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 "이혼때 부부재산 합계보다 빚이 더 많아도 재산분할 가능"
[가사] "이혼때 부부재산 합계보다 빚이 더 많아도 재산분할 가능"
  • 기사출고 2013.07.02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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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전원합의체 판결…종전 판례 변경결과적으로 빚 분담 결과…비율은 재량껏
부부가 이혼할 때 빚이 재산보다 많아도 재산분할을 해야 할까. 예컨대 남편은 220만원의 재산이 있고, 부인은 빚만 4100만원 있다면 이 빚을 남편이 분담토록 할 수 있을까.

A(39 · 여)씨는 2001년 정당에서 사회활동가로 활동하던 B(42)씨와 결혼한 뒤 개인과외 등을 하며 생계를 책임졌고, 남편의 활동비와 선거자금 등을 대기 위해 지인들에게 2억 7600여만원을 빌리고, 보험사로부터 3000여만원의 대출을 받았다.

하지만 두 사람은 2006년 남편의 부정행위로 사이가 틀어졌다. 마침 일찍 집에 돌아왔다가 업무상 같이 살게 된 자신의 학교 후배와 남편과의 불륜 장면을 목격한 A씨는 충격을 받아 이혼을 생각했으나, 친정어머니의 설득으로 결혼생활을 이어갔다. A씨는 이후 B씨에게 문화재수리기술자 자격증 취득을 위한 강의 및 학원비용도 지원했으나, B씨는 A씨를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비난하고 외도를 정당화하는 말을 해 A씨에게 상처를 주었다. A씨는 B씨가 재시험을 위한 추가적인 경제적 지원을 요구했으나 몸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거절했고, B씨가 먼저 이혼소송을 냈다. 이에 A씨도 이혼과 함께 위자료 및 재산분할을 청구했다.

1, 2심은 이혼과 함께 혼인 파탄의 책임이 있는 B씨에게 5000만원의 위자료를 주라고 판결했으나, A씨의 재산분할 청구는 기각했다. 두 사람의 재산 총액보다 빚이 더 많았기 때문.

조사결과 A씨는 1억 8500만원 상당의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이 아파트에 대한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 1억원과 은행과 보험사들에 대한 대출금 등으로 총 2억 2600여만원의 빚을 지고 있어, 지인들로부터 빌린 돈 2억 7600여만원을 제외하고도 빚만 4100여만원에 달했다. B씨는 보험 해약환급금 등 570여만원의 재산에 350여만원의 은행 대출금채무가 있어 순재산이 220여만원에 불과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그러나 6월 20일 A씨의 상고를 받아들여 A씨의 재산분할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깨고, "재산분할이 가능하다"는 취지로 사건을 대구가정법원으로 되돌려보냈다. (2010므4071, 4088)

종래의 대법원 판례를 변경, 부부 쌍방의 소극재산(채무) 총액이 적극재산 총액을 초과하더라도 재산분할이 가능하다고 한 것이다. 결국 이 경우는 채무를 분담하는 재산분할이 되게 된다.

재판부는 "소극재산의 총액이 적극재산의 총액을 초과하여 재산분할을 한 결과가 결국 채무의 분담을 정하는 것이 되는 경우에도 법원은 그 채무의 성질, 채권자와의 관계, 물적 담보의 존부 등 일체의 사정을 참작하여 이를 분담하게 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인정되면 그 구체적인 분담의 방법 등을 정하여 재산분할 청구를 받아들일 수 있다 할 것"이라며, "그것이 부부가 혼인 중 형성한 재산관계를 이혼에 즈음하여 청산하는 것을 본질로 하는 재산분할 제도의 취지에 맞고, 당사자 사이의 실질적 공평에도 부합한다"고 밝혔다.

다만, 재산분할에 의해 채무를 분담하게 되면 그로써 채무초과 상태가 되거나 기존의 채무초과 상태가 더욱 악화되는 것과 같은 경우에는 그 채무부담의 경위, 용처, 채무의 내용과 금액, 혼인생활의 과정, 당사자의 경제적 활동 능력과 장래의 전망 등 제반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채무를 부담하게 할지 여부 및 그 분담의 방법 등을 정할 것이고, 적극재산을 분할할 때처럼 재산형성에 대한 기여도 등을 중심으로 일률적으로 비율을 정하여 당연히 분할 귀속하게 하여야 한다는 취지는 아니라는 게 재판부의 입장이다.

재판부는 "A씨는 적극재산보다 소극재산이 더 많아 적어도 순재산으로 4100여만원의 채무를 부담하고 있는 반면 B씨는 220여만원의 적극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라고 전제한 후, "원심으로서는 부부의 총 적극재산 가액이 채무액보다 적다는 그 이유만으로 재산분할 청구는 당연히 인정될 수 없다고 할 것이 아니라, A씨와 B씨의 순재산관계를 기초로 채무초과의 실질적 이유 등을 살펴보고 A씨 명의로 된 채무 일부를 B씨도 분담하게 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할 만한 사정이 인정된다면 적당한 분담 방법을 정하여 A씨의 재산분할 청구를 받아들일 수도 있었다고 할 것"이라고 판시했다. 부부재산의 합계가 소극재산이 더 많다는 이유로 A씨의 재산분할 청구를 배척한 원심 판단은 잘못이라는 것이다.

미국은 법원에 재산의 분배에 관한 광범위한 재량이 주어지고, 그 분할 방식도 비교적 자유로워 채무의 분할을 허용하고 있으며, 독일과 프랑스는 법으로 재산분할 방법을 상세하게 정하고 있다. 즉, 독일은 혼인시보다 늘어난 재산이 있을 경우(부가이익공동제)에 재산분할을 한다. 프랑스는 적극재산과 소극재산의 분할 방법을 따로 정하고 있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동일한 법체계를 취하고 있어 우리와 동일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데, 실무상 순재산이 없는 경우 재산분할을 허용하지 않는 입장이 아직은 우세하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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