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지법] "실시료 수입 625억원의 10% 보상해야""보상청구권 포기 합의했어도 무효 또는 취소 가능"
애플과 한치의 양보없는 특허전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가 정작 자사 직원의 직무발명에 대한 보상엔 인색한 것으로 드러났다.서울중앙지법 민사12부(재판장 김현석 부장판사)는 11월 23일 삼성전자에서 HDTV의 신호처리와 관련된 연구를 하면서 여러 개의 특허발명을 한 전 수석연구원 정 모씨가 "직무발명 보상금을 지급하라"며 회사 측을 상대로 낸 소송(2010가합41527)에서 "삼성전자는 원고에게 60억 36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직무발명이란 종업원이나 법인의 임원 등이 직무에 관해 발명한 것으로, 이를 사용자 등으로 하여금 승계하게 하거나 전용실시권을 설정한 경우 종업원 등은 정당한 보상을 받을 권리가 있다.
재판부는 "원고는 피고의 종업원으로서 직무발명에 해당하는 이 사건 특허발명들에 관한 권리를 사용자인 피고로 하여금 승계하도록 하여 그 명의로 특허출원이나 설정등록을 마치게 하였으므로,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특허법 규정에 의하여 원고에게 정당한 보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이 사건 발명특허가 1991년 12월경부터 1992년 7월경 사이에 비교적 단기간 내에 출원되었던 점에 비추어 원고가 피고에 입사하기 이전에 특허관계 기반기술에 대한 이론연구와 실무경험이 상당하였다는 원고 주장은 설득력이 있고, 원고가 HDTV 수상기의 개발 이외에 영상압축에 관한 원천기술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그에 관한 창의적 발상으로 이 사건 특허발명을 주도하였음을 알 수 있다"며, 원고와 피고의 관계와 각자의 역할, 피고의 규모, 피고가 이 사건 특허발명들을 통해 얻은 실시료 수익액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특허발명들의 발명자에 대한 보상률은 10%로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가 공동발명자로 등재된 특허발명 중 피고가 실시료 수입을 얻은 특허발명들에 대한 원고의 기여율을 80%로 인정하고, 80%를 적용해 피고가 2000년 7월부터 2007년까지 사이에 얻은 실시료 수입 625억여원에서 원고의 직무발명 보상률 10%를 곱한 후 이미 받은 2억 2000만원을 뺀 60억 3600여만원을 원고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삼성전자는 원고가 보상금 2억원을 지급받은 2002년 7월 추가적인 보상청구권을 포기한다는 내용의 합의를 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증거가 없다"고 인정하지 않았다. 나아가 원고가 피고 사이에 이같은 합의를 하였더라도, 피고가 운영하고 있던 직무발명보상지침에 처분보상의 경우 수익금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을 보상금 지급기준으로 정하고 있었고, 2002년 말경 두가지 발명에 대한 피고의 수익금이 약 115억원, 또 다른 두 발명에 대한 수익금이 약 85억원을 상회하고 있었던 점, 피고가 당시 원고에게 이 발명들로 인한 피고의 구체적인 수익금을 알려준 사실이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합의는 무효 또는 취소될 수 있는 하자 있는 법률행위에 해당할 수 있으므로, 위 합의에 의하여 원고가 지급받은 2억 2000만원을 넘는 부분 또는 아직 발생하지 않은 실시료 부분에 관한 보상금 청구권까지 포기하는 효력이 생긴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정씨는 1991년 2월부터 1995년 2월까지 삼성전자에서 HDTV 신호처리 관련 연구를 하면서 여러 특허발명을 완성, 국내 특허 10개와 국외 특허 28개를 회사 명의로 출원하는 성과를 냈다. 또 정씨가 퇴사한 후에도 정씨의 발명을 토대로 미국 특허 17개와 홍콩 특허 2개가 추가로 출원됐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정씨가 이미 받은 2억 2000만원 이외에 직무발명에 대한 추가적인 보상금 지급을 거부하자 모두 185억여원의 보상금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법무법인 남강이 정씨를, 삼성전자는 법무법인 율촌이 대리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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