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기내 갑질' 포스코 '라면 상무' 해고무효 소송 패소
[노동] '기내 갑질' 포스코 '라면 상무' 해고무효 소송 패소
  • 기사출고 2016.05.19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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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법]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아니야""자발적으로 사임 의사표시"
주문했던 라면을 제공하지 않는다며 항공기 내에서 승무원을 때리는 등 '갑(甲)질'을 한 사실이 알려져 사임한 포스코에너지 전 상무 왕 모씨가 해고무효 소송을 냈으나 패소했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사임의 의사표시를 한 것이라는 게 판결 이유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8부(재판장 김범준 부장판사)는 5월 17일 왕씨가 "해고는 무효"라며 포스코에너지를 상대로 낸 청구를 기각했다. 왕씨는 포스코에너지를 상대로 1억원의 못 받은 임금을, 대한항공을 상대로 300만원의 위자료 지급을 요구했으나 이들 청구 또한 모두 기각됐다.(2015가합546348)

왕씨는 2013년 4월 15일 오후 3시 15분쯤 대한항공의 인천 발 미 LA행 KE017 항공편의 비즈니스석에 탑승했다. 왕씨는 비행 중 항공기 기내에서 승무원들에게 좌석 교체 가능여부와 실내온도 조절 문제, 조명의 밝기, 죽이나 라면과 같은 식사 제공, 면세품 판매 등 기내 서비스에 대하여 여러 차례 불만을 표시했고, 미 LA 공항 도착 2시간 전에는 직접 기내 주방으로 들어가 담당 승무원에게 주문했던 라면을 제공하지 않는다며 질책하는 과정에서 들고 있던 책 모서리와 승무원의 신체부위가 부딪히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에 항공기 사무장이 기장에게 기내 승무원 폭행사건이 발생했다는 보고를 했고, 기장이 LA 경찰 당국에 기내 사태를 신고함에 따라 왕씨와 관련 승무원들은 LA 공항 착륙 즉시 미 FBI의 조사를 받았다. 왕씨는 미국에 입국하지 못한 채 다음날 KE8012 항공기로 다시 한국에 귀국했고, 이 사건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갑의 횡포'에 대한 사회적 공분이 일었다. 왕씨는 같은달 사임원을 제출했지만, "회사가 일방적으로 사직서 제출을 강요했으므로, 이는 실질적 해고에 해당한다"며 해고무효 소송을 냈다. 그는 또 포스코에너지에 받지 못한 임금 1억원을, 대한항공에는 고객정보에 해당하는 '승무원일지'를 인터넷에 유포한 데 대한 위자료 300만원을 각각 요구했다.

재판부는 포스코에너지에 대한 청구에 대해, "원고는 포스코에너지로부터 재생에너지사업개발실의 경영 전반에 관한 업무를 위임받아 그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고, 대표이사 등 사용자의 구체적인 지휘 · 감독 아래 일정한 노무를 제공하고 소정의 임금을 받는 종속관계에 있었던 것은 아니어서, 근로기준법이 정한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고, "따라서 원고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함을 전제로 한 해고무효확인과 임금 청구는 나머지 점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모두 이유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원고가 포스코에너지의 종속적 지휘 · 감독을 받는 근로자의 지위에 있었다고 가정하더라도, 기내 사태가 언론에 보도된 이후 원고와 대한항공에 대하여 강도 높은 비난 여론이 형성되었던 점, 포스코에너지는 원고에 대하여 그 즉시 보직해임하고 후속 징계절차를 진행할 것을 공지하였던 점, 당시 보도된 기내 사태의 경위, 언론보도의 내용과 비난 여론의 정도 등에 비추어 볼 때 원고에 대한 징계절차가 그대로 진행되었을 경우 원고로서는 대기업 임원으로서의 부적절한 처신이나 소속 회사의 이미지 실추 등의 사유로 중징계를 피할 수 없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로서는 징계 사실이 재차 언론에 보도되어 자신의 평판 등에 영향을 미치거나 불이익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하여 사임원을 제출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하고 자발적으로 사임의 의사표시를 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므로, 이와 같은 사임의 의사표시가 포스코에너지의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라거나 실질적 해고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대한항공에 대한 청구에 대해서도, ▲대한항공의 사내 보고서가 어떻게 승무원일지 형태로 변형된 후 인터넷과 SNS 등을 통하여 유출되었는지 그 구체적 경위나 행위자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아무런 자료가 없는 점 ▲승무원일지가 유출되기 전에 이미 언론보도를 통하여 기내 사태의 내용이 상당히 알려져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대한항공이 승무원일지의 유출과 관련하여 사용자로서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무법인 하나가 왕씨를 맡았고, 포스코에너지는 법무법인 태평양이, 대한항공은 안연주 변호사가 각각 대리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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