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한화증권과 스와프, RBC 상대 허가 "SK 보통주 주가, 인위적으로 하락시켜"
대법원이 한화증권이 발행한 주가연계증권(ELS)에 투자했다가 손해를 본 투자자들이 낸 증권관련 집단소송을 허가했다. ELS 투자 관련, 첫 집단소송 허가결정이자 대법원의 첫 집단소송 허가결정으로 유사소송 제기와 이에 대한 법원 판단이 주목된다. 물론 집단소송이 허가되었다고 하여 본안소송에서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용될지, 얼마나 인용될지는 별개의 문제다. 증권관련 집단소송은 우리법이 인정하는 유일한 집단소송으로, 증권의 매매 또는 그 밖의 거래과정에서 다수인에게 피해가 발생한 경우 그 중의 1인 또는 수인이 대표당사자가 되어 수행하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말한다. 집단소송이 허가되어 본안소송에서 이기면 같은 피해를 당한 투자자는 소송에 직접 참가하지 않았더라도 배상을 받게 된다. 대법원 제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4월 9일 한화증권이 발행한 ELS를 매수한 양 모씨 등 2명이 대표당사자가 되어 "증권관련 집단소송을 허가해달라"며 로얄 뱅크 오브 캐나다(RBC)를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13마1052, 1053)에서 원고들의 재항고를 받아들여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집단소송을 허가하라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이에 따라 환송후 재판에서 집단소송 허가가 확정되면 한화증권이 판매한 ELS를 샀다가 RBC의 대량매도로 손실을 입은 투자자들이 낸 증권관련 집단소송이 본격 시작된다. 양씨 등은 이미 2010년 1월 7일 RBC가 만기에 SK 보통주를 대량으로 매도하여 ELS의 조건성취를 무산시킨 행위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178조 1항 1호의 부정거래행위 등에 해당한다며, RBC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해 놓은 상태다.
양씨 등은 2008년 4월 한화증권이 발행한 ELS인 POSCO 보통주와 SK 보통주를 기초자산으로 한 '한화스마트 주가연계증권 제10호'를 매수했다. 이 증권은 3개월 단위의 조기 및 만기 상환기준일에 두 기초자산 모두의 종가가 상환기준가격(포스코 보통주는 49만 4000원, 에스케이 보통주는 15만 9500원을 기준가격으로 하여 3개월 단위로 기준가격의 90%, 85%, 80%, 75%에 해당하는 금액) 이상으로 결정되면 액면금에 연 22%의 수익금을 더하여 상환하고, 두 종목 중 하나라도 만기 상환기준일의 종가가 만기 상환기준가격 미만에서 결정되는 경우에는 원금손실을 보게 설계된 상품. 총발행액은 68억 7660만원, 총 투자자는 437명이다. 한화증권은 또 ELS의 상환금 지급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캐나다 최대 상업은행인 RBC와 ELS와 구조가 동일한 파생금융상품을 매매하는 내용의 스와프 계약을 체결하여 상환조건이 성취될 경우 발생하는 위험을 RBC에 이전했다(back to back hedge).
이 사건 ELS의 만기 상환기준일인 2009년 4월 22일 SK 보통주는 만기 상환기준가격(기준가격의 75%인 119,625원) 이상인 12만원에서 124,000원 정도의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었다. 그러나 RBC가 장 종료 무렵 보유하고 있던 SK 보통주를 대량으로 매도, 그 결과 SK 보통주의 종가가 119,000원으로 결정되어 ELS의 상환조건이 성취되지 아니하였으며, 투자자들은 원금의 74.6%만을 지급받는 손실이 발생했다. 이에 양씨 등이 ELS의 조건성취를 무산시킨 행위에 대해 RBC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며 증권관련 집단소송의 허가를 신청했으나 기각되자 상고했다.
증권관련집단소송법 3조 1항 3호에서는 자본시장법 179조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에 관하여 증권관련 집단소송을 허용하고 있는데, 179조 1항은 '178조를 위반한 자는 그 위반행위로 인하여 금융투자상품의 매매, 그 밖의 거래를 한 자가 그 매매, 그 밖의 거래와 관련하여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RBC의 SK 보통주 대량매도행위가 투자자들이 ELS를 매수한 이후에 이루어졌기 때문에 양씨 등을 포함한 ELS 투자자들을 RBC의 부정행위로 인하여 매매, 그 밖의 거래를 한 자로 볼 수 있는지가 이 사건의 주된 쟁점이다.
1심 및 항소심 재판부는 "자본시장법 179조의 손해배상청구는 '178조 위반행위로 인하여' 매매, 그 밖의 거래를 하여야 하나, 대표당사자들을 비롯한 이 사건 ELS의 투자자들은 위반행위 이전에 ELS를 매수하여 보유한 자에 불과하므로 179조에 따른 손해배상청구권이 없다"고 보아 양씨 등의 소송허가 신청을 기각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그러나 "이 사건 주가연계증권은 투자자에게 상환될 금액이 기초자산의 상환기준일 종가에 따라 결정되는 구조로 되어 있으므로, 상대방이 자본시장법 178조 1항 1호를 위반하여 기초자산인 SK 보통주의 주가를 인위적으로 하락시킴으로써 주가연계증권의 상환조건 성취가 무산되었고 그로 인하여 주가연계증권을 보유한 투자자들이 만기에 투자금 중 일부만 상환받아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구하는 재항고인들의 청구는 자본시장법 179조 1항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어느 행위가 금융투자상품의 거래와 관련하여 자본시장법 178조에서 금지하고 있는 부정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해당 금융투자상품의 구조와 거래방식 및 거래경위, 그 금융투자상품이 거래되는 시장의 특성, 그 금융투자상품으로부터 발생하는 투자자의 권리 · 의무 및 그 종료 시기, 투자자와 행위자의 관계, 행위 전후의 제반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며 "따라서 특정 시점의 기초자산 가격 또는 그와 관련된 수치에 따라 권리행사 또는 조건성취의 여부가 결정되거나 금전 등이 결제되는 구조로 되어 있는 금융투자상품의 경우에 사회통념상 부정하다고 인정되는 수단이나 기교 등을 사용하여 그 금융투자상품에서 정한 권리행사나 조건성취에 영향을 주는 행위를 하였다면, 이는 그 금융투자상품의 거래와 관련하여 부정행위를 한 것으로서 자본시장법 178조 1항 1호를 위반한 행위에 해당하고, 그 위반행위로 인하여 그 금융투자상품의 투자자의 권리 · 의무의 내용이 변경되거나 결제되는 금액이 달라져 투자자가 손해를 입었다면 그 투자자는 그 부정거래행위자에 대하여 자본시장법 179조 1항에 따라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 관계자는 "파생상품이나 ELS와 같이 기초자산의 가격에 따라 그 가격이나 상환금 지급이 결정되는 금융투자상품의 경우에는 금융투자상품의 거래 이후에도 기초자산의 시세를 조종하거나 조건성취를 방해하는 등의 행위를 하여 파생상품 등에서 이익을 도모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 결정은 그러한 유형의 부정거래행위도 자본시장법 178조 1항 1호에 의하여 금지되는 것이라고 선언하여 투자자의 이익을 보호하고 자본시장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높이고자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민사21부(재판장 최승록 부장판사)는 2013년 10월 10일 양씨 등 142명이 ELS 주가조작을 문제 삼아 RBC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2가합57175)에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합계 11억여원을 지급하라"는 원고 승소 판결을 선고했으며, 피고가 항소하여 서울고법에 계류 중에 있다.이 소송은 증권관련 집단소송과는 별개로 투자자들이 민법상의 불법행위를 이유로 제기한 손배소로, 서울중앙지법 재판부는 RBC 소속 트레이더인 제임스 블루의 불법행위를 인정하고, RBC가 사용자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가 인정한 손해배상액은 ELS의 만기상환조건이 충족될 경우 지급받기로 약정된 투자원금의 122%에 해당하는 상환금에서 이미 지급 받은 투자원금의 약 74.6%에 해당하는 상환금을 뺀 차액이다.
집단소송허가신청과 민법상의 손해배상청구소송 모두 법무법인 한누리가 양씨 등을 대리하고, RBC는 김앤장이 대리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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