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법] "자의적 또는 사적 행위 해당"
매형이 운영하는 고철업체에서 일하던 근로자가 고기를 구워먹기 위해 드럼통 뚜껑을 절단하다가 드럼통이 폭발해 사망했다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이 나왔다. 사적인 업무 수행 중 일어난 사고는 산재가 아니라는 취지다. 울산지법 행정1부(재판장 임해지 부장판사)는 4월 21일 드럼통 뚜껑을 절단하다가 드럼통이 폭발해 사망한 고철업체 근로자 A씨의 부인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달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2015구합5935)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판결 전문 보기)
A씨는 2013년 10월 17일 오전 9시쯤 양산시에 있는 회사 작업장에서 산소절단기로 철제 폐드럼통의 뚜껑을 절단하다가 드럼통이 폭발하는 사고로 머리에 손상을 입고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사망했다.
A씨의 부인이 근로복지공단에 A씨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으나, '사고 발생 전에 고철 수집 업무가 취소되어 사고 당시에는 사업주와 고용관계가 단절되어 근로기준법에 따른 근로자라고 볼 수 없고, 사고는 고기를 굽기 위한 도구를 만들기 위해 폐드럼통을 개조하다가 발생한 것으로 절단행위는 회사의 업무를 수행하는 행위가 아닌 사적 행위로서,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사유로 거부당하자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결(97누8892)을 인용, "근로자의 취업 중의 행위가 당해 근로자의 본래의 업무행위 또는 그 업무의 준비행위 내지 정리행위, 사회통념상 그에 수반되는 것으로 인정되는 생리적 행위 또는 합리적 · 필요적 행위라는 등 그 행위 과정이 사업주의 지배 · 관리하에 있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는 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여야 할 것이나, 업무수행에 당연히 또는 통상 수반되는 범위 내의 행위가 아닌 자의적 행위이거나 사적 행위일 경우에는 행위로 인한 재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회사 대표이자 A씨의 매형인 B씨는 사고 당일 오전 7시 30분쯤 부산에 있는 제강회사에 고철을 납품하기 위해 회사에서 차량을 운전하여 가던 중 사고사실을 알게 되었는바, 사고 당시 B씨는 A씨의 절단행위를 전혀 알지 못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A씨는 사고 당일 회사에 출근하여 회사의 거래처에서 고철 수집 업무를 하려고 하였으나 고철 수집 업무가 취소되자 같은날 오전 9시쯤 무단으로 절단행위를 한 점 ▲회사에서 경리 업무를 담당한 A씨의 어머니와 B씨는 사고 당일 경찰에서 '재해자가 저녁에 드럼통에서 고기를 구워먹기 위해 드럼통을 절단했다. 절단행위는 누구의 지시로 한 것이 아니고 A씨 스스로 한 것이다'라는 취지로 진술했고, 재해자가 업무의 일환으로 거래처 사장들과 친분유지를 위한 모임을 위하여 절단행위를 했다고 보기 어려운 점 ▲평소에도 A씨가 절단행위와 같은 업무를 수행했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절단행위는 업무수행에 당연히 또는 통상 수반되는 범위 내의 행위가 아닌 자의적 행위이거나 사적 행위라고 할 것이고, 절단행위의 행위 과정이 사업주의 지배 · 관리하에 있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에 앞서 "A씨는 회사로부터 임금을 현금으로 지급받았고, 회사에서 근무하는 외에는 다른 직업을 가지지 않았는데, A씨가 부인 명의의 통장으로 2013년 2월경부터 2013년 9월경까지 매월 약 300만원 정도를 입금한 것으로 보이는 점, 회사에서 매월 평균 20일 가량 근무하였는데 통상 오전 6시 30분쯤 출근하여 거래처와의 연락 및 고철 납품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당일 오후 B씨에게 업무 보고를 한 점, 사고 직전 3개월 간의 회사의 매출액은 월 평균 518,670,797원으로 그 규모가 상당한바, B씨가 상용근로자 없이 회사를 운영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고, B씨는 A씨가 사망한 후 권 모씨를 상주 직원으로 채용하여 사업장 관리 업무를 담당하게 하면서 권씨에게 월 급여로 300만원을 지급한 점 등을 고려하면, A씨는 사고 당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B씨에게 근로를 제공한 상용근로자로 봄이 상당하고, 따라서 사고 당시 A씨와 사업주의 고용관계가 단절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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