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담배소송' 항소심도 원고 패소
[손배] '담배소송' 항소심도 원고 패소
  • 기사출고 2011.02.17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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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흡연-폐암 역학적 인과관계는 인정""담배 결함, 고의적인 정보 은폐 등 증거 없어"
흡연으로 폐암 등에 걸렸다며 국가와 KT&G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낸 이른바 '담배소송'의 원고들이 항소심에서도 1심과 마찬가지로 패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그러나 1심과 달리 흡연과 폐암 사이의 역학적 인과관계는 인정된다고 밝혀 진일보한 판단으로 평가된다. 일부 원고에 대해선 개별적 인과관계도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법 민사 9부(재판장 성기문 부장판사)는 2월 15일 흡연자와 그 가족 30명이 국가와 (주)KT&G를 상대로 수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두 건의 소송(2007나16979, 2007나18883)에서 "피고들이 제조한 담배에 결함이 존재한다거나 고의적으로 정보 은폐, 거짓정보 제공, 니코틴 함량 조작 등의 위법행위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패소 판결했다. 또 니코틴 의존증에 대해서도 "니코틴 의존을 질환으로 인정하더라도 흡연은 흡연자의 선택에 의한 행위로 평가하여야 한다"고 판시, 불법행위 성립을 인정하지 않았다.

당초 흡연자 7명과 가족 등 36명이 1999년 9월과 12월 소송을 냈으나, 흡연자 7명 중 6명이 폐암 또는 후두암 진단을 받아 1심 또는 2심 진행 중 사망, 나머지 30명만 항소심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에 따르면, 흡연자 대부분은 20세가 되기 전에 흡연을 시작했다. 또 국가는 정부 수립 이후 한국담배인삼공사법이 시행된 1989년 4월 1일까지 담배를 전매해 왔고, 한국담배인삼공사는 이후 민영화를 거쳐 현재의 KT&G가 되었다.

재판부는 먼저 "담배 연기에는 다양한 발암물질이 포함되어 있고 발암물질로 인한 폐암 발병은 이를 과학적으로 증명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반면 피고들은 우리나라에서 독점적으로 담배의 제조뿐만 아니라 원료의 수집, 경작 등에 관여하여 왔고 담배갑에도 폐암 발병의 위험성이 표기되어 있는 점에 비추어 원고들의 입증책임을 완화하여야 한다"고 전제, "원고들이 흡연력과 흡연자들에게 발생한 개별적 폐암이 일반적 폐암보다 흡연과 연관성이 높다는 점을 증명한 경우 흡연이 발생한 폐암의 주요한 요인이거나 상당한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비중 있는 발병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는 전제하에 흡연과 폐암의 발생과의 인과관계가 추정된다"고 밝혔다.

즉, 고령의 남성으로서 젊은 나이에 흡연을 시작하여 30년 이상의 흡연기간 동안 20갑년(1일 1갑씩 20년을 흡연한 경우를 의미) 이상의 흡연력을 가지며, 폐암 진단시까지 흡연을 계속하였고, 흡연과 연관성이 폐암 전체적 연관성에 비해 더 깊은 것으로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 편평세포암이나 소세포암이 발병한 것이 증명된 경우 흡연과 폐암 사이의 개별적 인과관계는 추정되는 것으로 보아 이를 번복할 정도의 입증책임은 피고들이 부담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피고들의 불법행위가 성립하기 위해선 제조물에 해당하는 담배의 하자나 표시상의 결함 등이 인정되어야 해 이에 대한 판단이 문제였다.

재판부는 "담배에 다양한 발암물질을 포함한 타르, 의존증을 유발할 수 있는 니코틴이 포함되어 있다 하더라도, 이러한 담배의 제조는 우리나라에서 아직까지 법률적, 사회적으로 허용된 것으로, 그러한 사정만으로 결함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하고, "타르나 니코틴의 제거 및 감소 방법에 관한 원고들의 주장은 그러한 설계방법이 경제성, 기술적 안정성, 위험에 대한 흡연자의 인식 등에 비추어 합리적인 대체설계라고 볼 수 없고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도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들이 1976년 이전에 담배갑 포장지에 경고문구를 표기하지 않은 점과 그 이후 경고문구의 내용이 표시상의 결함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표기 내용은 흡연의 위험성에 관한 사회적 인식 수준, 미성년자에 대한 담배 판매를 금지하고 있는 법체계, 인과관계에 관한 역학의 발전과정, 담배 연기성분의 발견과정, 그 동안의 언론보도 내용, 외국의 사례 등에 비춰 표시상 결함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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