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훈 변호사]
I. 들어가며미국 의회는 2005년경부터 특허개혁법안(Patent Reform Act)이라는 이름으로 논의되던 특허법 개정안을 2011년 9월 8일 'the Leahy-Smith America Invents Act(AIA)'라는 이름의 법률로 통과시켰으며,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8일 후인 16일 이에 서명함으로써 역사적인 개정 특허법이 발효되었다.
이번 개정 특허법은 1952년의 개정 이후 약 60년만에 가장 전면적으로 개정된 것으로, 그 개정 배경에는 출원 수 증가에 따른 심사적체 문제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 및 NPE(Non-Practicing Entity)의 특허소송 남발에 의한 문제점 등을 시정하는 것도 있으나, 전세계 주요국 중에서 오로지 미국만이 채택하던 선발명주의(first-to-invent priority system)를 포기하고 특허제도의 국제적인 정합성을 위하여 선출원주의(first-inventor-to-file system)를 채택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개정 특허법은 그 내용에 따라 효력발생 시기가 다른데, 가장 중요한 개정사항인 선출원주의의 발효시기가 2013년 3월 16일로 임박했다는 점에서 국내 기업들은 미국 특허 전략을 다시 한번 점검해 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하에서는 미국 개정 특허법의 주요 내용을 간략히 살펴보도록 하겠다.
II. 개정 특허법의 주요 내용
1. 선출원주의(First Inventor to File System)–2013년 3월 16일 시행
개정 특허법은 특허 받을 수 있는 권리의 귀속은 발명일이 아닌 출원일(effective filing date)에 따라 좌우된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또한 특허 받을 권리가 없는 자가 한 출원(무권리자 출원)에 대해서는 선출원주의가 적용되지 않으므로 특허등록을 받을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해 후출원인은 선출원인이 특허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지지 않았음을 입증하기 위한 'derivation' 절차가 신설되었다.
또한 판매 또는 공연실시는 '미국 내에서' 이루어진 경우에만 선행기술(prior arts)로 인정한 구법과 달리, 개정법에서는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어느 지역에서든지 판매나 공연실시 등이 이루어진 경우 신규성 또는 비자명성 요건과 관련한 선행기술이 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로써 개정법은 선행기술의 지역적 제한을 철폐하였다.
2. 등록 후 이의신청 제도(Post Grant Review)–2012년 9월 16일 시행
이 제도는 개정 특허법에서 신설된 것으로, 특허권자 이외의 제3자가 특허심판원(Patent Trial and Appeal Board, PTAB)에, 특허등록 후 9개월이 경과하지 않은 특허의 취소를 청구하는 절차를 말한다. 이 제도는 재판절차와 유사하게 일정한 범위 내에서 증거개시(Discovery) 절차도 진행할 수 있다. 아래의 당사자계 무효심판 제도(Inter Partes Review)와 달리, 이 제도는 신규성, 진보성의 무효사유 외에 기재불비, 이중 특허 등의 무효사유도 주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다.
3. 당사자계 무효심판 제도(Inter Partes Review)–2012년 9월 16일 시행
이 제도는 구법에서의 당사자계 재심사 제도(Inter Partes Reexamination)를 개편한 것으로, 특허권자 이외의 제3자는 특허심판원(PTAB)에 당사자계 무효심판(Inter Partes Review)을 청구할 수 있다. 통상적으로 2년 내지 3년의 기간이 소요되었던 구법에서의 당사자계 재심사 제도와 달리 당사자계 무효심판 제도는 원칙적으로 1년 이내에 심결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위 기간은 6개월 연장될 수 있다). 다만, 구법에서 당사자계 재심사 제도와 마찬가지로 그 무효사유는 특허법상 신규성과 진보성 요건에 제한되며, 선행자료 역시 선행 특허와 간행물에 한정된다.
한편 2011년 9월 16일 발효된 개정 특허법에서 특허권자 이외의 제3자는, (1)특허등록 9개월이 도과한 이후 또는 (2)등록후 이의신청 절차가 종료된 후 당사자계 무효심판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내용은 선발명주의 하에서 출원되어 등록된 특허에 대하여 일정 기간 무효를 다툴 수 없는 공백(dead zone)이 발생한다는 비판이 있었다. 이에 대하여 2013년 1월 14일 오바마 대통령은 개정 특허법의 기술적 오류를 시정하는 법안에 서명하였는데, 이 법안에는 선발명주의 하에서 출원되어 등록된 특허에 대해서는 등록 후 언제든지 당사자계 무효심판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였다.
4. 보충심사(Supplemental Examination)–2012년 9월 16일 시행
이 제도는 개정 특허법에서 신설된 것으로, 특허권자가 특허청에 특허와 관련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정보를 특허등록 이후에 제출하고, 특허청이 그 자료를 고려하여 추가로 심사할 것을 요청할 수 있는 제도이다. 보충심사 제도는 특허권자에게 출원과정에서 누락되거나 고려되지 못한 정보를 제출할 수 있도록 허용함으로써 특허권자에게 특허권 행사시, 출원과정에서 이와 관련된 하자를 치유하기 위한 기회를 제공하게 된다. 따라서 특허권자는 보충심사 제도를 통해 해당 자료의 누락에 근거한 특허권자의 특허권 행사 제한 주장에 대해서 방어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5. 제3자에 의한 등록 전 정보제공(Pre-Issuance Submission of Prior Art by 3rd Parties)-2012년 9월 16일 시행
개정 특허법은 누구든지 일정한 기간 내에 등록 이전의 특허출원에 대해 심사관에게 선행기술 자료를 문헌 수에 제한하지 않고 제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데, 그 경우 각 선행기술별로 관련 설명을 제출하도록 하였다.
6. 침해소송에서의 최적 실시예 항변의 금지(No Failure to Disclose Best Mode as a Defense to Infring ement)–2011년 9월 16일 시행
미국 특허법은 명세서에 발명의 최적 실시예(best mode)를 기재할 것을 특허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최적 실시예 요건은 역사적인 사실과 여러 정황 증거들에 의해서만 종합적으로 판단될 수 있으므로 특허권자에게 불측의 함정이 되어왔다는 점에서 삭제되어야 한다는 비판이 많았다. 개정 특허법에서는 이러한 최선 실시예 요건을 거절이유로는 유지하되, 무효사유는 물론 침해소송에서의 항변사유도 될 수 없도록 하였다.
7. 선사용에 의한 권리(Prior User Rights)-2011년 9월 16일 시행
개정법은 종래 영업방법 발명에 대해서만 인정되던 선사용을 근거로 한 침해에 대한 항변을 모든 기술분야로 확장하였다. 즉, 특허권의 우선일로부터 1년 이전에 침해자 또는 그 관계인이 미국에서 침해자의 침해 기술을 상업적으로 실시하고 있었던 경우에는, 특허권의 무효 여부와는 무관하게, 침해가 인정되지 않도록 하였다. 이는 우리 특허법의 선사용에 의한 법정실시권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는데, 2011년 9월 16일 이후에 등록되는 모든 특허에 대하여 적용된다.
8. 기타
구법은 반드시 발명자 이름으로 특허출원을 하여야 하며, 출원 이후 사용자나 제3자에게 특허출원을 양도할 수 있었지만, 개정 특허법은 사용자 등 특허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양수한 양수인의 명의로 특허출원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또한 특허 허위표시(false marking)에 대한 남소를 방지하기 위해 개정 특허법은 미국 정부만이 특허권자의 허위표시에 대해 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하였다.
III. 마치며
미국 학계와 기업계 그리고 특허실무자 등의 오랜 논쟁을 거쳐서 미국 개정 특허법은 마침내 선출원주의를 채택하였다. 개정 특허법은 국제사회가 미국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던 선출원주의를 채택함으로써,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가 추진하는 특허실체법조약(Substantive Patent Law Treaty, SPLT)은 큰 진전을 이룰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선출원주의와 관련한 개정 특허법이 시행되면 미국 특허 실무는 종전과 상당히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선발명주의 하에서 출원되어 등록된 수백만 건의 특허들은 여전히 종전 규정을 따르게 되므로 미국 특허법은 상당한 기간 동안 dual system으로 운용될 것으로 생각된다.
한편 개정 특허법의 내용 중 그 의미가 모호한 일부 규정들(예컨대, 신규성 요건과 관련한 'otherwise available to the public' 등)의 해석을 위해서는 그와 관련한 판례의 축적이 필요한 것으로 보이므로, 우리 기업들은 개정 특허법과 관련한 미국 판례의 동향에 대해서도 향후 주의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황정훈 변호사(jhhwang@yulchon.com, 법무법인 율촌)
◇황정훈 변호사는 율촌 IP그룹 소속으로, 현재 미 남가주대에 유학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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