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징계재량권 일탈 · 남용 아니야"
여승무원에게 '선데이서울 모델같다'고 말하는 등 성희롱을 일삼은 항공사 객실사무장에 대한 파면처분이 정당하다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왔다.대법원 제1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3월 10일 대한항공 전 객실사무장 A씨가 파면처분의 무효를 주장하며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15다73500)에서 A씨의 상고를 기각,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1988년 7월 대한항공에 입사해 객실승무원을 거쳐 객실사무장으로 근무해 온 A씨는 2012년 7월 비행근무 후 팀원들과 식사 중 여승무원의 카카오톡 사진을 보며 "선데이서울 모델 같다. 나 오늘 한가해요 느낌이다"라고 언급하는 등 여승무원들을 대상으로 성희롱적 발언을 해 대상자 및 주변 동료들에게 성적 수치심을 유발했다는 등의 사유로 2014년 7월 파면처분을 받자 소송을 냈다. 원심 재판부에 따르면, A씨는 이외에도 또 다른 여승무원들에게 "속살이 까매 남자친구가 좋아하겠어" "저런 사람이 남자 맛을 보면 장난이 아니다" "젊은 남자만 보면 환장해" "재 옷 입는 것 봐봐. 나가요 같아" "술집 여자같이 남자한테 가방 사달라고 하는 것 봐"라고 하는 등 성희롱적 발언을 일삼았으며, 팀원들에게 노골적으로 금품을 요구하고, 자신 및 팀원의 가족들이 항공사를 이용할 때 회사의 허락 없이 좌석 등급을 올려준 것으로 드러났다.
1, 2심 재판부는 A씨의 청구를 모두 기각, "파면 처분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2심을 맡은 서울고법 재판부는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의 입장에서 보아 어떠한 성희롱 행위가 고용환경을 악화시킬 정도로 매우 심하거나 또는 반복적으로 행해지는 경우 사업주가 사용자책임으로서 피해근로자에 대해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될 수도 있을 뿐 아니라 성희롱 행위자가 징계해고되지 않고 같은 직장에서 계속 근무하는 것이 성희롱 피해근로자들의 고용환경을 감내할 수 없을 정도로 악화시키는 결과를 가져 올 수도 있으므로, 근로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이 있다고 보아 내린 징계해고처분은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가 아닌 한 쉽게 징계권을 남용하였다고 보아서는 아니된다"고 전제하고, ▲원고는 수년 동안 지속적 · 반복적으로 여성 승무원들에게 성희롱적 발언을 한 점 ▲원고가 한 성희롱적 발언들은 일상적으로 수용되는 단순한 농담이나 친근감의 표시 수준을 넘어 상대방에게 굴욕감, 수치심 및 혐오감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할 정도에 이른 점 ▲원고는 업무평가 권한을 갖는 팀장의 지위에서 자신의 지휘 · 감독 아래 있는 계약직 승무원 등 부하 직원들을 대상으로 성희롱적 발언을 하거나 금품 요구, 업무 전가, 대리시험 요구 등 각종 비위행위를 수차례 하였던 점 ▲원고가 소속된 승무원팀의 업무 특성상 여성 승무원의 비율이 높고, 피고는 이러한 업무 특수성을 참작하여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을 시행하였으며, 원고도 수차례 성희롱 예방교육을 받았던 점 등에 비춰 "파면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은 것으로서 피고가 징계재량권을 일탈 · 남용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이렇게 판단하는 근거로 ▲피고는 성희롱이 문제된 다른 직원들에게도 권고사직, 파면 등 엄격한 징계조치를 취한 점 ▲피고가 원고의 성희롱적 발언이나 업무상 권한 남용이 반복적으로 행하여져 원고와 같은 직장에서 계속 근무하는 것이 다른 직원들의 고용환경을 심하게 악화시킨다고 판단하여 내린 파면처분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점 ▲인턴 객실승무원이던 여승무원은 피고의 성희롱적 발언과 직위를 이용한 선물 요구로 인해 심리적 압박을 겪다가 사직서까지 제출한 점 ▲원고는 기내서비스를 총괄하고 있는 객실사무장이자 객실승무팀의 팀장으로서 솔선하여 성희롱을 하지 말아야 함은 물론, 같은 직장에서 일하는 근로자 상호간의 성희롱 행위도 방지해야 할 지위에 있음에도, 오히려 자신의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자신의 지휘 · 감독을 받는 여직원들을 상대로 수회에 걸쳐 반복적으로 직장 내 성희롱을 행하였으므로, 이러한 원고의 성희롱 행위가 우발적이라거나 직장 내 일체감과 단결을 이끌어낸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없으며, 설사 원고의 성희롱 행위가 그동안의 왜곡된 사회적 인습이나 직장문화 등에 의하여 형성된 평소의 생활태도에서 비롯된 것으로서 특별한 문제의식 없이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이유로 그 행위의 정도를 가볍게 평가할 수 없는 점 등을 추가로 들었다.
이은재 기자(eunjae@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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