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경제개혁연대 등 청구 기각"주당 5100원 부당하다고 할 수 없어"
경제개혁연대 등 한화 소액주주들이 '한화가 보유하고 있는 한화S&C 주식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동관씨에게 저가로 넘겨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며 김승연 회장 등을 상대로 낸 894억원 규모의 주주대표소송을 냈으나 항소심에서 패소했다. 1심은 한화의 이사이자 그룹회장으로서 주요 계열사 전체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김 회장에게 책임을 물어 89억여원을 한화에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으나 항소심 재판부가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 것.서울고법 민사12부(재판장 김기정 부장판사)는 11월 6일 경제개혁연대와 한화 소액주주 한 모, 김 모씨 등 3명이 김 회장과 한화의 남영선 대표이사 등 한화 이사 8명을 상대로 낸 소송의 항소심(2013나72031)에서 "김 회장이 한화에 89억여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1심을 취소하고,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한화는 2005년 6월 이사회를 개최하여 한화가 보유하고 있는 한화S&C 주식 40만주를 주당 5100원에 김 회장의 장남 동관씨에게 전량 매각하기로 결의했다. 이사회 결의 당시 대표이사인 남씨의 주재 아래 김 회장과 정 모 사외이사를 제외한 7명의 이사들이 참석했고, 출석한 이사들은 모두 주식매매에 참석했다. 주식매매를 주도한 한화그룹 경영기획실은 주식가치평가를 삼일회계법인에 의뢰, 삼일회계법인은 최종적으로 현금흐름할인법(DCF)에 의하여 같은해 5월 31일을 기준으로 한화S&C의 1주당 가치를 4614원으로 평가하면서 보충적으로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라 517원으로 평가했다. 한편 김 회장은 이보다 앞선 같은해 4월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한화S&C의 주식 20만주(지분율 33%)를 차남 동원씨와 삼남 동선씨에게 각 10만주씩 주당 5100원으로 산정해 증여했다.
한화S&C는 주식매매 직후 60만주를 유상증자하여 발행주식수를 120만주로 증가시키면서 그 과정에서 장남 동관씨가 40만 주, 차남 동원, 삼남 동선씨가 각 10만주씩 취득, 2005년 6월말 경 지배구조가 장남 동관씨가 80만주, 차남과 삼남이 각각 20만주씩 소유하는 구조로 변경됐다. 한편 한화S&C는 2007년 12월 14일 340만주를 유상증자하면서 1주당 발행가액을 33,727원으로 정했다.
경제개혁연대 등은 2010년 한화에 대해 상법 542조의 6 6항, 403조 1항, 2항에 따라 한화 이사들의 책임을 추궁하는 소송을 제기할 것을 청구했으나, 한화가 같은해 5월 감사위원회가 만장일치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내용의 통보를 하자 "주식매매 당시 한화가 보유하고 있던 한화S&C의 1주당 적정가격은 160,488원 상당이었고 한화가 주식을 처분해야 할 필요성이 없는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김 회장은 오로지 동관씨에게 이득을 주기 위해 이사회 결의를 통해 동관씨에게 주식을 주당 5100원의 저가로 매각했다"고 주장하며 상법상 경업금지, 회사기회의 유용금지, 자기거래금지 등 법령 위반과 이사로서 임무를 게을리 한 데 대해 한화에 거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주주대표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한화S&C의 경영실적개선 가능성이 불분명하고 유동성 악화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어 상당한 구모의 유상증자가 요구되는 상황에서 한화의 입장에서는 단기적인 부정적 재무지표에도 불구하고 유상증자 등의 투자를 통해 한화S&C의 경역실적개선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특수관계인인 동관씨에게 주식을 매각한 것으로 보이는 점 ▲주식매매를 주도한 것이 한화그룹 경영기획실이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을 뿐 한화그룹 경영기획실이 한화의 이사회에 허위의 정보를 전달하였다거나 이사회 결의를 하는 과정에서 이사들을 기망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도 없는 점 ▲김 회장이 이들인 동관씨에게 한화그룹 경영권 승계의 일환으로 주식매매를 한 것이라면 이에 대하여 상속 또는 증여와 관련하여 규제하여야 할 것이고, 동관씨가 한화S&C의 경영권을 획득한 이후 한화그룹 내 계열사들로부터 정보통신서비스업 관련 발주를 독점하여 안정적인 매출을 달성하게 되었다면 이에 대하여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등으로 규제함으로써 충분하다고 할 것이지 주식매매 자체가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한화로서는 주식을 매각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고, 또한 회사의 경영활동의 자유와 재량이라는 관점에서 이사회 결의로 주식매매를 결정한 것을 두고 그 자체로 위법하다거나 피고들이 이사로서 임무를 게을리하였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주식 매매당시 삼일회계법인이 수행한 주식에 대한 가치평가는 일부 오류가 있기는 하였으나 그 수행과정 및 주식가치평가결과가 부당하다고 할 수 없고, 원고들이 주식의 적정가액이라고 주장하며 들고 있는 각 주식가치평가결과는 모두 사후적 판단에 불과하거나 객관적으로 타당한 평가액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주식매매가 현저하게 저가로 이루어졌다고 볼 수도 없다"며 "따라서 피고들이 주식의 적정가격이 5100원임을 기초로 주식을 동관씨에게 매각하기로 결정함에 있어 이사로서의 임무를 게을리하였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1심 재판부는 이에 앞서 "김 회장은 경영권 승계 목적으로 주식을 장남인 동관씨에게 매각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지배하고 있는 한화그룹 경영기획실을 통하여 주식가치를 저가로 평가할 것을 지시하거나 이를 이용하였고, 그로 인하여 한화에 손해를 입혔다고 판단된다"며 "김 회장은 한화에 선관주의의무 내지 충실의무 위반 및 임무해태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으로 89억여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남씨 등에 대한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석연 변호사가 원고들을 맡았고, 법무법인 율촌이 항소심에서 김 회장 등을 대리했다. 1심 재판에서의 김 회장 등 한화 측 대리인은 법무법인 광장과 화우.
한편 김 회장과 남씨 등 한화그룹 관계자와 주식 평가를 맡았던 삼일회계법인 소속 공인회계사 김 모씨가 주식의 저가매각으로 한화에 899억원 상당의 손해를 가한 혐의 등으로 기소되었으나, 관련 형사사건 중 주식을 저가로 매각한 부분에 관해 1심에서 김 회장과 남씨 등 한화그룹 관계자와 김씨에 대해 모두 무죄가 선고됐고, 항소심에서 검사의 일부 공소취소에 따라 다시 무죄가 선고됐으며, 이에 검사가 상고했으나, 2013년 9월 상고가 기각돼 무죄가 확정됐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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