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원 변호사]
중국 민사소송법 개정안이 2012년 8월 31일 제11기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제28차 회의에서 통과되어 2013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1991년 중국 민사소송법이 공표된 이후 2007년 1차 개정에 이은 두번째 개정인데, 이번 개정 민사소송법은 한국기업들이 유념할 필요가 있는 중요한 사항을 다수 포함하고 있어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1. 피신청인 행위 대상 보전처분 가능
현행 민사소송법은 보전처분(가압류 및 가처분)의 대상을 피신청인의 재산으로 한정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피신청인의 행위를 대상으로 한 보전처분이 사실상 어려웠다. 그런데 개정 민사소송법은 보전처분의 대상에 피신청인의 행위를 포함시켜 피신청인의 행위에 대해서도 보전처분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였다.
2. 입안난 문제 해결
현행 민사소송법은 "원고의 소제기가 소제기 조건에 부합하지 않을 경우 법원은 소제기일로부터 7일 내에 소제기 접수 거부 결정을 한다"고만 규정하고 있었을 뿐 그 결정의 방식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정도 두지 않고 있었다. 때문에 지금까지는 법원이 원고에게 구두로만 소제기 접수 거부 사실을 통보하는 경우가 많았다. 원고가 법원의 소제기 접수 거부 결정에 대하여 항고를 제기하고 싶어도 항고를 제기하지 못하는 이른바 '입안난(立案難)'의 문제가 종종 발생했다. 법원의 결정에 대한 항고제기는 법원의 서면 결정문이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개정 민사소송법은 원고의 소제기가 소제기 조건에 부합하지 않을 경우 법원으로 하여금 소제기일로부터 7일내에 소제기 접수 거부 결정문을 작성하도록 규정하여, 그동안 소송 실무상 자주 발생했던 입안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었다.
3. 강제집행 신속 개시…실효성 높여
현행 민사소송법에 의하면, 법원은 강제집행 절차를 개시하기 전에 채무자에게 일정기간을 정하여 이행명령을 내려야 하고 채무자가 이행명령기간 내에 임의로 이행하지 않는 경우에 한하여 강제집행절차를 개시할 수 있다. 그 결과 채무자가 이행명령기간 동안 재산을 은닉하여 채권자가 강제집행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개정 민사소송법은 현행 민사소송법과는 달리 별도의 이행명령 없이 곧바로 강제집행절차를 개시할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 향후 위와 같은 사유로 채권자가 강제집행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게 되는 문제가 일정 부분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4. 중재신청 전에도 보전처분 신청 가능
현행 중재법에 의하면, 중재 신청인이 재산보전조치를 하고자 할 경우 중재위원회에 재산보전신청을 해야 한다. 이 경우 재산보전절차는 중재위원회가 법원에 재산보전신청을 이관하고 재산보전신청을 이관받은 법원이 종국적으로 재산보전조치를 취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 결과 현행 중재법 하에서는 중재신청 후에 중재위원회를 통해 재산보전신청을 하는 것만 가능하였을 뿐 중재신청 전에 재산보전신청을 하는 것은 어려웠다.
그런데 개정 민사소송법은 중재 신청 전에도 신청인이 피보전재산의 소재지 또는 피신청인의 주소지 관할법원에 재산보전신청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여 중재신청 전에도 보전처분을 신청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었다.
5. 중국 내 소송도 합의관할 적용
현행 민사소송법에 의하면, 중국 내 기업(중국법 규정상 중국 내에 설립된 한국투자기업도 중국 내 기업으로 간주된다)의 중국 내 소송에 대해서는 합의관할 규정이 적용될 수 없고 섭외소송 사건에 대해서만 합의관할 규정이 적용될 수 있다.
그런데 개정 민사소송법은 중국 내 기업의 중국 내 소송에 대해서도 합의관할 규정을 적용할 수 있게 하여 중국 내 한국투자기업이 분쟁해결 과정에서 관할법원을 선택할 수 있는 범위를 확대시켰다.
6. 증거제출기한 위반 제재 강화
개정 민사소송법은 디지털시대에 발맞추어 전자 데이터를 증거 유형에 포함시켰다. 다른 한편으로는 개정 민사소송법은 법원으로 하여금 증거제출기한을 정할 수 있게 하고, 정당한 이유 없이 증거제출기한을 준수하지 않은 당사자가 제출한 증거를 채택하지 않거나 해당 증거를 채택하되 그 당사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제재를 가할 수 있게 하였다.
7. 담보물권에 기한 임의경매 가능
개정 민사소송법은 채권자가 담보물권을 행사할 경우 소송절차를 거칠 필요 없이 직접 법원에 임의경매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였다. 담보물권에 기한 임의경매 제도는 2007년 10월 1일 시행된 중국 물권법에서 이미 도입되기는 하였으나 세부적인 절차 규정이 마련되지 않아 실무상 활용되지 못하고 있었다.
2007년 임의경매제도 도입
그런데 이번 민사소송법의 개정으로 인하여 담보물권에 기한 임의경매의 세부적인 절차 규정이 마련되었기 때문에 향후 담보물권에 기한 임의경매 제도의 활용이 기대된다. 그 결과 담보물권 행사에 소요되는 채권자의 시간 및 비용이 절감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8. 송달방식 추가
개정 민사소송법은 법률문서를 송달하는 방식과 관련하여 기존 송달방식 이외에도 일부 방식을 추가하였다. 즉, 송달 대상자가 법률문서의 수령을 거부할 경우 법률문서를 송달 대상자의 거주지에 유치(遺置)하고 이러한 유치송달 과정을 사진촬영 또는 녹화하는 방식으로 송달하거나, 송달 대상자가 동의할 경우 판결문, 재정서, 조정서 등과 같은 법률문서를 제외한 기타 문서를 팩스 또는 이메일 등의 방식으로 송달할 수 있도록 하였다.
9. 재판절차 공정성 제고
현행 민사소송법 하에서는 당사자 이외의 일반인이 판결문을 열람하는 것이 어려웠으나, 개정 민사소송법 하에서는 국가 기밀, 영업비밀 또는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경우가 아닌 한 원칙적으로 당사자 이외의 일반인도 확정된 판결문을 열람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아울러 현행 민사소송법은 판결문에 법원이 인정하는 사실 및 그 이유, 적용 법률 등만을 기재하도록 규정했었는데 개정 민사소송법은 위 사항에 추가하여 적용 법률에 대한 이유까지 판결문에 기재하도록 하여, 판사로 하여금 신중한 법 적용을 하도록 하였다. 이러한 개정내용은 중국 재판절차의 투명성 및 공정성을 제고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10. 공익소송 제도 도입
개정 민사소송법은 환경피해 또는 소비자의 권익 침해 등 공공의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에 대해서 법에서 정한 기관 또는 조직이 공익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였다. 비록 공익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주체를 법정 기관 또는 조직으로 제한하고 공익소송과 관련한 세부적인 사항에 대해서 규정하지 않아 세부적인 후속 법 규정이 완비되기 전까지 얼마나 활용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지만, 공익침해 행위에 대한 소송의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중국에서도 기업들이 환경소송 또는 소비자소송 등 단체소송 성격의 공익소송에 노출될 날이 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11. 지급명령 절차 개선
현행 민사소송법에 의하면, 채무자가 지급명령에 대해 이의제기를 하여 지급명령의 효력이 상실될 경우 채권자는 별도로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야만 비로소 소송절차가 개시된다. 이러한 절차상의 번거로움 때문에 지금까지는 지급명령 절차를 활용하기 보다는 처음부터 직접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소송절차 자동전환
그런데 개정 민사소송법은 지급명령에 대한 채무자의 이의제기가 법원에 접수될 경우 그 지급명령의 효력은 상실되지만 신청인이 거부하지 않는 한 자동으로 소송절차로 전환되도록 규정하였다. 개정 민사소송법이 시행됨에 따라 지급명령 절차는 채권자가 소송 절차를 개시하기 전에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효과적인 절차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용원 변호사(법무법인 세종, ywchoi@shink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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