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이 피해구제에 더욱 관심을 가졌으면 해요. 권리 위에 잠자는 사람은 보호받을 수 없으니까요."

법무법인 한결한울의 김광중 변호사는 집단소송, 그 중에서도 분식회계, 주가조작으로 인한 피해자 손배소를 많이 다루는 이 분야의 전문가다. 2008년부터 관련 사건을 여러 건 수행하며 소액 투자자들의 수호천사로 활약하고 있는 그는 무엇보다도 투자자들이 피해구제, 피해보상에 대한 관심 즉, '피해 감수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분식회계, 주가조작 만연

"우리 기업들엔 여전히 분식회계, 주가조작이 만연해 있다고 봐요. 드러난 기업이 많지 않을 뿐이죠."

그는 먼저 분식회계와 주가조작이 난무하는 기업의 현실에 주의를 환기하고, "특히 코스닥 기업들은 이런 위험이 상당부분 잠재해 있는 만큼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비해 투자자들의 피해구제에 대한 인식은 매우 떨어진다는 게 그의 진단. 그는 "투자할 때는 얼마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지 꼼꼼하게 따져보고 분석하면서도 정작 피해를 입었을 땐 혹시 주가가 다시 오르지나 않을까 하고 막연하게 기대하며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고, "투자할 때보다 피해를 입었을 때 더욱 면밀히 검토해 피해를 줄이고 구제받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 날로부터 1년내 제소해야

김 변호사에 따르면, 자본시장법에 따른 손해배상청구는 허위공시 등이 나온 날로부터 3년, 분식회계 등을 안 날로부터 1년의 제척기간이 정해져 있어 서둘러 소 제기 등에 나서지 않으면 피해를 배상받는 길이 아예 막히게 된다.

그는 "투자했다가 손해를 보는 경우 교통사고와 달리 가해자가 얼른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신속하게 대응에 나서지 못하는 측면도 있지만, 이상한 주가 흐름 뒤엔 대주주 등의 분식회계와 시세조종이 개입된 경우가 많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2008년 6월 대주주 겸 대표이사인 정국교 전 의원이 관련된 HNT 주가조작 사건을 시작으로 최근 1심 판결이 난 엑사이엔씨 사건, 2차 손배소를 접수한 신텍 사건, 글로웍스 주가조작 사건, 대표이사인 최규선씨가 시세조종 및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유아이에너지 사건, 해원에스티 분식회계 사건 등이 그가 수행했거나 현재 대리하고 있는 사건들. 김광중 변호사는 손배소 외에도 형사 고소, 대표이사의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신청과 이사해임을 위한 임시주총 소집청구 등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을 위해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또 해당 회사는 물론 대주주와 회계법인, 주가조작에 가담한 외부의 제3자 등을 상대로 소송 대상을 넓히고 있다.

가처분, 고소 등 다양한 전략 구사

그러나 제척기간도 짧은데다 금융감독 당국의 감독시스템이나 소액 투자자의 피해구제를 위한 법원 등의 실무가 여전히 미흡하다는 게 김 변호사의 주장.

그는 "임시주총 소집 허가만 해도 회사에서 같은 내용의 주총을 소집한다고 하면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회사가 소집하면 결국 회사 측에서 주도권을 쥐게 되기 때문에 소액 투자자들의 의사가 또 다시 무시되는 경우가 많은데, 실질적인 분쟁 해결을 위해 이같은 점이 고려되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연세대 법대를 나와 제46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김 변호사는 한결한울에서 주가조작 등으로 인한 집단소송팀의 핵심 변호사로 활약하고 있다. 관련 블로그도 운영한다. 또 기업일반에 관한 업무도 많이 수행하며, MBC의 PD수첩, 뉴스데스크 자문변호사로도 활약하고 있다.

이은재 기자(eunjae@legaltimes.co.kr)

Copyrightⓒ리걸타임즈(www.legaltime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