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 막고, PC자료 삭제, 허위자료 제출과태료 4억원 부과…향후 형벌적용 계획
삼성전자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조직적으로 방해했다가 역대 최고액인 4억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이에 대해 사회 각계로부터 삼성이 법 위에 군림하려는 것 아니냐는 강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3월 18일 이같은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한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 2011년 3월 24일 삼성전자 수원작업장에 대한 휴대폰 유통관련 현장조사에서 삼성전자의 다수의 임직원이 가담한 중대한 조사방해 행위가 발생했다.
이날 오후 2시20분경 삼성전자의 보안담당 직원 및 용역업체 직원들은 휴대폰 유통관련 현장조사를 위해 관련 부서인 무선사업부 한국상품기획그룹으로 가고자 하는 공정위 조사공무원들의 출입을 지연시켰다. 조사공무원들은 신분을 밝히고 무선사업부로 가기 위해 출입을 요청하였으나 삼성은 내부규정상 사전약속을 하지 않은 경우 담당자가 나와야만 출입을 허용할 수 있다는 이유로 출입을 계속 거부했다. 결국 약 1시간이 지난 오후 3시10분경에야 조사공무원들이 조사현장에 도착할 수 있었으나 당시 사무실에는 직원 한 사람만 남아있었다.
또 조사공무원들의 출입이 지연되는 동안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지원팀장 박 모 전무의 지시에 따라 조사대상자료 폐기, 핵심 조사대상자들의 PC교체가 이루어졌다. 조직적인 증거인멸행위가 시도된 것이다.
공정위는 조사공무원에 대한 출입지연이 우발적이 아님은 보안요원에 대한 내부 평가 자료를 통해서도 확인되었다고 밝혔다. 보안 용역업체를 지휘하는 삼성전자의 정보보호그룹 회의내용에 공정위 공무원들의 방문과 관련, 정보보호그룹의 지시를 충실히 이행했다는 표현과 함께 '대처를 잘했다'는 용역업체에 대한 평가내용이 들어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한 술 더 떠 조사방해 이후 '비상상황 대응관련 보안대응 현황'을 마련, 보안규정을 오히려 강화했다. 조사공무원이 방문한다 하더라도 사전연락이 없었을 경우 정문에서부터 입차금지, 바리케이트 설치, 주요 파일에 대해 대외비를 지정하고 영구삭제, 데이터는 서버로 집중시킬 것 등이 강화된 내용이다.
삼성전자는 공정위 조사를 회피하고 PC자료도 삭제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의 부서장 김 모 상무는 2011년 3월 24일 당시 수원사업장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조사공무원과 전화통화시 서울 본사에 출장중이라고 하면서 조사응대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공정위 조사를 계획적으로 회피한 것이다.
공정위는 삼성전자의 내부 보고문서에 명시된 '사전 시나리오 대로 김 상무는 서울 출장중인 것으로 응대하고, 조사관의 의도를 명확히 확인 후 다음날에 조사에 응함'이라는 표현에 비춰 이러한 대응방식은 자체적으로 수립된 사전 시나리오에 따른 것이라고 규정했다.
조사공무원들은 결국 당일 조사가 불가능해 철수했다. 그러자 삼성전자의 부서장은 은닉되어 있던 본인의 PC를 가져와 파일삭제프로그램으로 PC에 저장된 조사대상자료를 전부 삭제했다.
공정위는 당시 삭제된 파일들이 조사와 관련된 중요한 자료임은 내부문서 및 진술을 통해 확인되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또 공정위가 2011년 3월 24일 조사공무원의 출입지연 사유를 확인하고자, 관련 부서가 속한 건물의 출입기록을 요청하자 두 차례의 회의를 거친 후 당시 PC교체를 수행하였던 직원 이 모씨의 이름이 삭제된 허위의 출입기록을 제출했다. 조사회피와 자료삭제에 이어 허위자료를 제출하며 국가 공권력을 무시한 셈이다.
공정위는 삼성전자에 대해 조사방해를 이유로 2억원, 허위자료 제출을 이유로 1억원 등 3억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임원 2명에게 각각 5000만원씩 1억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조사를 거부ㆍ방해 또는 기피하거나 허위자료를 제출한 경우 사업자에 대해서는 2억원, 임직원에게 5000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하도록 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69조의 2 1항의 최고액을 과태료로 부과한 것이다.
공정위는 또 관련사건인 삼성전자의 부당한 고객유인행위에 대한 건에서도 조사방해를 근거로 23억 8000만원을 가중해 지난 3월 14일 시정명령과 함께 142억 8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법 위반행위의 적발 · 시정을 어렵게 하는 조사방해 기업에 대해서는 가능한 법적 수단을 모두 동원하여 엄중하게 대응할 계획"이라며, "아울러 향후 현장진입 지연 등의 조사방해행위에 대해서는 형벌 적용을 적극 행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폭언 · 폭행, 현장진입 지연 · 저지 등의 조사방해 행위에 대해 3년 이하의 징역, 2억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지난 2월 27일 국회에서 의결되어 6월 16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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