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확정판결 기판력 미치지 않아"
의료진의 과실로 수술 후 장애가 발생한 환자가 병원을 상대로 '향후치료비는 향후 소송 시 신체감정 결과에 따라 확정하여 청구한다'고 명시하여 조정을 신청한 후 조정이 성립되지 않자 소송을 냈다. 소송에선 신체감정 등이 이루어지지 않은 가운데 조정 신청 내용대로 판결이 확정됐다. 이후 환자 측에서 별도의 소송을 통해 향후치료비와 위자료 등을 추가로 지급받을 수 있을까.대법원 제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7월 27일 수술 후 장애가 발생한 오 모(여 · 75)씨와 오씨의 아들 구 모(40)씨가 "위자료 2억원을 포함 2억 6000여만원을 추가로 지급하라"며 고대 구로병원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13다96165)에서 "선행 소송 확정판결의 기판력은 청구 후에 발생한 치료비나 신체감정결과 등에 의하여 밝혀진 별도의 치료비, 개호비 등에는 미치지 않는다"고 판시, 오씨 등의 청구를 각하한 원심의 오씨 패소 부분 중 적극적 손해에 대한 배상청구와 지연손해금 청구에 관한 부분을 깨고, 원고 일부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위자료 부분에 대해서는 확정판결의 기판력이 미친다고 보았다.
고대 구로병원에서 척추 협착증 수술과 재수술을 받은 오씨는 병원 의료진의 과실로 불완전 하지마비 등의 장애가 발생하였다고 주장하며 2010년 5월 아들과 함께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조정신청을 했다.
오씨 등은 조정신청서에서 "오씨는 적극적 손해에 대한 배상금으로 기왕치료비로 560여만원을 청구하고, 향후치료비는 향후 소송 시 신체감정결과에 따라 확정하여 청구하되, 유사 판례에 근거하여 비뇨기과와 항문외과 향후치료비 33여만원과 기타물품구입비(보조구 비용) 570여만원을 청구하고, 위자료로 3000만원을 청구하며, 아들은 위자료로 1000만원을 청구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조정이 성립되지 않아, 사건은 소송으로 이행되었고 오씨에 대한 신체감정 등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2010년 8월 '피고는 원고들에게 조정 신청 내용과 같은 금액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자백간주에 의한 원고들 전부승소판결이 선고되었다. 병원이 항소를 제기했다가 취하하여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이후 오씨 모자는 "선행 소송에서 인정된 금액을 제외한 나머지 적극적 손해에 대한 배상금과 위자료 2억원을 포함한 2억 6000여만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추가로 지급하라"며 다시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가분채권의 일부에 대한 이행청구의 소를 제기하면서 나머지를 유보하고 일부만을 청구한다는 취지를 명시하지 아니한 이상 그 확정판결의 기판력은 청구하고 남은 잔부청구에까지 미치는 것이므로, 그 나머지 부분을 별도로 다시 청구할 수는 없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일부청구임을 명시한 경우에는 그 일부청구에 대한 확정판결의 기판력은 잔부청구에 미치지 아니하는 것이고, 이 경우 일부청구임을 명시하는 방법으로는 반드시 전체 채권액을 특정하여 그 중 일부만을 청구하고 나머지에 대한 청구를 유보하는 취지임을 밝혀야 할 필요는 없으며, 일부청구하는 채권의 범위를 잔부청구와 구별하여 그 심리의 범위를 특정할 수 있는 정도의 표시를 하여 전체 채권의 일부로서 우선 청구하고 있는 것임을 밝히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오씨의 적극적 손해에 대한 배상청구와 그 지연손해금 청구에 관한 부분에 대하여, ▲오씨가 선행 소송에서 그 청구하는 적극적 손해의 개별 항목과 금액을 특정하면서 적극적 손해 중 다른 손해에 대하여는 신체감정결과에 따라 청구할 것임을 밝힌 점 ▲오씨에 대한 향후치료비 및 개호비 등은 그 성질상 오씨에 대한 신체감정 등을 통해서 필요한 치료의 내용 · 기간 · 액수와 개호의 필요성 등이 밝혀져야 그 청구금액을 확정할 수 있는데 조정이 성립되지 않아 소송으로 이행되었음에도 선행 소송에서 신체감정이나 그에 따른 청구금액 확장 등이 모두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자백간주에 의한 원고들 전부승소판결이 선고되었고 이에 대하여 오씨가 항소를 하지 않은 점 ▲오씨의 상해의 정도에 비추어 볼 때 향후 상당한 액수의 치료비 및 개호비가 소요될 것으로 보여 오씨가 승소금액만을 받고 더 이상 나머지 적극적 손해를 청구하지 않는다는 의사로 자백간주에 의한 전부승소판결에 대하여 불복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선행 소송의 청구는 일부청구하는 채권의 범위를 잔부청구와 구별하여 그 심리의 범위를 특정할 수 있는 정도로 표시하고 또한 전체 채권의 일부로서 우선 청구하고 있는 것임도 밝힌 경우에 해당하여 명시적 일부청구라고 할 것이고, 한편 후행 소송의 이 부분 청구는, 선행 소송의 이 부분 청구와 마찬가지로 의료사고로 인한 것이기는 하나, 선행 소송에서의 그것과 달리 그 청구 후에 발생한 치료비나 신체감정결과 등에 의하여 밝혀진 별도의 치료비, 개호비 등에 관한 것임이 분명하다"고 지적하고, "선행 소송 확정판결의 기판력은 후행 소송의 이 부분 청구에는 미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오씨 등의 위자료와 그 지연손해금에 관한 부분에 대하여는, "원고들은 적극적 손해 부분과 달리 조정신청서에서 의료사고로 인한 위자료와 그 지연손해금 채권의 전부에 관하여 청구하고 있을 따름이지 그 청구의 일부를 유보하고 나머지만을 청구한다는 취지를 명확히 밝히지 않은 점, 그 기재된 위자료 액수 또한 의료사고의 경위, 병원 의료진의 과실, 오씨의 상해 정도 등에 비추어 볼 때 통상의 의료소송에서 원고들이 받을 수 있는 위자료 액수보다 적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원고들은 선행 소송에서 이 부분 청구가 나머지를 유보한 일부만의 청구라는 취지를 명시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선행 소송 확정판결의 기판력은 의료사고에 따른 원고들의 위자료와 그 지연손해금 채권 전부에 미친다"고 지적하고, "원고들이 소송에서 비로소 선행 소송에서의 위자료와 그 지연손해금 청구가 소송물의 일부에 한정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그 청구 대상에서 제외되었다는 잔부를 청구하는 것은 모두 선행 소송 확정판결의 기판력에 저촉되는 것으로서 부적법하여 허용될 수 없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랜드마크가 오씨 등을, 고대 구로병원은 법무법인 한길이 대리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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