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턱수염 기른 아시아나 기장 비행정지 정당"
[행정] "턱수염 기른 아시아나 기장 비행정지 정당"
  • 기사출고 2016.06.09 10:4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행법] "정당한 업무명령 해당"
아시아나항공이 턱수염을 기른 기장에게 비행정지처분을 내린 것은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유진현 부장판사)는 5월 26일 아시아나항공이 "턱수염을 기른 기장 이 모씨에게 내린 비행정지를 부당한 처분이라고 판정한 재심판정을 취소하라"며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을 상대로 낸 소송(2015구합67014)에서 "비행정지는 정당한 업무명령에 해당한다"고 판시, "재심판정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이씨가 피고보조참가했다.

이씨는 A320 비행기를 운행하는 기장으로 근무하고 있던 2014년 9월 12일 오후 김포공항 승무원 대기실 내 화장실에서 안전운항부문을 담당하는 상무와 마주쳤는데, 그 당시 이씨는 턱수염을 기른 상태였다. 이후 이씨는 안전운항팀장 김 모씨가 "턱수염을 기르는 것은 규정에 어긋나므로 면도를 하라"고 지시하자 외국인과 달리 수염을 기르지 못하게 하는 것은 차별적인 규정이라고 주장하면서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자 김씨는 같은날 오후 7시 20분으로 예정되어 있던 이씨의 김포-제주 비행 일정을 변경하여 이씨의 비행 업무를 일시적으로 정지시켰다. 김씨는 이씨에게 수염을 기르는 이유에 대하여 구체적인 답변을 요구하는 이메일을 보냈으나, 이씨는 답변을 하지 않았다. 결국 9월의 나머지 기간에 예정되어 있던 이씨의 비행 일정이 모두 변경되어 이씨는 그 기간 비행 업무를 계속적으로 정지당했다.

이씨는 이후 회사 측과의 면담을 거쳐 '규정이 변경될 때까지 현 규정을 지켜 수염을 기르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업무에 복귀했지만 비행정지는 부당한 인사 처분이라고 주장하며 구제신청을 했다. 그러나 서울지방노동위가 구제신청을 기각하자 재심을 신청, 구제명령 판정을 받았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아시아나의 용모 규정은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지 않아 그 유효성에 논란이 있을 수 있고, 용모 규정이 유효하다 하더라도 비행정지에 업무상 필요성이나 합리적 이유가 없고 그로 인해 이씨가 입은 생활상 불이익이 크다'는 이유로 비행정지가 부당한 처분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아시아나가 판정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아시아나의 용모규정에 따르면, 남자 직원의 경우 안면은 항시 면도가 된 청결한 상태를 유지하며, 수염을 길러서는 아니 된다.

재판부는 "원고는 국내외 항공 운송업 등을 영위하는 항공사인데, 항공사의 경우 항공 사고가 발생하면 다른 운송 수단보다 훨씬 큰 인적 · 물적 피해를 초래하는 점, 다른 운송 수단에 비해서 고객들이 상대적으로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이용하는 점 등의 이유로 항공 운항의 안전 확보와 항공사의 서비스 · 안전도에 대한 고객들의 만족과 신뢰가 경영에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이에 따라 통상적으로 국내외 항공사들은 항공 운항의 안전을 확보하고 고객으로부터 만족과 신뢰를 얻는 데 직 · 간접적으로 필요한 범위에서 직원들에게 제복을 착용하게 하는 등 복장이나 용모에 대해 일반 기업체에 비해 많은 제한을 가하고 있다"며 "따라서 원고 역시 항공사로서 직원들의 복장이나 용모에 대하여 일반 기업체보다 훨씬 폭넓은 제한을 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제복을 입고 출퇴근을 하거나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원고의 운항승무원들이 보인 모습이나 태도, 행동 하나하나 사소한 것까지도 원고의 고객 또는 잠재적인 고객에게 불만이나 불쾌감을 불러일으킴으로써 원고에 대한 고객들의 만족도나 신뢰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지적하고, "원고가 직원들의 복장이나 용모에 대한 폭넓은 제한의 일환으로서 제복을 입은 직원들의 두발이나 수염에 대해 그것을 단정하게 정리하거나 깎도록 지시할 업무적인 필요성이 있다고 봄이 타당하고, 이러한 지시를 따르지 않은 채 두발이나 수염을 기른 직원에 대해 업무를 수행하기 적정하지 않은 상태라는 판단에 따라 업무에서 배제하는 조치를 하는 것 역시 고객에게 만족과 신뢰를 줄 수 있는 업무 수행을 위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비행정지로 원고가 입은 직접적인 불이익은 2014년 9월분 급여의 약 30%에 해당하는 비행보장수당 3,240,827원을 받지 못한 것이 전부인데, 이를 역산하면 원고의 월 급여는 약 1000만원이 넘고, 이러한 원고의 급여 수준에 비추어 단지 한 달 동안 1000만원이 넘는 급여 가운데 3,240,827원을 받지 못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원고의 일상생활이 갑자기 어려워진다거나 곤궁해진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비행정지로 원고가 입는 직접적인 생활상의 불이익이 크다고 보기는 어렵고, 단체협약에 승무정지가 징계의 종류로 규정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와 별도로 업무명령으로서 승무정지를 할 수 있으므로, 원고가 징계가 아닌 업무명령으로서 비행정지를 하였다고 하여 재량권을 남용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결국 이씨에 대한 비행정지는 경영상의 필요나 업무 수행을 위한 합리적인 이유에 근거하는 것으로서 정당한 업무명령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김앤장이 아시아나를, 이씨는 법무법인 '여는'이 대리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Copyrightⓒ리걸타임즈(www.legaltime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