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 "이건희 회장, 제일모직에 130억원 배상하라"
[상사] "이건희 회장, 제일모직에 130억원 배상하라"
  • 기사출고 2011.02.21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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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지원]에버랜드CB 인수포기 책임 인정다른 계열사 주주대표소송 확산 여부 주목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1996년 삼성에버랜드의 전환사채(CB)를 발행해 장남인 이재용 사장 등 자녀들에게 헐값에 인수시키는 과정에서 제일모직에 끼친 손해 130억여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에 따라 당시 CB 인수를 포기한 다른 삼성 계열사 주주들의 주주대표소송 제기 여부가 주목된다. 이 판결은 또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과 관련,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게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되었으나,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것이어 주목된다. 같은 사안이라도 민사상 책임과 형사상 유무죄 판단은 다를 수 있다는 게 법률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대구지법 김천지원 민사부는 2월 18일 장하성 고려대 경영대 교수 등 제일모직 주주 3명이

"에버랜드 CB를 싼값에 인수할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으므로 배상하라"며 이 회장 등 당시 제일모직 이사와 감사 15명을 상대로 낸 주주대표소송(2007가합425)에서 "이 회장은 제일모직에 130억 49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주주대표소송이란 이사가 임무를 해태하여 회사에 손해를 끼쳤을 때 소수주주가 제기하는 소송을 말한다. 상법에 따르면,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1이상에 해당하는 주식을 가진 주주는 회사에 대하여 이사의 책임을 추궁할 소의 제기를 청구할 수 있고, 회사가 이 청구를 받은 날로부터 30일내에 소를 제기하지 아니한 때에는 주주가 즉시 회사를 위하여 소를 제기할 수 있다.

재판부는 "전환사채 발행 당시 에버랜드나 제일모직의 경영상태는 양호하였고, 에버랜드는 이 사건 이전 및 이후에 한 번도 전환사채의 발행방법으로 자금을 조달한 사실이 없을 뿐만 아니라 사전 자금조달계획에도 전환사채 발행이 예정되어 있지 않았음에도 전환사채의 적절한 가액이나 주식가치에 대한 평가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의결정족수가 미달된 상태의 이사회에서 전환사채 발행 결의가 이루어졌다"며, "전환사채의 발행은 이 회장이 장남 및 딸들에게 증여세 등 조세를 회피하면서 그룹의 경영권을 이전하려는 목적으로 발행되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이 회장 등이 경영판단의 원칙이 적용되어 책임이 면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 회장 등이 전환사채를 인수하지 않아 전환사채를 통해 신주를 얻지 못한 손해가 제일모직이 입은 손해라고 판시하고, 제일모직이 얻을 수 있었던 신주 가액의 합계에서 신주 인수를 위해 지출되었을 인수금을 공제한 금액이 손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전환사채 발행 후 에버랜드의 1주당 주식가치를 7만 9086원으로 평가했다.

재판부는 또 증여세 등 조세를 회피하면서 그룹의 경영권을 이전하려는 목적으로 전환사채를 발행하게 하고, 제일모직으로 하여금 전환사채를 인수하지 아니하도록 한 등에 비추어 이 회장의 책임 감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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