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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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출고 2004.05.17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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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 사회의 등대지기가 되라"
'깊이 있는 법률 전문 매체는 언제나 나올까.'

평소 이런 생각을 하던 차에 얼마 전 뜻밖의 반가운 전화를 받게 됐다.

법률 전문 인터넷신문인 '리걸타임즈'의 창간 준비를 맡은 관계자였다.

김인섭 변호사
법치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공화국이 수립된 지 반세기가 지나도록 법조계에 제대로 된 전문 매체 하나 없던 터라 본격적인 종합 법률 전문 매체가 탄생한다는 소식은 나의 정신적 ‘갈증’을 풀어주는 단비처럼 느껴졌다.

알다시피 법은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모두 평화롭게 사는데 필요한 공공의 선(Public Good)을 담는 그릇(실체법)이자, 이를 실현하는 순서와 방법을 정한 규칙(절차법)이다. 형식적으로 보면 사회 구성원이 지키기로 한 약속이며, 실체적으로는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것이라고 합의한 내용이기도 하다.

만일 법을 만들기만 하고 지키지 않는다면 그 피해는 준법정신이 없는 국민이라고 비난받는 정도로 끝나지 않는다. 공동체 유지를 위해 절대 필요한 공공의 선을 이루지 못하거나 훼손하게 돼 모두에게 그 피해가 돌아오게 된다. '너'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라도 법은 지켜져야 하는 것이다.

'사회가 있는 곳에 법도 있다' 는 말도 있지 않는가.

하지만 요즘 우리 사회에는 반(反) 법치적 생각과 행동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이로 인한 유형 · 무형의 피해가 엄청나게 커서 우리의 공동체적 기반(基盤)을 해체시킬 정도에 이르렀는데도, 대부분의 국민은 준법 불감증에 빠져 이를 미처 느끼지 못하는 상황이다. 산업 현장에서는 노조나 기업이 법을 조금도 염두에 두지 않은 듯한 행동을 서슴없이 한다.

법을 만든 정치권과 이를 집행하는 행정부는 또 어떤가. 말로만 법치를 외치고 있지 않는가. 심지어 법을 해석 · 적용하는 법조계조차 이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실정이다. 법치질서가 유지되지 못하는 사회에서는 개인의 창의성도, 국가 경영의 효율도, 경제의 생산도 모두 기대할 수 없다. 발전은 커녕 혼란과 퇴보만이 우리 앞에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법난(法難)의 시대다.

누군가는 사회 곳곳에 퍼져있는 반 법치적 행태를 감시 · 고발하고, 법치주의의 토착화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법조인들을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이해하면서도 이들이 책무를 다하지 못했을 때 과감히 질타하는 일을 해야 한다.

법치주의를 밝혀주는 등대지기-.

이것이 갓 태어난 리걸타임즈의 역할이자 사명이라고 본다.

◇김인섭 변호사는 법무법인 태평양의 명예대표변호사로서 1962년 제14회 고등고시 사법과에 합격한 후 40여년간 줄곧 법치주의의 발전에 열정을 쏟아 온 법조계의 원로이십니다. 80년 서울민사지법 부장판사를 끝으로 법무법인 태평양을 세워 태평양을 국내 굴지의 로펌으로 발전시키는 등 재야 법조계가 현재의 모습으로 성장하는 데 커다란 역할을 해 왔으며, 지금도 '건국 50년에 걸친 우리나라 법치주의의 발전에 관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isk@bk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