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이행보증 분쟁 급증
계약이행보증 분쟁 급증
  • 기사출고 2012.08.03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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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변호사]
계약이행보증을 둘러싼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건설경기 악화로 전문건설업체의 부도가 빈발하면서 보증금 청구 건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전문건설공제조합이 보증금 지급을 지연 또는 거부하고 소송까지 가는 사안이 늘고 있는 것이다.



◇정원 변호사
지난 해에는 대한건설협회가 전문건설공제조합의 보증이행 지연 및 거부행위로 인해 회원사들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며 이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는 건의서를 국토해양부에 제기하는 등 갈등이 표면화되기도 했다.

실손보상, 정액보상 대립

갈등의 핵심은 실손보상과 정액보상의 대립. 계약이행보증은 도급받은 공사의 계약상 의무를 수급인이 이행하지 못하는 경우 발생한 손해를 보증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손해를 얼마로 볼 지에 관해 다툼이 있다.

전문건설공제조합은 계약불이행으로 발생한 실제 손해를 한도로 보증금을 지급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하도급계약서에 계약불이행시 계약보증금 전액이 도급인에게 귀속되도록 하는 조항을 두고 있는 경우 계약불이행 사실만 입증하면 원칙적으로 보증금 전부를 청구할 수 있다.

법원은 보증금 귀속조항에 대해 "이와 같은 내용의 계약보증금 약정을 한 목적은 수급인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하여 간접적으로 채무이행을 강제하는 것 외에 수급인의 계약불이행으로 인하여 도급계약관계를 청산하게 될 때를 대비하여 수급인이 도급인에게 배상하여야 할 최소한의 손해액을 계약보증금으로 예정하여 도급인으로 하여금 손해발생 및 그 수액을 증명하지 않고서 계약보증금을 자신에게 귀속시킬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면서 손해발생에 대한 증명 없이 계약보증금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1999. 8. 20. 선고 98다28886 판결).

입증자료 제출 요구

하지만 전문건설공제조합은 약관상 보증금 청구시 손해액을 입증하는 서류를 제출하도록 규정한 조항을 들어 실손해에 대한 입증자료 제출을 요구하며 보증금 지급을 지연하는 일이 많다.



도급인(원수급인) 입장에서는 하도급계약을 체결할 때 보증금 귀속조항을 포함시켜야만 보증금 청구가 용이해지므로 가능한 해당 조항을 넣어 계약을 체결해야 할 것이다. 반면 하도급표준계약서는 실손보상 원칙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표준계약서를 사용할 때는 보증금 귀속조항을 특약으로 넣을 필요가 있다.

합의해제 보증사고 여부 이견

한편 보증사고의 발생에 관하여도 다툼이 많다. 계약이행보증의 보증사고는 "보증기간내의 계약불이행으로 인한 도급계약의 해제 또는 해지"를 말한다. 하수급인이 부도날 경우 하도급인은 계약해제 의사를 표시하게 되는데 사안에 따라 합의해제 방식으로 기성고를 확정해 타절하는 예도 있다. 그런데 전문건설공제조합은 합의해제의 경우는 보증사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일부 하급심 판결에서도 "합의해제의 경우 그 해제시에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게 손해배상을 하기로 특약하거나 손해배상청구를 유보하는 의사표시를 하는 등 다른 사정이 없는 한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며 합의해제 사안에서는 보증금을 청구하기 힘들다는 판시를 하고 있다. 따라서 보증금 청구를 위해서는 합의해제 방식 대신 해제의사를 서면으로 표시하는 방식을 취해야 할 것이다.



불공정약관 소지

일부 보증약관 조항은 불공정약관으로 볼 여지가 있다. 약관에 의하면 보증기간 내에 계약해제를 해야만 보증금 청구가 가능한 것으로 되어 있다. 단, 보증기간 만료일에 계약해제 · 해지사유가 발생된 경우 보증기간 만료일 다음날로부터 15일 이내에 계약을 해제 · 해지하고 보증금을 청구하도록 정하고 있다(약관 제3조 제4항). 보증기간 만료일 전 날 계약해제 · 해지사유가 발생하면 하루 만에 계약해제를 해야 하는 것이다. 단지 하루 차이인데 계약해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시한은 보름이나 차이가 나게 된다. 이 조항은 합리적 이유 없이 고객에게 불리한 조항으로서 약관규제법을 위반한 것으로 볼 소지가 있다.

보증금은 하수급인의 계약불이행시 손해를 전보받을 수 있는 실질적인 담보 역할을 하고 있다. 보증금 지급과 관련한 분쟁이 늘어나고 있으므로 보증금 청구 요건에 부합하도록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원 변호사(법무법인 지평지성, wjeong@jipyong.com)

◇정원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를 나와 제40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공군법무관 근무를 마치고 2004년부터 법무법인 지평지성에서 변호사로 활약하고 있다. 주요 업무분야는 소송과 중재 및 건설 · 부동산 분야. 서울지방경찰청 인권위원회 위원을 역임했으며, 현재 윤이상평화재단 감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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