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결정에 담긴 뜻
헌재 결정에 담긴 뜻
  • 기사출고 2004.10.26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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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도수 변호사]
헌법재판소가 신행정수도의건설을위한특별조치법에 대하여 위헌결정을 선고하였다.

◇황도수 변호사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참여한 9인의 재판관 중 8인의 재판관은 위헌결정 의견을, 1인의 재판관은 각하결정 의견을 표시하였다.

위헌결정 의견은 다시 두 가지로 나뉘었는데, 7인 재판관의 다수의견은 서울이 대한민국의 수도라는 것이 관습헌법으로 인정된다는 점에서 위헌의 근거를 찾고 있다.

즉, 서울이 대한민국의 수도라는 것은 조선시대이래 600여년 동안 지속된 관행이고, 그 관행에 대하여 국민들이 헌법으로서의 확신을 가지고 있는 상태이므로 관습헌법으로 인정된다는 것이다.

수도서울이 헌법으로 인정되므로 그 내용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헌법개정절차를 거쳐야 되는데, 특별법은 헌법개정절차에 규정된 국민투표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으므로, 국민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국민의 참정권을 침해하였다는 것이 다수의견의 요지이다.

나머지 1인 재판관의 위헌의견은 수도이전정책은 헌법 제72조에서 정하는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이므로 대통령이 반드시 국민투표에 붙인 뒤 그 결과에 따라 정책을 추진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국민투표에 붙이지 아니하고 단순히 특별법이라는 법률을 제정하는 방법으로 수도이전정책을 추진하였으므로 헌법에 위반된다는 것이다.

이들 두 위헌의견은 위헌이라는 결론에서는 동일하지만 그 실질적 내용에서는 커다란 차이를 보이고 있다.

7인 재판관의 다수의견은 앞으로 정부가 수도이전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헌법개정절차를 거쳐야 할 것을 요구하는데 반하여, 1인 재판관의 별개의견은 정부가 국민투표절차만 진행하면 수도이전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수의 위헌의견에 6인 이상의 재판관이 가담하고 있다는 것은 정부가 다수의견을 거스를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정부가 수도이전을 재차 추진하기 위해서는 다수의견에 따라 헌법개정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부담을 지고 있다고 하겠다.

현행 헌법이 정하는 헌법개정절차를 살펴보면, 헌법개정은 먼저 국회재적의원 과반수 또는 대통령의 발의로 제안된 뒤, 국회 재적 3분의 2 이상이 찬성의결을 거쳐야 하고, 다시 국민투표에 붙여 국회의원선거권자 과반수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을 얻도록 되어 있다.

현재의 국회구성에 의하면 정부가 수도이전을 위한 헌법개정안을 발의한다고 하더라도 국회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기가 힘들 것이고, 국민투표에 붙여지기도 전에 수도이전 헌법개정안이 부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하겠다.

그리고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모든 국가기관을 구속하는 기속력을 가지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위반하는 국가행위는 당연무효로서 효력을 가질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야 함은 당연한 것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이 법이 위헌이라고 해서 이 법의 또다른 취지중 하나라고도 할 수 있는 국토의 균형개발까지 잘못됐다는 뜻은 물론 아니라고 보아야 한다.

헌재 결정의 취지는 관습헌법 사항인 '서울=수도'의 이전과 변경을 국회 입법으로 할 수 없다는 것이지 국토의 균형 개발 자체를 하지 말라는 의미는 아니라고 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정부로서는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인하여 수도이전정책의 실현이 어렵게 되었다고 하여 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한 정책 자체를 포기하여서는 아니된다고 본다.

정부는 수도 이전이 아니라 국토의 균형발전을 실현할 수 있는 보다 더 좋은 청사진을 얼마든지 제시할 수 있고, 제시해야 하며, 그 청사진에 대하여 국민 전반의 지지를 받을 수도 있는 것이다.

외국의 경우를 보면, 수도권이 발전하여 해안선이나 강을 따라 수도권 벨트를 형성, 경제, 정치, 문화가 유기적으로 연계됨으로써 산업과 문화를 크게 발전된 사례를 보게 된다.

미국의 경우 북대서양을 끼고 보스톤, 뉴욕, 워싱턴에 이르는 수도권 벨트가 형성되어 있고, 독일도 라인강을 중심으로 본, 쾰른, 아헨 등의 수도권 벨트가 형성돼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의 경우도 비록 충청권에 수도 자체의 이전은 어렵다고 하더라도, 현재의 서울과 충청권을 연결하는 수도권 벨트를 형성할 수 있지 않을까.

수도권 벨트의 모든 지역을 속도무제한의 고속도로와 고속철도로 연계함으로써 서울, 경기남부와 충청권 전역에 1시간 이내에 출퇴근할 수 있는 교통망을 형성하고, 현재의 인천국제공항과 항만, 그리고 앞으로 건설되는 평택항을 통하여 수도권 벨트의 세계화를 이뤄내는 등의 구체적인 청사진을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을 보면서 다시 한번 서울-충청권 연결의 수도권 벨트의 구상을 되새겨 본다.

◇황도수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를 나와 동대학원에서 법학박사(헌법학) 학위를 받았으며, 독일 괴팅겐 대학에 연수했습니다. 27회 사법시험에 합격, 헌법재판소 연구관을 역임한 후 1999년 11월부터 율경종합법률사무소에서 변호사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한국 공법학회와 헌법학회 이사로 활동중이며, 저서로는 단행본 '헌법재판실무연구' 등이 있습니다.

본지 편집위원(dshh@chollian.net)