 투자의 안정성과 수익을 위하여 그 로펌의 특징적인 전문성에 많은 점수를 줄 것이다.

마케팅의 효율성 또한 법률 시장과 투자자들에게는 로펌 평가의 잣대가 되기 때문에 이 또한 로펌의 가치를 측정하는 척도가 될 것이다.

기존의 로펌 마케팅과는 다른 새롭고 혁신적인 마케팅 기법도 요구된다.

이는 로펌의 매출을 높이는 요인이 될 것이며, 동시에 로펌의 투자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로펌을 홍보하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투자자들은 또한 고정의뢰인의 확보 여부와 로펌 내의 의사 결정 절차와 방법의 투명성, 신속성, 효율성 여부에 대한 정보도 요구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는 로펌 경영의 변화를 요구하는 것인데, 앞으로 외부투자를 유치한 로펌에서는 전문적인 경영시스템의 필요성을 절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의 보고백서(White Paper)에서도 권고했듯이, 영국 정부는 로펌의 법적 수행 능력뿐만 아니라 재무구조와 행정사항에 대한 정보를 요구할 것이라고 나와 있다.

이미 발빠른 컨설팅 회사에서는 이에 대비하여 로펌의 경영컨설팅 전략을 외부투자자의 구미에 맞게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외부투자자 뿐만 아니라 의뢰인에게도 로펌의 수행능력에 관한 정보는 로펌을 선택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법률시장 자체에서도 로펌에 관한 자세한 정보를 요할 것이라는 것이다.

법률서비스 시장은 의뢰인의 선택에 많이 의존하고 있는 영역이다.

로펌의 인지도 역시 다른 일반 기업이 쌓아 놓은 브랜드 파워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안정하다고 보아야 한다.

여기에다 로펌의 구성원 변호사가 다른 로펌으로 이적하게 될 위험성에 대한 고려도 로펌에 대한 투자에 있어서 중요 변수중 하나로 작용하게 된다.

이는 투자자들이 변호사에 대한 보수 책정에 관한 방식과 변호사의 예측하지 못한 이적 및 이에 수반하는 비용에 대한 대비책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질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대한 적절한 대책을 세우지 못하는 로펌은 투자자들에게 혼선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법률시장의 엄격성과 로펌의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특성, 적자생존의 원칙 등과 함께 로펌의 서비스라는 것의 특성상 작년의 매출액이 올해의 매출액을 보장해 주지 않으며, 로펌 자체의 수명이 비교적 짧고 그 구성원의 변동 가능성이 항상 존재하는 점 역시 로펌의 투자를 일반 투자와 차별짓는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물론 로펌의 근본적인 속성에서 기인하는 것이나, 의뢰인과 변호사들의 관계와 이들을 관리하는 치밀한 전략의 여부가 바로 로펌의 가치를 측정하는 가장 큰 기준이 될 것이란 지적이다.

고객과 구성원이 로펌의 가장 큰 자산

로펌의 고객과 구성원이 로펌의 가장 큰 자산임은 분명한데, 외부투자와 관련하여 로펌은 더욱 정교한 people skill을 요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외부 투자금 유입시 수반되는 불가피한 견제를 통한 경영의 투명화와 합리화, 그리고 이에 부수하는 효율성의 제고와 더불어 로펌의 새로운 경영 전략의 도입과 대형 로펌의 기업화와 이에 부응하는 사업 다각화의 가능성 차원에서도 외부투자는 매력있어 보인다.

결국 외부 투자의 요건을 충족하려고 노력하면 로펌 자체의 경쟁력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로펌 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하더라고 시장원리의 지배를 피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영국이 추진중인 로펌에의 외부투자의 가능성은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것이고, 이러한 영국의 변화는 다른 나라에도 서서히 영향을 미차게 될 것이다.

국내로 눈을 돌려보자.

아직까지 로펌의 이러한 외부투자의 도입여부는 불투명 하지만, 한국 로펌들의 대형화 추세와 법률시장 개방에 따른 기업화된 외국 로펌의 국내진출 가능성 등을 고려해 본다면 로펌에 대한 외부투자의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또 외부투자의 도입 여뷰를 떠나 위에서 언급한 외부투자유치를 위한 여러 요소들은 로펌이 스스로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자체평가를 위해서도 좋은 참고자료가 될 것이란 지적이다.

◇임석진 미국변호사는 미 브라운대와 콜럼비아 대학원, 보스톤 칼리지 법과대학원과 런던대 킹스 칼리지 법과대학원을 나왔습니다. 클리포드 챤스(Clifford Chance) 국제법률사무소와 법무법인 세종에서 다년간 활동한데 이어 지금은 SL Partners (법무법인 한승)에서 미국변호사로 활약중입니다.

본지 편집위원(sjlim@slpartn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